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윤영 Nov 05. 2024

기적의 안약


얼마 전  큰언니로부터 형부의 눈에 이상 증세가 있어 안과에 가 있다는 소식을 듣고 깜짝 놀란 일이 있었다.

우리 오 자매는 웬만한 집 안팎의 일 자매들의 단체 채방에서 공유하며 지내고 있기에 그 소식이 올라오자마자 채팅방 형부 걱정으로 난리였다.

형부 눈이 어찌 됐다는 거냐, 검사는 했느냐, 갑자기 그게 무슨 말이냐, 언제부터 어디가 이상하다는 것이냐, 빨리 설명을 해봐라 하며 언니의 대답을 재촉했다.  그런데 정작 엄청난 소식을 툭 던져 놓은 언니는 한참 동안 이 없었다.

알고 보니 단체 채팅방에 글을 올렸을 땐, 이미 형부 눈에 나타난 이상 증세로 각종 검사를 받은 후였고, 의사 선생님께 그 결과를 듣기도 전, 언니도 형부가 걱정되어 의사 면담을 기다리며 우리에게 소식을 올렸던 거였다.


단체 채팅방은 언니의 답장이 올라오기 전까지 큰 형부의 눈을 걱정하며 갖 추측이 난무했다.

일도 손에 잡히지 않아 소식이 올라오기만을 기다리던 우리는 언니가 올린 형부의 이상 증세와 검사 결과를 고 오히려 더 잘 된 것 아니냐며 이번엔 비결이 뭐냐고 난리들이었다.

사연인즉, 시력이 좋지 않아 안경을 쓰던 형부의 눈이 갑자기 너무 좋아졌다는 것이었다.

검사 결과는 형부의 말을 증명하듯 시력이 무려 0.5 정도가 좋아져서 안경까지 새로 바꾸고 병원을 나선다고 했다. 그렇다고 아무 문제가 없다는 것은 아니었다.

의사 선생님은 이런 현상 백내장 초기 증상일 수 있다 자외선을 더욱 조심해야 한다는 경고도 붙여 말했다고 했다.


심각한 상황이 아닌 것으로 판단한 우리 자매들에게 의사의 소견은 자외선만 조심하면 좋아진 시력으로 살 수 있다는 말로 들렸다.  조금 전까지의 걱정이 무색할 만큼 호들갑을 떨며 이번에는 눈이 좋아진 비법을 내놓으라고 성화였다.

눈이 좋아진다고 느꼈던 시점에 형부가 운동을 시작했다거나 뭔가를 먹기 시작했다면 분명 그게 이유일 거라고 그걸 생각해 보라고 했다.

하지만 언니는 눈이 좋아진 당사자가 아니었기에 시원스러운 답을 주지 못했다. 그래도 우리는 한결 가벼워진 마음으로 자외선을 특별히 더 신경 써서 조심하는 게 좋겠다는 당부를 하며 그 대화를 즐겁게 마무리했다.


나는 어차피 나이가 들면서 백내장이 생길 거라면 그 증세로 눈이 좋아지는 일은 충분히 감당하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 날이 갈수록 시력이 떨어지던 내게 0.5만큼의 시력은 너무나 간절했다.

농담처럼 비법을 물었지만 진심도 반 이상 섞여 있었다.


그 일이 있고 일주일이 지난 뒤, 때마침 버지 어머니의 합동 제사가 있었다. 중요한 날인만큼 오랜만에 우리 형제자매들이 모두 한자리에 모였다.

제사를 잘 지내드리고 나서 저녁 식사를 함께하던 우리 자매들은 형부에게 어떻게 시력이 좋아진 거냐고 물었다.

형부는 정말로 비법이 있다며 웃음기 가득한 얼굴로 가족들 앞에서 너스레를 떨었.

평소에도 장난기 넘치는 형부는 실감 나게 그때의 심정을 전하더니 대뜸 자신이 사용한 안약이 분명 눈을 좋아지게 만든 것 같다는 것이었다. 우리는 모두가 웃으며 약장사놀렸지만 그래도 밑져야 본전이니 써 보겠다며 그 안약 이름을 물었다.

형부는 토끼가 용황님께 간을 빼놓고 왔다고 한 것처럼 자신도 그 안약을 집에 놓고 왔기 때문에 집에 돌아가면 알려주겠다고 말해서 다시 한번 웃음을 주었다.

피곤해서 눈만 비벼도 그 안약을 넣으면 좋아진다는 농담 따위를 하며 한참 동안 그 주제로 즐거웠었다.


그리고 이제는 모두가 일상으로 돌아왔다.

형부가 정말 이렇게 안약의 이름을 알려주기 전까지는 말이다.


'이걸 정말 믿고 써봐야 하나 말아야 하나 '











매거진의 이전글 내 코 낮고, 내 코 복코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