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Paper Lab
디자이너로 살아가는 기쁨
공간 디자이너인 조경가로 살아오면서 밥 먹듯 일삼는 야근과 극악무도한 작업 환경 속에서도 꿋꿋이 버텨내며 지금까지 이 직업을 유지할 수 있던 것은 누가 뭐래도 힘든 과정 속에서 얻는 디자이너로 살아가는 기쁨과 자긍심이 있어서였다.
비록 내 땅에 내 돈으로 지은 내 것이 아닌 순전히 남의 것을 만들어주는 일지언정 조경가에게 내가 기획하고 디자인한 공간이 여러 사람들에게 본래 의도대로 설계되고 작동하고 있는 모습은 언제나 설명할 수 없는 벅찬 감동이며 또다시 힘을 내서 이 일을 지속해내갈 수 있는 큰 원동력이 되어준다. 그만큼 디자이너에게 자신이 창작해 낸 디자인의 결과물을 경험하는 것은 아주 중요하고 의미 있는 일이다.
실체가 있는 디자인..
최근 스마트폰, 태블릿 등 누구나 손쉽게 들고 다니는 디지털 문명의 Display가 보급된 이유인지 예전보단 인쇄물을 통한 디자인의 생산과 소비가 점점 줄어들고 있지만 종이에 인쇄된 그 감미로운 감촉을 느끼며 손쉽게 손에 쥘 수 있는 실체가 있는 ’ 디자인의 산물‘ 로서의 가치는 결코 사그라들지 않고 디자인 시장에서 활약을 하고 있다.
별도의 현상이 필요한 필름카메라에서 디지털카메라로.. 더 나아가 우리는 스마트폰을 통해 언제든 원하는 만큼의 사진을 고해상도로 생산해 낼 수 있는 세상을 살아가고 있지만 대부분은 실체가 없는 핸드폰이나 컴퓨터 폴더에 저장해 둘 뿐이다. 여기 오랫동안 폴더 안에만 묵히고 있던 추억 속 사진은 물론 소중히 간직하고 싶은 포스터나 아트웍을 자신의 개성에 따라 종이 속 실체가 있는 디자인으로 만들 수 있는 디자이너들의 놀이터 ‘더페이퍼랩’이 있다.
더페이퍼랩은 “내가 만약...” 디자이너라면? 제작자라면?이라는 관점에서 시작된 공간입니다.
매해 폭발적으로 성장하는 제품 패키지 시장에서 더 이상 종이는 단순 부자재가 아닌 브랜드의 정체성을 전달하는 핵심 메신저로 변화했습니다.
더페이퍼랩은 제품 패키지 디자이너가 지금까지 느껴왔던 불편함과 불확실성을 해결해 드리는 공간입니다.
디자이너의 아이디어를 다양한 소재(종이)와 출력, 평판 커팅을 통해 직접 mock-up 제작이 가능합니다.
또한, 최고의 제작물이 될 수 있도록 종이 선택과 인쇄 제작 업체에 대한 정보 등 다양한 전문 컨설팅을 공간 내 지니어스를 통해 받을 수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종이를 이용하는 모든 제작자에게 가치 있는 경험을 공유합니다.
한 장의 가치를 통하여 새로운 가능성을 찾는 곳.
바로 더페이퍼랩입니다.
B2C_ business to consumer
더페이퍼랩은 종이를 생산 유통하는 고전적인 B2B_ business to business 비즈니스 유형의 삼원특수지가 론칭한 브랜드로 자사가 생산하는 종이로 이룰 수 있는 여러 가지 가치들을 일반인들이나 개인 디자이너들이 손쉽게 직접 경험할 수 있는 장소이다. 이러한 움직임은 삼원특수지 같은 전통적인 B2B 기업들이 기존에 납품하던 기업이 아닌 최종 소비자들과 직접 소통하며 기업의 브랜드와 이미지를 제고시키는 전략으로 삼원특수지의 B2C 비즈니스 도약을 위한 새로운 시도로 여겨진다.
디자이너들의 놀이터
이곳은 일반인들이나 대학생 그리고 디자인 분야에 종사하고 있는 수많은 디자이너들이 종이의 선택은 물론 구입할 엄두도 못할 고가의 인쇄장비를 상주하는 전문가와 함께 상담하며 손쉽게 자신의 디자인을 근사한 인쇄물로 만들어 낼 수 있는 디자인 플랫폼이다.
우선 작업한 파일을 사전에 전송하고 방문하여 직접 인쇄할 유형과 샘플을 선정한 후 그에 따른 장비 사용비를 지불하는 방식으로 운영된다.
입구에 들어서자마자 제일 먼저 알록달록 수많은 종류/ 색상의 종이 샘플들이 방문자들을 환영하듯 맞이하는데 그 모습이 꾀나 인상적이다. 기껏 해봐야 대형 화방이나 삭막한 충무로의 인쇄소에서 진열된 종이를 고르던 것에 만족해했던 디자이너라면 가히 놀랄만한 디자이너들의 놀이터 같은 곳이다.
디자인 욕구
전시된 다양한 샘플들을 보니 잠들어있던 디자인 욕구가 다시금 솟구쳐 오르는 것 같다. 진열된 샘플 말고도 마치 디자인 박물관에 온 것처럼 구석구석 다양한 유형의 전시물들이 눈에 띄는데 삼원특수지의 전문 디자이너들이 주기적으로 직접 큐레이팅을 한다. 때마침 나도 올해 진행하고 있는 이 ‘취향의 정원’ 프로젝트 포스터를 제작 중인데 완성되면 이곳에서 세상에 하나뿐인 나만의 근사한 포스터를 인쇄를 해보리라 다짐해 본다.
The Bunker
한편에는 그 이름처럼 벙커를 닮은 아담한 갤러리 공간과 디자이너의 프로필 사진이나 기타 촬영을 위한 스튜디오가 자리해 있다. 문득 내가 십수 년 전 대학교를 막 졸업하고 취업을 위해 포트폴리오를 제작할 때는 사진관에 가서 프로필 사진을 찍고 화방에 가서 종이를 사다가 인쇄소에서 마음 졸이며 인쇄/ 제본을 했었는데 여기선 그 모든 것을 한 번에 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이런 프로그램들이 이곳을 단순히 종이를 진열하고 인쇄물을 생산해 내는 공장이나 업장이 아닌 디자인 결과물을 위한 인프라 제공과 함께 디자이너에게 다양한 영감을 제공하는 플랫폼이라는 것을 증명하고 있다.
추억의 조각
비록 나는 전문 그래픽 디자이너는 아니지만 자신이 창작해 낸 실체가 있는 결과물이 디자이너에게 얼마나 중요한 가치가 있는지를 서두에 언급했다. 어쩌면 이곳 더페이퍼랩은 그 흔한 커피를 마실 수 있는 카페도 성수동처럼 힙한 소비문화공간이 밀집해 있는 입지가 아니기에 평범한 일반인들 보단 개성 있는 디자이너들을 위한 취향의 정원에 가깝다.
하지만 생각해 보면 꼭 대단한 디자인이 필요하지는 않다. 자 이번봄에는 연인과 함께 친구와 함께 쾌쾌 묵은 오래된 폴더 속 사진 한 장을 꺼내어보자. 이제 막 추억이 새록새록 샘솟는 연인이라면 The Bunker의 스튜디오에서 직접 사진을 찍어보는 건 어떨까..? 그런 뒤 이곳에서 실체가 있는 세상에 하나뿐인 당신만의 추억 한 조각을 만들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