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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하루

11월 하순에 끄적끄적

by chef yosef

영업부에서 연구개발부로 전향한 지 4개월 하고도 보름이 지났다.

해보고 싶은(?) 분야로 감사하게도 들어왔지만,

준비가 덜 됐음을 뼈저리게 느낀다.


아직은 누군가가 설계한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보조의 역할을 한다.

도면을 확인하고 제작의뢰를 진행하고, 그리고 열심히 조립한다.


물론 간단한 제품은 직접 설계하고 제작을 해서 조립까지 완성해 본다.


예전엔 홀의 공차까지 신경 써 본 적이 없다.

그러나 이젠 공차까지 신경 써서 설계를 해야 한다.


허용 공차를 얼마까지 줘야 하는지 감은 없다. 아직까지는...


지금도 새로운 일을 배우는 나를 보면,

'아, 아직도 새로운 일을 배워야 하나?'

'언제 내 일에 능숙하게, 전문가적 지식으로 일처리를 할 수 있을까?'

'답답하다!'

'그냥 잘하던 일을 계속했으면 어땠을까?'


능숙하게 일할 때쯤엔 환경의 변화, 지역의 변화, 이러저러한 이유로 새로운 일을 하게 될 때엔,

새로운 일에 대한 도전 정신은 조금이고, 두렵고 떨리는 마음은 가득하다.


이번 일은 내 인생에 직장으로서는 마지막이라는 것을 안다. 아니다. 마지막이어야 한다고 생각할 따름이다.

그래서 더 이상은 물러설 수 없다.


잘하고 있는지 모르겠다.

직장 동료들은 내가 들어왔다고 좋아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한시적일 뿐임을 안다.


성장해야 한다.

멈출 수 없다.

멈춘다는 것은 퇴보하는 것임을 안다.


그런데 왜? 무엇 때문에 이렇게 해야 하는가?

그 목표를 제대로 설정해야 한다.


그냥 돈 많이 벌려고?

돈 많이 벌어서 뭐 하게?

좋은 집, 좋은 차, 비싸고 좋은 옷, 신발, 음식을 먹기 위해?

아니라고 할 순 없지만, 이게 다라면 의미가 아주 적어질 것을 안다.


누군가를 돕고 싶다.

아프리카에 우물을 파고 싶다.

그래서 깨끗한 물을 먹이고 싶다.

누군가를 도울 때 내가 살아난다는 것을 알았다.


엘리베이터를 나섰는데,

무거운 짐을 들고 들어오시는 모르는 분을 보고

어서 짐을 들어 엘리베이터까지 옮겼다.

나를 살리려는 의도에서 누군가를 도운 것이다.


무슨 나라를 구하거나 생명을 구하는 큰 것보다

일단은 사소한 일상에서부터 시작해 본 것이다.


나를 살리고 싶다.

의미 있는 삶으로 생을 마감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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