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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그리니 Mar 30. 2023

사랑과 관심을 듬뿍 주세요

로즈마리(rosemary)

허브를 키우는 것은 참 어려운 일이다. 특히 로즈마리를 키우기 시작했다고 했을 때, 지인이 이야기해 주었다. 키우기 쉽지 않은 아이라고.

조금만 사랑이 식어도 금방 시들어 버려요


2~3일 여행만 다녀와도 금방 명을 달리하더라는 녀석. 그래서 여행 가기 전에 다른 아이들은 몰라도 이녀석은 꼭 인사를 해주고 간다. '며칠만 기다려줘, 금방 올게'


물을 주고 나면 파릇한 향이 너무나 좋다. 허브를 키우기 어려운 이유 중 하나가 강력한 향 때문에 벌레들이 많이 생긴다는 것인데 이녀석은 물 주고 난 후에만 향이 확 피어올라서 딱히 평소에 벌레가 많이 몰려드는 것 같지도 않다. 향기가 너무 좋아 쓰담 쓰담.. 사랑스러운 나의 로즈마리

왼쪽은 몇년째 키우다 뜯어먹다 하면서 아직까지 잘 크고 있는 녀석. 오른쪽은 얼마 전 새로 구입한 녀석. 같은 로즈마리이지만 잎 크기가 매우 다르다. 로즈마리는 햇빛을 아주 좋아하기에 정남향의 우리집 베란다에서 잘 자라고 있다. 충분한 일조량이 확보되면 보라색의 예쁜 꽃이 핀다는데 안타깝게도 아직 몇 년째 꽃은 보지 못하고 있다. 지중해성 식물이라 습에 약하고 건조에 강하며, 특히 잎이 작아 증산작용이 적으니 과습은 주의해야 한다고 한다.


로즈마리는 어떤 음식에든 토핑으로 올리기에도 좋고, 특히 고기 구울때 위에 올리면 향긋항 향이 냄새 제거에도 좋다. 주말에는 닭 가슴살을 구울때 로즈마리를 얹어 보았다. 굽는 내내 시원한 향기가 솔솔 나고 잡내를 싹 잡아준다. 요리가 완성된 후에는 토핑으로 무심하게 툭 얹어놓아도 참 멋스럽다.

얼마 전에는 파 한단을 사서 대파올리브유를 만들어 보았다. 빈 병에 대파를 송송 썰고 마늘 2스푼을 넣은 후 올리브유를 파와 마늘이 잠길때까지 가득 붓고 마지막에 로즈마리를 조금 넣는다. 이렇게 만들어서 냉장고에 넣어두고 볶음밥을 만들때나 파스타 만들때 사용하면 시원한 허브향과 함께 풍미 좋은 요리를 만들 수 있다.

이름만큼이나 꽃말도 예쁜 로즈마리. 로즈마리의 꽃말은 ‘아름다운 추억' 이다. 라틴어로 ‘ros’는 이슬이고 ‘marinus’는 바다를 뜻하니 ‘바다의 이슬‘이라는 뜻인데 중세 이후에야 오늘날의 이름인 ‘rosemary’가 되었다고 한다. 지중해 해안 기후에서 자라다 보니 이런 예쁜 이름을 가지게 되었나 보다.

기원전 500년 전부터 고대 로마인과 그리스인이 약용 및 요리용 허브로 사용했다는 기록이 있고, 이집트 무덤에서는 기원전 3000년 전에 사용된 말린 로즈마리 가지가 발견되었다고 한다. '기억한다'는 의미의 꽃말과 정화의 속성 때문에 이렇게 추모용으로도 사용해 왔지만, 무엇보다 로즈마리 향에는 기억을 높이는 성분이 함유되어 있어 집중력 향상에 도움이 된다고 한다. 항균, 살균 작용이 뛰어나고 보습 효과도 좋아 피부를 부드럽게 진정시켜 주기에 화장품 원료로도 흔히 사용된다고 한다.


나를 잊지 마세요

아름다운 지중해의 향기를 전하는 로즈마리. 손끝을 스쳐 지나갈 때마다 결코 잊을 수 없는 좋은 향기를 선물하니 어찌 너를 잊을 수 있겠니. 이름도 꽃말도 참으로 사랑스러운 rosemary. 사랑과 관심을 듬뿍 줄께. 건강하게 자라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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