숫자보다는 흐름에 주목하자.
상장 기업들의 실적 발표 시즌이다. 실적 기사는 주요 산업계를 출입하는 기자들에게는 매년 4번씩 마주쳐야 할 기사다. 기업의 기업가치와 경영성과를 가늠해 주는 경제 분석기사의 꽃이다.
실적 기사를 제대로 쓰려면 재무제표를 볼 줄 알아야 한다. 이 가운데 중요하게 봐야 할 지표가 '매출'과 '영업이익' '순이익'이다.
매출은 기업의 제품이나 상품, 서비스를 판매해 얻은 대가를 말한다. 기업의 외형 성장을 알 수 있는 핵심 지표다. 영업이익은 매출액에서 매출원가와 판매비 및 일반관리를 뺀 금액을 말한다. 인건비, 광고 관리비, 대리점비 등을 제외하고 기업이 영업활동을 통해 얼마큼 이익을 남겼는지 알 수 있다. 그 기업이 진짜 장사를 잘하는 기업인지 보려면 매출보단 영업이익을 봐야 한다. '남는 장사'를 했는지 여부를 알 수 있기 때문이다.
'순이익'도 빼놓을 수 없는 지표다. 순이익은 일정기간 벌어들인 수익에서 모든 비용을 빼고 순수하게 남은 돈을 말한다. 영업이익에서 영업 외 수익과 비용(지분투자 등)을 가감하고 특별손실, 법인세 등을 뺀 금액을 말한다.
1. 기업 실적 기사를 쓸 때 외형적인 규모와 내실이 중요하기 때문에 통상 '영업이익'과 '매출' 지표 위주로 쓴다. 실적 기사는 기준치 대비 비교가 중요하다. 영업이익과 매출을 전년 같은 기간(동기 대비) 비교하자.
분기 실적의 경우, 전년 같은 분기 실적과 연간 실적이라면 전년 연간 실적으로 비교하는 게 통상적인 관례다. 가전제품과 반도체, 소프트웨어 등 계절적 사이클을 타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가령, SW는 일감이 하반기에 대거 몰리는 전형적인 상저하고형 산업이다. 상 하반기 매출로 비교한다면 무리가 있다. 다만, 연속 분기별 흐름에서 특징적인 변곡점이 있거나 해당 분기 대외 거시 경제상황이 달라질 경우 전년 동기 대신 전분기와 비교하는 경우가 있다.
ex) SK텔레콤은 지난해 연결기준 매출액 15조 9449억 원, 영업이익 2조 1350억 원을 기록했다고 15일 밝혔다. 전년과 비교해 매출액은 2.2% 늘었지만, 영업이익은 6.3%나 줄었다.
ex) 네이버 매출이 6분기 연속 성장세에 제동이 걸렸다. 네이버는 지난 3분기 매출이 9500억 원. 전 분기(1조 원) 대비 5%나 줄었다. 지난 2011년 4분기부터 이어왔던 6분기 만에 마이너스 성장세로 돌아섰다.
2. 속보 정리할 때는 매출과 영업이익, 전년 대비 증감률을 첫 문장에 쓴다. 하지만 종합 정리기사의 경우, 첫 문장에 매출과 영업이익 지표를 토대로 그 기업의 실적 흐름을 리드로 잡는다. 가령, 사상 최대 매출 혹은 영업이익을 냈으면 그게 리드문이다. 기업 영업이익이 흑자 혹은 적자로 전환했는지 여부도 중요하다. 연속 분기 혹은 연도별로 1000억, 1조 원 등 기념비적인 목표치를 돌파했는지 혹은 연속 분기 성장을 일궜다는 점도 확인한다. 만약 이런 지표가 없다면 해당 분기의 실적을 요약해 준다. 증권가에서 예측한 가이던스(잠정추정치)와 비교해도 된다. 가이던스를 웃도는 성과를 기록했다면 '어닝 서프라이즈', 가이던스에 미치지 못했다면 '어닝 쇼크'로 표현한다.
ex) 네이버가 분기 사상 최고실적을 갈아치웠다. 쇼핑·광고·콘텐츠·금융 등 안 되는 사업이 없었다. 신종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재확산하며 네이버를 언택트 전환의 최대 수혜자로 끌어올렸다. 4분기엔 전략적 협력관계를 구축한 CJ그룹과 시너지를 내며 성장에 가속도가 붙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네이버는 29일 3분기 매출 1조 3608억 원, 영업이익 2917억 원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24.2% 증가했고, 영업이익은 1.8% 늘었다. 당기순이익은 176% 늘어난 2353억 원을 기록했다. 네이버 일본 자회사 라인을 포함한 3분기 매출은 2조 598억 원이다. 네이버가 분기 기준으로 매출 2조 원을 넘은 건 처음이다.
ex) KT가 지난 2분기 사상 최악의 실적을 기록했다. 7572억 원의 순손실을 기록했다. 황창규 회장 취임 이후 2분기 연속 적자행진이다. 내부 분위기는 그다지 침울하지만은 않다. 올 초 8000명에 달하는 대규모 구조조정에 따른 일시 비용 탓일 뿐, 오히려 수익지표는 전분기 대비 호전됐다는 분석이다.
29일 발표한 KT의 2분기 성적표는 외형적으로 보면 참담하다. 5조 8955억 원의 매출에 영업손실 8130억 원, 전분기 대비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 모두 적자로 돌아섰다. 그러나 이는 무려 1조 2000원 규모의 명예퇴직 비용이 일시 반영됐기 때문이다. 이를 제외할 경우 영업이익은 오히려 전분기 대비 57.6% 늘어난 2400억 원 흑자를 기록한 것으로 추정된다.
3. 주요 기업의 경우 실적발표 후 기업 경영진들이 애널리스트들과 컨퍼런스 콜(전화회의)을 개최한다. 컨퍼런스 콜에서는 분기 실적에서 중요 지표에 대한 회사측의 보충 설명과 다음 분기에 대한 가이던스, 경영전략 등이 발표된다. 기업 투자자들이나 독자들에게 이 정보가 해당 기간 실적보다 중요한 정보다.
4. 통상 4분기 실적 시즌에는 4분기 실적보다 연간 실적 지표가 더 중요하다. 통상 기업들이 4분기 실적과 함께 당해연도 연간실적을 함께 발표한다. 1, 2, 3분기는 분기 실적, 4분기엔 연간 실적을 정리하자. 4분기 실적을 꼭 넣어야 할 필요가 있을 경우에만 4분기 실적을 따로 빼서 정리한다.
5. 가장 핵심적인 Tip이다. 기업들은 실적발표 시 자사에 유리한 수치만 나열하는 식으로 포장한다. 기업 홍보팀 입장에선 당연하다. 그러나 정확한 기업의 재무상황을 전달하려면 오로지 숫자만 놓고 분석하자.
가령, 분기 매출은 전년에 이어 사상최대 매출을 기록했지만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반토막 난 기업이 있을 수 있다. 회사 측은 관행적으로 '사상 최대 매출 또 경신'이라는 제목의 보도자료를 보내올 것이다. 하지만 독자들은 어쩌다 이익규모가 절반으로 줄었는지가 더 궁금할 수 있다. 관건은 시간이다. 실적 기사는 정확한 분석도 중요하지만 빠르게 기사를 출고하는 것 역시 중요하다. 상장사라면 시초 단위로 주가가 변동되기 때문이다. 아무런 준비 없이 자료를 받은 다음에도 영업이익이 왜 반토막이 났는지 전화로 확인한다면 늦을 것이다.
그래서 하루 전날 미리 준비하는 게 필요하다. ①1년간 분기별 기업 매출, 영업이익을 파악하고 있어야 한다.(4분기엔 연도별 매출, 영업이익 현황. 미리 시각물을 작성해 놓으면 편집부 시각물 요청 시 편하다.) 그래야 리드를 뽑을 수 있다. ② 해당 분기별 실적을 분석한 증권사 리포트를 2~3편 읽자. 컨센서스를 어떻게 잡고 있는지, 그래서 실제 실적이 공시될 경우 차이가 뭔지, 주요 사업부분별 관전포인트 정도는 꼭 확인을 해야 기사를 빨리 쓸 수 있다.
6. 실적 기사는 비교의 연속이다. 그러다 보니 '전년 동기 대비' '증가했다' 등 같은 단어를 반복적으로 경우가 많다. 성의 없어 보인다. 그럴 때는 다음 문장에선 반복적인 용어를 쓰지 말고 다른 유사말로 대체한다.
가령 앞 문장에서 '전년 동기 대비'를 썼다면, 다음 문장에선 '전년 같은 기간에 비해' 등으로 바꾸자. '증가' '감소'도 반복적으로 쓰지 말고 '늘었다' '줄었다' 등으로 바꿔 쓴다. 글의 형식도 마찬가지다. 이전 문장에서 쓴 패턴을 반복적으로 이어 쓰지 않도록 주의를 기울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