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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필르밍 Apr 11. 2023

책 추천:『에고라는 적』 라이언 홀리데이


에고라는 적


저자: 라이언 홀리데이

출판사: 흐름출판

발행: 2017/04/03


별점: ★★★☆ (3.5)

난이도: ★☆ (1.5)


내가 읽게 된 경위:

에고가 비대한 문제를 최근 들어 많이 의식하고 있었던 참에 밀리의 서재를 서핑하다 발견하고 바로 서재에 추가하여 읽기 시작


읽은 시기: 23/04/10~04/11

(어제 출근 때부터 오늘 퇴근 때까지)


왕복 3시간의 통근으로 인해 내 시간이 없어 지금 쓰지 않으면 나중에는 못 쓸 것 같아서 급하게 한 시간 동안 휘갈겨보는 리뷰.




어려운 책이라고 더 좋은 건 아니다.


일주일 이상 테리 이글튼의 비평가의 임무를 잡고 있었으나 이틀 만에 끝낸 이 책에서 더 많은 것을 얻었다. 애초에 "에고"에 대한 스스로의 문제 인식이 점점 커져 이 책을 골랐고, 내게는 급한 주제였던 만큼 특히 많은 내용이 와닿았다.


요즘 들어 "에고의 비대함이 문제야"라는 표현을 달고 살았는데 막상 정확히 정의할 수 없는 그 수준의 인식이었다. 그러나 이 책을 통해서 나의 문제의식이 구체화된 것 같고, 그렇기에 극복의 희망이 보여 기쁘다.


"합리적인 효용을 훌쩍 뛰어넘어 그 누구(무엇) 보다 더 잘해야 하고 보다 더 많아야 하고 또 보다 많이 인정받아야만 하는 것, 이것이 바로 에고이다."


난 늘 인정받는 삶을 살아왔다. 왜냐하면 명확하게 그것이 삶의 제일 큰 목표였다.


하지만 언제나 자신의 부족함을 느꼈고, 또 인정이란 마치 오아시스 같다는 걸 깨달았다.

해소되지 않는 갈증, 나는 밑 빠진 독에 물을 부으려고 하고 있었다.


인정이 주어지지 않았을 때, 혹은 나아가서 거절을 당했을 때 내 마음은 내려앉았다.

내 전체가, 내 하루가 고스란히 영향을 입고 마구 흔들렸다.

그렇지만 매슬로우의 욕구 이론에서도 상위권에 위치한 존경의 욕구로서 그저 당연하다고 생각했을 뿐 오랫동안 나는 인정에 대한 집착을 벗어나려고 조차 하지 않았다. 이 사실을 인지하지 1년 정도밖에 되지 않았다.


생각해 보면 전제부터 틀렸기에 나의 모든 계획과 비전은 첫 단추부터 어긋난 것이다.

현재의 나로서 기타의 것들을 내 삶에서 분리할 수 있을 때까지 얼마나 걸릴지 가늠조차 할 수 없다.

하지만 부단히 노력하여 하루빨리 나의 진정한 목표를 수립할 것이다.




"과거 그 어느 때보다도 발전한 기술이 당신더러 말을 하라고 요구하고, 옆구리를 찌르고 또 졸라댄다."
"자기 자신을 홍보하느라 보낸 시간들은 모두 자기가 진정 중요하게 여기는 것에 쏟아야 했지만 낭비되고만 시간이었음을 깨달을 것이다. "
"말은 사람을 고갈시킨다. 말하는 건 언제나 쉽다. 어떤 일을 하는 동안 그에 대해 말을 하는 것만으로도 그 일과 관련된 통찰력은 상당한 수준으로 줄어든다.


 허를 찔렸다. 여기저기서 자기 PR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나도 모르게 세뇌된 걸 발견한다. 브런치/블로그 글을 쓰기 위해 정작 내 글은 조금도 쓰지 않고 있다. 내 딴에는 이러한 글을 지금껏 하던 개인적인 작업에서 벗어난 새로운 종류의 생산적인 글쓰기라고 생각했는데 다시 한번 재고해야 할 것 같다.


정말 얄팍하기 그지없는 글도 쓰는 게 연습이라며 덜 익은 말들을 마구 토해내고 있다. 사실 이건 덜 익은 열매를 따는 행위가 아닐까? 무르익기를 기다려야 했었는데 성장을 촉진하다며 따서 익지 못하고 썩게 하고 있는 건 아닐까 그런 생각이 들었다. 조장발묘(助長拔苗)라는 중국의 사자성어가 있다. 빨리 자라라고 모를 뽑는다는 뜻으로 빠른 성과를 보려고 다른 힘을 더하여 도리어 해를 끼치게 된다는 말이다. 지금 나를 표현한 성어인 듯하다.




"열정으로 인한 낭비는 얼마나 끔찍한 일인지 모른다. 아스팔트 바닥에서 헛바퀴를 돌면서 스스로를 태우는 타이어처럼 인생 최고의 날들을 그저 쓸데없이 버리는 셈이다."

이 책은 단순히 열정을 무시하는 건 아니다. 다만 정녕 내가 원하는 게 뭔지, 에고에 휘둘리고 헛된 것을 쫓고 있는 건 아닌지 주의하라고, 진정으로 바라는 목표라고 해도 더 계획적인 신중함, 목적의식과 방향성을 갖고서 열정이 아닌 이성이 이끌어야 한다고 충고한다.


사실 책을 읽으며 계속 튀어나오는 의문이 있다. 저자는 성공을 목표하지 말고, 인정을 바라지 말고, 보상을 원하지 말라고 강요하지만 정작 그 모든 조언이 그 대가로 제시하는 건 "진정한" 성공, "진정한" 인정이다. 나약하고 자학적인 에고에 휘둘리지 말고 이성의 목소리를 쫒아서 궁극정인 인정을 얻으라고 하는 것일까. 물론 에고에 휘둘리지 않는 게 행복에 기여하는 부분도 있지만 중점은 아니었던 것 같다. 무엇보다 존엄성의 면모에서 참으로 실용적인 통찰이었지만 어쨌든 실제로 미덕을 실천했지만 말로가 이상적이진 않았던 인물도 책 중에 있었다. 이러한 관점을 한 번 시원하게 언급해 줬으면 좋았을 것 같다. 또한 사실 책의 내용은 더할 나위 없이 좋았지만 후반부까지 너무 비슷한 얘기라 뒷심은 부족하게 느껴졌다.


아니 사실 모르겠다. 지금 시간에 쫓겨 생각을 제대로 해보지 못했다. 다시 생각하면 조각이 맞춰지고 내가 제시한 의견이 오류투성이일수도 있다. 지금 또 난 막 뱉을 뿐이다. 시간의 부족을 탓하면서... 이 주제는 여기서 일단 입을 닫고 한 번 생각해 본 다음 수정해야겠다.




"시를 만드는 것은 시상들이 아니야, 실제 단어들이야"
"시인이 시적 상태를 경험하는 것은 그저 개인적인 차원의 일일 뿐이고 시인이 하는 일은 그 시적 상태를 다른 사람에게서 불러일으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집필은 결코 쉬운 작업이 아니다. 가만히 자기 자신에, 사물에 몰입해야 하는 일이다. 사실 우리가 수행하는 많은 가치로운 일들은 모두 고통스러울 정도로 까다롭고 어렵다. 그러나 그에 대해서 말하는 것은 언제나 쉽다."


이 책이 특히 내게 와닿았던 건 '작가'가 여러모로 종종 등장했기 때문이다. 글쓰기에 대한 얘기이든, 작가에 대한 얘기이든, 지망생에 대한 얘기이듯 특히 울림이 깊게 남는다. 아마 '비평가의 임무'였던 것 같은데 어느 누가 "중요한 건 관념이나 사상이 아니라 사물, 대상이야"라는 걸 읽었다. 내가 서서히 내 에고를 극복하여 지나치게 확고하고 시끄러운 의견에서 벗어나서 사물을 그저 사물로 보고 훌륭한 철학이나 글을 떠올릴 수 있게 됐으면 좋겠다.


지금껏 이 핑계 저 핑계 대면서 글을 안 쓴 게 오늘처럼 부끄러웠던 적은 없었다. 매번 *정말* 글이 안 써진다는 되지도 않는 핑계를 합리적인 것 마냥 퍽도 당당하게 남에게 말하고 다녔다. 정말 글을 써야지. 다짐하고 또 다짐했다.




무엇보다 이 책에서 좋았던 건 실패에 대한 태도에 관한 내용이다.

지난 1년간 평생 동안 피해온 거절을 몇 차례 경험하면서 발가벗겨지는 기분이 들었었다.

내가 부정당하는 건 내 삶의 전체가 부정당하는 기분이었다. 내 믿음이 깨질 때마다 정체성이 흔들리는 기분이 들었고 그런 경험이 거듭될수록 다시 나를 쌓아 올릴 기력이 나지 않았다. (가지고 있던 어른의 이미지와 고정관념도 영향을 끼친 것 같다. 나이를 먹을수록 누구나 색이 바래고 삶에 풍화된다고 어렴풋이 생각했던 것 같다.)

점점 이런 실패를 겪는 일은 많아질 일만 남았다는  너무나도 분명하지만 어떻게 그걸 겪으면서 내가 깎이지 않을  있을까 두려웠다.


며칠 전에 내가 쓴 일기이다.


정말 나는 가치가 없나? 사실 정말 따지고 보면 잘 하는 것도 없고, 딱히 일머리가 좋은 것도, 언어를 무진장 잘하는 것도, 아이디어가 넘친다거나 그 외 특별한 능력이 있는 것도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다고 글에 타고났거나 글을 열심히 쓰는 것도 아니다.


어떻게 반복되는 실패로 나의 가치에 대한 자신감을 잃지 않을 수 있을까. 아무리 과정이 중요하대도 성공의 근처에 뭔가를 찍어놓은 후 그때부터 과정에 집중하며 노력하고 싶다. 내 삶의 모든 노력이 축적되어 말로에 드러나는 결과가 너무 시시할까 두렵다.


그렇지만 생각해 보면 터무니없는 생각이었다. 실패가 나를 규정한다면 그거야 말로 에고의 문제이다.

고난과 역경은 나를 정의하지 않을뿐더러 진정한 성장, 변화, 성공을 위해 불가피한 과정이다. 어떻게 받아들여서 무엇을 얻어내느냐가 관건이다.


“내면 깊숙이 가정하고 있던 생각들이 도전받을 때 느끼는 방어적인 감정들에 의도적으로 자신을 노출시켜라. 자신을 둘러싸고 있는 모든 것들을 바꿔보는 것이다.”
미식축구 감독 빌 월시: “언제나 승리로 나아가는 길은 ‘실패’라 불리는 어떤 지점을 통과해야 한다”
인생의 많은 의미 있는 변화들은 우리가 철저하게 파괴되는 순간들에서 비롯된다.
수많은 성공도, 고통스러운 삶의 굴곡도 자주 우연적이다.

 





사실 이 책의 내용은 정말 단순하다. 에고에게 선택이나 감정을 맡긴다는 것은 타인에게 내 삶의 권리를 위임하는 것과 다를 바 없다는 것, 가치 유무를 외부적인 요소들이 결정하지 못하도록 할 것, 판단과 결정은 늘 자신이 내릴 것, 이성적으로 옳은 것을 추구할 것. 이게 다다. 그렇지만 내게는 적기에 만난 유용한 책이었다. 새겨들을 말이 많았다.



맺음말


독후감을 쓰는 건 "독서"라는 행위의 완성이라고 종종 생각했다. 어설픈 나의 실력으로 인해 허접한 독서의 경험을 보완해 준다고 생각했는데 지금으로서는 모든 종류의 기록이 그저 에고를 위해 자리를 깔아주는 게 아닐지 고민이 된다.


아마 고작 한 번의 독서로 자아가 다스려지지는 않을 것이다. 잊지 말고 올해 안에 한 번 더 이 책을 읽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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