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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하루

그 사람이 나일 수도

하루

by chef yosef

20여 년 전 내가 다니던 교회에 어느 노부부가 들어왔었다.

노부부는 슬리퍼 차림이었다.

수개월이 지난 후 노부부의 사연을 알게 되었다.

마지막으로 예배 한 번 드리고 생을 마감하려고 했었다 한다.

나는 다른 사람들의 이야기로만 여겼다.

그러나 그렇지만은 않는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정신적인 문제에 시달리다가 자살을 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는 남의 이야기로만 여겼다.

나약한 정신력이 문제라고 생각했다.

얼마 전,

나는 집 안에서 창문으로 뛰어내리고픈 충동을 느꼈고 그 순간 나는 당황했다.


얼마 전 중앙분리대를 들이받은 차 사고가 있었다.

그 차 주인은 경상이었다.

그러나 중앙분리대를 들이받은 충격으로 파편이 튀었고,

그 파편이 달려오던 택시로 날아들었고,

그 충격으로 60대 택시기사는 숨졌다.

이 이야기 역시 다른 사람들의 이야기로만 여겼다.


많은 사람들로 둘러싸여 행복하고 즐거운 삶을 살아왔다.


'군중 속의 고독'이라는, 또는 '풍요 속의 빈곤'이라는 감정을 느낀다는 사람들의 이야기는

남의 이야기로만 여겼다.


비가 많이 내린 작년, 재작년 여름

갑자기 물이 불어 지하도를 달리던 차들 중에 미처 빠져나오지 못해 차 안에서 익사한 사람들이 있었다.

빠져나오지 못해 죽은 사람들이 안타까우면서도 왜 빨리 움직이지 못했는지 의아해했지만,

그 사람이 나일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하지 못했다.


14-5년 전, 젊은 시나리오 여성 작가가 굶어 죽은 뉴스를 봤다.

너무 안타까운 사연이었다.

그때 역시 남의 이야기로만 여겼다.


이런 이야기는 수도 없을 것이다.


결론은 내 주변에 일어나는 일들,

고통과 슬픔, 아픔을 겪고 있는 사람들의 이야기는

모두 나의 이야기라는 것을 이제야 조금 깨닫는다.


남이 아니다.

바로 나다.


내 주변의 사람들을 더 사랑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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