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핸드폰이 없는 하루라고 하기도 뭐 하다. 겨우 한 시간이 채 되지 않는 정도였기 때문이다.
챙길 짐이 여러 가지라 하나둘 챙겨 집을 나섰다. 자고로 핸드폰이란 굳이 챙기지 않아도 디폴트처럼 손이나 주머니에 늘 있어야 하는 존재였기에, 차를 타고 나서야 핸드폰이 없다는 걸 인지하게 되었다. 택배를 부치고 도서관에 들르는 정도의 일정이라 잠깐 없어도 되겠지 싶어 일단 출발하였다.
아, 무언가 허전하다. 음악이 없다. 늘 블루투스로 연결해서 열었던 나의 달리는 노래방의 휴업이 시작된 것이다. 당장 필요한 건 아니지만, 핸드폰이 없다는 사실은 나를 조금 불안하게 만들었다. 가다가 사고라든지 비상 상황이 생겨 누군가에게 연락을 해야 하는데 통화 수단이 없으면 어떡하지? 등 'n'의 별별 상상력으로 핸드폰의 빈자리를 채우며 운전을 시작했다. 택배는 이미 결제 수단을 등록해 놓은 터라 문제없이 가능했고, 다시 도서관으로 향했다.
노래 없이 달리는 차 안은 고요했지만 나의 잡생각을 늘이기에 최적의 환경이었고, 생전 차에서 들은 적 없는 라디오를 틀어 보았다. 2시의 컬투쇼가 나오고 있었다. 피식피식 웃음이 나기도 하고, 오랜만에 내가 선택하지 않은 노래들을 감상하는 것도 실로 나쁘지 않았다. 다만 아쉬웠던 점은, 내가 연결해서 듣는 노래는 내비게이션의 음성에 묻히더라도 내가 모르는 부분이 아니라 큰 상관이 없는데, 라디오는 잠깐 못 듣게 되는 그 사이 나 빼고 재밌는 이야기를 나누었을까 봐, 중간에 들리지 않는 게 너무 큰 아쉬움이었다. 이 부분을 꼭 일기에 적으리라 생각하며 엄마의 심부름을 처음 하는 아이처럼 까먹지 않으려고 계속 상기하며 운전을 했다.
원래는 도서관에서 책을 고르고 좀 읽다가 대여하려고 했는데, 아무래도 핸드폰 생각이 자꾸 날 것 같아 집중이 되지 않을 듯하여 대여만 하고 집에 돌아왔다. 도서관에서 차까지 잠깐 걷는 시간에 핸드폰을 보지 않으니 그 주변에 어떤 아파트들이 있었고, 땅에 떨어진 솔방울이 이렇게 길고 휘어 있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사실 도서관에서 책을 읽는다거나 거리를 걸으면서 핸드폰을 자주 들여다보는 편은 아니지만, 그럼에도 핸드폰이 나한테 없다는 건 상당히 이상한 기분이 드는 일이었다. 핸드폰이 없는 시절이었다면 당연한 일이었을 텐데.
나쁘다고 말할 수는 없지만, 확실히 스마트폰이 24시간 곁에 있는 삶은 마냥 좋은 것만은 아니라는 생각이 드는 시간이었다. 짧은 영상에 담긴 하이라이트 부분들만 보며 도파민을 충전하고, 나에게 큰 의미 없는 릴스들을 손가락으로 넘기며 하루를 마무리하는 날이 많아진다. 긴 영상의 클라이맥스로 가기 전까지의 시간이 지루해져 버리는 부작용이 시작된 것이다. 덜 봐야지 싶으면서도 아무것도 보지 않는 삶이 어색해져 버렸다. 이렇게 일기를 쓰고 나니 건강한 습관을 들여야겠다는 생각이 마구 솟구친다. 이 마음이 언제까지 지속될까 모르겠지만, 또한 이 일기를 핸드폰으로 적 고 있지만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