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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영 Nov 14. 2024

저 푸른 초원 위에 비상금



초록 벌판을 보면 달리고 싶은 충동을 느낀 적이 있는가? 나는 어릴 부터 그 초록 벌판을 향해 끝없이 달리며 장난치고 웃는 도시 사람들의 모습 좋아했다.

그들이 행복해하며 자연을 마음껏 누리고 뛰어다니는 모습은 광고의 한 장면처럼 아름게 보였다.

그리고 그들이 떠난 자리는 내게 훨씬 더 아름답게 보였다. 그들은 마음껏 웃는 것도 모자라 그곳에 돈을 뿌려놓고 떠났기 때문이었다.


어릴  내 주머니에는 돈 마를 날 없었다.

부모님의 식당이 잘 된 덕도 있지만 그 외에도 내게는 돈 생길 이 있었다. 

그곳은 우리 집 앞에 있는 저수지 방죽 위였다.

봄이면 잔디가 새로 돋아나고 갖가지 들꽃들이 피어나 도시 사람들을 유혹다. '어서 빨리 달려 보라고'

연인들 잡고 걸어가면 그들도 풍경이 되는 곳.

긴 초록 길이 끝없이 펼쳐지며 어른도 아이처럼 뛰고 싶은 그 방죽 위가 바로 나의 일용할 용돈이 생기는 곳이었다.


내가 초등학생일  보통 사람들 주머니에 동전 몇 개쯤은 있었다. 지금처럼 물건값을 계산할 때 휴대폰 하나로 다 되는 세상이 아니었다.

현금이 아니면 물건을 살 수 없는 시대였다.

설령 지폐를 가지고 나와도 잔돈으로 생기는 동전을 그 허술한 바지 주머니에 넣었다.

그러고는 초록 벌판을 신나게 달렸다.

주말이면 더 많은 사람들이 방죽 위를 찾았다.

동전이 주머니에서 빠져나가는 것도 모르고 잡고 잡히 놀이를 하면서 이리저리 뛰어다녔다.

주말이 지나면 사람들의 발길은 뜸 해지고 초록 벌판은 다시 평화를 찾는다. 그때부터 내가 원하면 언제든 잔디밭을 거닐며 동전을 주울 수 있었다. 

고작 얼마 되지 않어도 교에서 돌아오던 그 먼 길에 군것질할 수 있 금액이었다. 저 푸른 들판이 내 비상금을 만들어 품어주고 있는 은행이었다.


그렇게 생긴 돈은 동전이라서 그랬는지 죄책감도 었다.

'주운 돈은 빨리 써야 한다.'라는 말도 있던 때였다.

게다가 내가 뛰라고 한 것도 아 그 많은 사람들에게 "그렇게 뛰어다니면 주머니에서 동전이 빠집니다. 절대 뛰지 마세요."  수도 없는 노릇이니 그 동전들은 그냥 내 용돈인 게 맞았다.

풀 밭에서  짜리, 오십 원, 백 원, 오백 짜리 동전들을 찾는 일은 밤나무 밑에서 알밤 찾는 것보다 훨씬 더 았다. 오백 원짜리 동전을 줍기라도 했을 땐 신나서 콧노래도 저절로 나왔다. 

저 푸른 초원 위에~유후~


다른 용돈을 넉넉하게 받아쓰던 시절이 아니었기에 더 크게 느껴졌던 비밀스러운 나만의 비상금 스토리가 재미있었기를.


초등학생 때 있었던 일이지만 언제나 내 주머니를 풍족하게 해 줬던 이름 모를 수많은 사람들에게 감사의 인사를 드리고 싶다.

당신들은 그때 내게 동전을 주고 지금은 이렇게 추억으로 남아 글감도 만들어 주는 고마운 분들이 말이다.

동전은 돈 취급도 못 받는 요즘이다.

그래도 이제는 글로나마 전하고 싶다.

혹시 초록 들판을 달리고 싶거든 자신의 주머니를 꽉 붙잡고 뛰시라고!

선재 업고 튀어! 아니, 주머니 잡고 뛰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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