지금의 나를 인정하는 용기
한동안 나는 늘 더 나아져야 한다고 생각하며 살아왔다. 지금의 나로는 충분하지 않다고 느꼈고, 더 잘해야만, 더 멀리 가야만 괜찮은 사람이 될 수 있다고 믿었다. 그래서 멈추지 않으려 했고, 뒤처지지 않으려 애썼다. 가끔은 숨이 찰 만큼 버거운 순간에도, 그 속도를 줄이지 못한 채 계속 앞으로 나아가려고 했다. 그렇게 애쓰는 시간이 쌓일수록, 나는 점점 ‘지금의 나’를 바라보지 못하게 되었다. 늘 다음을 향해 달려가느라, 이미 지나온 시간들을 돌아볼 여유조차 없었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나는 언제쯤이면 괜찮아질 수 있을까. 언제쯤이면 스스로에게 ‘이 정도면 충분하다’고 말해줄 수 있을까. 그 질문은 쉽게 답을 주지 않았고, 오히려 나를 더 오래 멈춰 서 있게 만들었다. 그동안 나는 ‘괜찮은 상태’라는 것을 계속 미래로 미루고 있었다는 걸 그제야 알게 되었다. 지금의 나는 늘 부족한 상태로 남겨둔 채, 아직 오지 않은 어떤 순간에 나를 맡겨두고 있었다.
돌이켜보면 나는 늘 조건을 붙이고 있었다. 이것을 해내면 괜찮아질 수 있을 거라고, 저만큼 가면 만족할 수 있을 거라고. 하지만 그 기준은 늘 조금씩 더 멀어졌고, 결국 나는 한 번도 지금의 나를 충분하다고 느껴본 적이 없었다. 도착하면 괜찮아질 거라 믿었지만, 막상 도착해도 또 다른 부족함이 먼저 보였다. 그렇게 나는 계속해서 나 자신을 뒤로 미루며 살아가고 있었다.
그래서 나는 처음으로 방향을 바꿔보기로 했다. 더 나아지는 것을 멈추겠다는 뜻이 아니라, 지금의 나를 인정하는 것에서부터 다시 시작해 보기로 했다. 부족한 부분이 있어도, 아직 이루지 못한 것들이 있어도, 그 상태 그대로의 나를 한 번 받아들여보기로 했다. 그 선택은 생각보다 쉽지 않았지만, 분명 나에게 꼭 필요한 일이었다. 그리고 그 시작은 아주 작고 조용했지만, 나에게는 분명한 변화였다.
처음에는 어색했다. 아직 부족한데 괜찮다고 말해도 되는 건지, 더 노력해야 하는 순간에 스스로를 인정하는 것이 맞는 건지 혼란스럽기도 했다. 그렇게 스스로를 인정하는 일이 마치 나를 멈추게 만드는 것처럼 느껴지기도 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알게 되었다. 나를 인정하는 일과 멈추는 일은 다르다는 것을. 오히려 지금의 나를 인정할 때, 나는 더 안정된 마음으로 앞으로 나아갈 수 있었다.
이대로도 괜찮다는 말은 포기가 아니라 선택에 가까웠다. 남들과 비교하지 않겠다는 선택, 나를 과하게 몰아붙이지 않겠다는 선택, 내가 감당할 수 있는 속도로 살아가겠다는 선택. 그 선택들은 작아 보였지만, 내 삶의 방향을 조금씩 바꾸기에는 충분했다. 이전보다 조금 느려졌지만, 그 대신 나는 덜 흔들리고, 조금 더 오래 버틸 수 있게 되었다.
여전히 나는 완벽하지 않다. 여전히 부족한 부분이 보이고, 어떤 날은 다시 예전처럼 나를 밀어붙이고 싶어지기도 한다. 하지만 이제는 안다. 완벽해져야만 괜찮아지는 것은 아니라는 것을. 부족한 상태에서도 충분히 괜찮을 수 있다는 것을, 그 사실을 받아들이는 데까지 꽤 오랜 시간이 걸렸지만 이제는 조금씩 이해하게 되었다.
예전의 나는 늘 더 나은 모습만을 바라보며 지금의 나를 미뤄두었다. 하지만 지금의 나는 조금 다르게 생각하려 한다. 아직 부족해도 괜찮고, 아직 도착하지 못해도 괜찮다고. 중요한 건 얼마나 멀리 왔는지가 아니라, 내가 나를 놓지 않고 여기까지 걸어왔다는 사실이라는 것을 조금씩 이해하게 되었다. 그 사실 하나만으로도 나는 충분히 의미 있는 시간을 살아왔다고 느끼게 되었다.
그래서 요즘의 나는 가끔 멈춰 서서 나를 바라본다. 잘하고 있는지 따지기보다, 여기까지 온 나를 먼저 떠올려본다. 힘들었던 날들, 무너지지 않으려고 애썼던 시간들, 그리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계속 살아낸 순간들을 천천히 되짚어본다. 그 시간들이 쌓여 지금의 나를 만들었다는 것을, 이제는 조금 더 따뜻한 시선으로 바라보려고 한다.
이대로도 괜찮은 삶이라는 것은 완벽하지 않은 상태를 그대로 두는 것이 아니라, 그 상태 속에서도 나를 포기하지 않는 태도에 더 가깝다. 부족한 부분을 인정하면서도, 그 이유로 나를 밀어내지 않는 것. 그 균형을 지켜가는 일이 생각보다 더 어렵지만, 그래서 더 중요한 일이라는 것도 알게 되었다.
어쩌면 우리는 모두 아직 완성되지 않은 상태로 살아가고 있는지도 모른다. 완벽하게 준비된 순간은 쉽게 오지 않고, 모든 것이 갖춰진 상태에서 시작할 수 있는 일은 거의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각자의 자리에서 계속 살아가고 있다. 그 자체만으로도 이미 충분히 의미 있는 일이라는 것을 이제는 조금 알 것 같다.
그래서 나는 더 이상 완벽한 순간을 기다리지 않으려고 한다. 지금의 나로 살아가고, 지금의 나로 선택하고, 지금의 나로 하루를 건너가려고 한다. 부족한 채로도 괜찮고, 서툰 채로도 괜찮다. 중요한 건 멈추지 않고, 나를 잃지 않은 채로 계속 살아가는 것이라는 걸 이제는 알고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과정 자체가 이미 충분히 가치 있는 시간이라는 것도 함께 받아들이게 되었다.
이대로도 괜찮은 삶이라는 말은 여전히 낯설지만, 이제는 그 말이 조금은 나에게 가까워졌다. 더 잘해야 한다는 압박보다, 지금도 충분하다는 감각이 조금씩 자리를 잡고 있다. 그 변화는 크지 않지만, 분명 나를 더 편안하게 만든다. 그리고 그 편안함은 내가 오래 지켜가고 싶은 감정이 되었다.
그리고 나는 믿어보려고 한다. 지금의 나로도 충분히 살아갈 수 있다는 것을, 부족한 채로도 괜찮은 하루를 만들어갈 수 있다는 것을. 완벽하지 않아도 괜찮고, 조금 느려도 괜찮다. 그 모든 과정 속에서 나는 여전히 나로 살아가고 있으니까. 그리고 그 사실만으로도 나는 이미 충분히 의미 있는 삶을 살고 있다고 말해주고 싶다.
이대로도 괜찮다고 말할 수 있게 되기까지 나는 꽤 오랜 시간을 돌아왔다. 하지만 그 시간이 있었기에 이제는 조금 덜 애쓰며, 조금 더 편안한 마음으로 오늘을 살아갈 수 있게 되었다. 완벽하지 않아도 괜찮다는 것을, 멈춰도 괜찮다는 것을, 그리고 다시 시작해도 늦지 않다는 것을 이제는 알고 있다.
그래서 오늘도 나는 나에게 조용히 말해준다. 지금의 너도 괜찮다고, 여기까지 온 것만으로도 충분히 잘해왔다고. 그리고 앞으로의 시간도 너무 서두르지 않아도 괜찮다고. 그렇게 조금 느리더라도, 조금 서툴더라도, 나는 계속 나로 살아가면 된다고. 그리고 그 사실만으로도, 나는 이미 충분히 괜찮은 삶을 살아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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