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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쓰는 엠지MZ대리 Dec 22. 2023

카톡 프로필 업데이트의 순기능



카카오톡 프로필 업데이트 알람은 유용한 기능이기도 하고 그렇지 않기도 하다. 삶은 우리에게 단면이 아니라 양면을 제공하듯, 좋은 점과 나쁜 점은 공존한다. 그렇지만 오늘 할 이야기는 카카오톡 프로필 업데이트의 순기능에 관한 것이다.



서른 살에 새로운 직장에서 새로운 부서에 배정 되었다. 그때까지도 큰 조직에 있는 것이 익숙했던 나는 당시 사내에서도 제일 인력이 많은 부서 중 한 곳에 배치받았다. 나를 포함한 열댓명의 정규직 직원과 일곱 명의 계약직 자문단, 그리고 열 세명의 인턴이 있는 커다란 팀이었다. 나는 그곳에서 여러 업무를 맡았는데 인턴 관리도 그 중 하나였다. 인간관계에 대한 신념 중 강강약약은 나에게 굉장히 중요한 것이었다. 입사 당시 내 눈에 인턴들은 상대적 약자였고, 그들이 약자라는 사실 보다 더욱 중요한 것은 미래가 기대되는 다듬어지지 않은 원석이라는 점이었다. 인턴 시절을 겪어봤던 터라 사소한 지도도 그들에게 큰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것을 누구보다 알고있었다. 나의 목적은 그들을 잘 활용해 일하는 것보다, 계약기간이 만료되었을 때 그들이 누구보다도 준비된 예비 사회인이 되도록 하는 것이었다. 이런 생각이 주제넘은 일인지는 감히 따져보지도 않았다. 어쨌든 나는 이들과 6개월 동안 함께할 것이고 그 기간은 어떤 시간 보다 값어치 있게 보내져야 한다고 생각했다.

매 순간 신념대로 임하진 못했겠지만, 나에게 주어진 업무보다 퇴사 후 그들의 미래를 더 생각했다. 그렇게 지도하기 위해 노력했다. 감사하게도 그 진심이 그들에게 전해졌고 인턴들은 나를 잘 따랐고 맡은 바 책임을 다했다. 무엇보다 그들은 나에게 마음을 내어 주었다. "대리님"하고 부르던 인턴들은 마지막 날 나에게 준비한 편지와 선물들을 건네며 "누나" 혹은 "언니"로 호칭을 전환하겠다며 공표했다. 나는 그 친근함이 못내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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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을 다했던 그들이 떠남과 함께 내 마음도 어딘가 숭덩 떨어져 나간걸까. 그들이 떠나고 머지 않아 나도 조직을 떠났다. 내가 새로운 조직에서 새로운 직책을 맡았듯이 그들 역시 당당한 사회인으로서 새로운 조직에서 그들의 역할을 맡기 시작했다. 이런 소식이 있을 때면 그들은 버선발로 달려와 나에게 기쁜 소식을 알렸다.


하지만 열 세명의 인턴이 모두 빠짐없이 소식을 전하진 않았다. 나는 원래가 먼저 연락을 취하는 스타일이 아니어서 그저 오는 연락을 기쁘게 응하는 것 외에 더 따뜻한 연락의 방법을 취하지 못하는데, 유독 한 친구가 마음에 걸렸다. 연락을 해볼까 싶다가도 선뜻 연락을 하지 못한채 수개월이 흘렀다.  



나는 타이밍의 완벽함을 믿는다. 같은 책도 나에게 유독 완벽히 다가오는 타이밍이 있고, 인연도 그렇다. 그리고 연락의 완벽한 타이밍도 있다고 믿는다. 바로 그런 날이 된 것이다. 평소처럼 무감각하게 카카오톡을 열었는데 프로필 업데이트에 그 친구가 나타났다. 미끄럼틀을 가뿐히 내려가듯 순식간에 그 친구에게 연락을 했다. 잘 지내는지 물었다. 연락은 못했어도 종종 생각하고 있었다는 말과 함께.



그냥 그거면 되었는데, 답변이 뜻밖이었다. 너무 연락하고 싶었는데 자신은 다른 인턴들처럼 전달할 좋은 소식(이를테면 취업 같은 소식)이 없어서 연락하지 못했다고 했다. 소식이 있어야 하는 건 아닌데, 그리고 그것이 취업 소식일 필요는 더더욱 없는데. 오히려 마음이 조금 미안해졌다. 상상도 하지 못했던 마음을 알았고, 먼저 손 내밀지 못했던 지난 몇달이 아까워서였다.


그들이 인턴으로써 나와 함께 근무했던 그 시절, 그들에게 무언가를 기대하고 가르친 것이 아니었듯 나에게 소식이든 무엇이든 전달해주길 바랬던 것은 아니었는데 말이다. 그 마음을 모르는 건 아니었지만 소식이 있어야만 연락이 닿는 사이가 아니라는 걸 알려주고 싶었다.


삶이 우리 주위에 완전함으로 이미 드러나있듯, 관계도 그런 것 같다. 관계가 주는 이익과 효용은 부수적인 것이다. 너와 나, 우리가 인연을 맺었고 이 연결 속에서 주는 완전함이 이미 있다.



최근 연락이 뜸해진 주변 사람들을 생각할 때면 마음이 자주 무거워졌었다. 나를 향한 그들의 마음이 변했을까 조바심이 나기도 했다. 하지만 믿어주기로 했다. 그들이 지금 무척 바쁜 시기를 보내고 있을 수도 있고, 어쩌면 무언가 마음에 걸려 잠시 연락을 못하는 것일 수도 있다.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생각을 곡해해서 확대하지 않고 있다가 언젠가 운명같은 타이밍에 다시 연락이 되면 반가운 마음을 그대로 드러내면 되는 것이다. 중요한 건 물러서지 않는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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