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꼴라(rucola)
지난 겨울, 추운 날씨에 몇 개의 화분이 수명을 다했다. 정남향이라 베란다는 그래도 채광이 빵빵하기에 방심하던 사이 그렇게 떠나버린 몇몇 식물들. 이후로 나도 추워서 나가기 싫다보니 실내로 들여온 화분 외에 베란다에 남겨진 아이들은 내심 포기한 상태였는데, 어느날 나가보니 홀로 파릇하게 살아 남은 기특한 녀석이 있었으니 바로 루꼴라 이다.
물도 안 줬는데 잘 살아 있네?
물도 제대로 안 줬던것 같은데 어떻게 살았지? 날씨도 엄청 추웠는데. 심지어 먹기 좋게 잘 자라 있다. 참 신기하네.
루꼴라(rucola)는 지중해산 에루카속의 일년초로, 프랑스어(roquette)에서 유래되었다고 한다. 낯선 이 채소는 언제부터인가 피자, 파스타의 토핑으로 자주 만나게 되면서 점점 익숙해지기 시작했다. 쌉쌀하면서 고소한 듯한 느낌의 특유의 향이 있어 치즈가 듬뿍 들어간 피자에 올려먹으면 향긋한 맛이 참 좋다. 방울토마토와 함께 발사믹 소스를 뿌린 샐러드를 만들어 먹어도 맛있는 아이.
왜 있잖아, 시금치 처럼 생긴거
시금치와 비슷하게 생겨서 더 친근해진 것 같다. 처음에 애들이 '루꼴라가 뭐였지?' 하면 '시금치 비슷하게 생겼는데 피자에 올려 먹었던거'라고 하면 알아듣곤 했다. 시금치와 향이 전혀 다르긴 한데 모양도 비슷하고, 피자나 파스타에 올려 먹는것도 비슷하니, 둘이 비슷한 과인가?
'루꼴라 효능'을 찾아보니 '입맛 회복' 이라고 나온다. 독특한 향이 처음에는 낯설게 느껴질 수 있으나 묘하게 중독되는 맛이 있다. 루꼴라에는 비타민이 풍부하고 미네랄, 항산화제가 있어 면역력을 높여준다고 하는데 특히 비타민C는 100g당 하루 권장 섭취량의 25%가 들어 있다고 한다. 항암작용, 심혈관 건강, 소염작용에 효과가 있고 베타카로틴, 루테인, 지아잔틴 등 카로티노이드 항산화 성분이 풍부하게 들어 있어 눈 건강에도 좋다고 한다. 또한 칼슘도 다량 함유되어 있어 뼈 건강에도 좋다고 하며 장 기능을 원활하게 만들어주는 성분이 함유되어 있어 소화촉진과 소화불량을 개선하는 효과도 있다고 한다. 여러모로 몸에 참 좋은 채소로구나.
처음 길다란 화분을 샀을 때 직접 키워 먹겠노라고 이런 저런 씨앗들을 잔뜩 심어봤었는데 씨앗부터 시작해서 키우기란 생각보다 만만치가 않았다. 화분에는 영양분이 많지 않다 보니 튼튼하게 자라주지도 않았다. 그 와중에 거의 유일하게 성공한 녀석인 것이다.
주말 점심, 드디어 루꼴라를 수확해서 피자를 만들었다. 또띠아에 피자 소스를 올리고 베이컨, 모짜렐라 치즈를 올려 오븐 또는 토스터기 또는 에어프라이어에 구우면 끝. 이 때 주의할 점은 루꼴라는 마지막에 토핑으로 얹을 것. 쌉쌀한듯 고소항 특유의 향이 치즈가 듬뿍 들어간 피자의 맛을 한껏 더 고급지게 업그레이드 시켜준다.
그래 그 추운겨울, 그렇게 살아남은걸 보니 너는 분명 엄청난 생명력을 가진 아이임에 틀림없다. 기특해서 옆에 친구들을 또 심어주었다. 쑥쑥 자라서 올 봄 우리집식탁을 향긋하게 채워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