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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슬기로운유니 Jul 09. 2023

특별한 우리의 만남

지금 만나러 갑니다 

온통 새하얀 병실의 침대에 앙상한 나뭇가지처럼 가늘게 굳어버린 자식을 바라보고 있는 엄마의 눈빛을 본 적이 있다. 그 눈빛은 눈물조차 말라버린 깊은 애절함이었다. 상처가 덫 나서 자극을 줘도 아픔을 느끼지 못하는 고통이었다. 


행여나 들킬세라 상처가 밖으로 새어 나오지 않게 안간힘을 쓰고 있었다. 침대에 누운 아이는 커다란 투명 비닐봉지에 담긴 하얀 액체 덩어리만을 의지하고 있었다. 잠시 멍하니 바라보다 더는 응시할 수 없었다.      

엄마는 어떤 심정일까? 짐작도 되지 않았다. 겪어 보지 않고 그 심정을 감히 설명할 수 있을까? 환하게 미소 짓는 나의 아이들을 보며 깨달았다. 아이의 아름다운 미소를 맘껏 볼 수 있다는 건 하늘의 축복이고 선물이다.      

“엄마는 나 사랑해?!” 별하가 물었다.

“그럼, 당연하지. 엄마는 우리 별하가 이 세상에서 제일 소중해!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을 만큼.”

세상을 온통 엄마로 물들인 아이의 눈에는 엄마가 그리고 나를 보살펴 주는 엄마 같은 존재를 가장 사랑한다. 그리고 사랑해주기를 바란다. 사랑만 줘도 시간이 부족하다. “정말 사랑한다.”라고 진심을 담아 이야기해 주자. 아이는 그걸로도 충분하다.    

  

“나는 사랑했고, 그래서 살았노라.”


맷 헤이그 『미드나잇 라이브러리』 주인공 로라가 한 말이다. 로라의 삶에서 정말 힘들었던 건 사랑의 부재였다. 로라에겐 사랑이 없다면 모든 게 무의미할 뿐이었다. 로라의 모습을 보면서 어릴 적 나의 모습을 그려 보았다. 네 살 때, 어둡고 좁은 방안에서 일어났던 그 날의 기억은 나의 모든 삶 속에 지독한 그리움으로 물들었다. 그 그리움은 엄마의 부재였다. 아이에게 엄마는 온 세상 그리고 사랑 그 자체이다.      

그날의 기억은 나의 모든 날을 아프게 했다. 앞으로 나아갈 수도 뒤로 물러날 수도 없었다. 원망의 늪에서 빠져나올 수 있었던 유일한 방법은 사랑이었다. 나와 닮은 또 다른 생명을 낳아 키우고 보살피면서 그들로부터 사랑받았던 날들이 모든 치유의 날 들이었다. 그 사랑을 깨닫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렸다.


아프리카 탄자니아는 행복지수가 매우 높은 나라이다. 지구 마블 세계여행 이란 프로그램을 어느 날 우연히 시청했다. 한국 유튜브 창작자들이 브루마블 게임과 비슷한 지구 마블 이라는 게임을 통해 세계여행을 하는 프로그램이다. 창작자 한 명이 탄자니아를 여행하면서 겪는 일화였는데, 인상 깊게 본 장면 중 하나가 기억에 남는다.      


여행 중 택시를 불러 험난한 길을 가는 중에 타이어에 펑크가 났다. 창작자는 너무 당황하고 있는데 갑자기 마을 주민이 택시 주변으로 다가왔다. 허름한 옷을 걸친 마을 주민의 표정은 이 세상 누구보다 행복해 보였다. 오히려 흥에 취해 춤까지 추었다. 그 모습을 먼발치에서 지켜보던 아이도 흥에 겨워 춤을 추었다. 당황한 창작자가 잠시 멈추는가 싶더니 이내 함께 춤을 추었다. 그러는 사이 택시 바퀴는 아무 일 없었다는 듯 새 타이어로 교체되어 출발할 준비를 했다. 어쩌면 인생이라는 게 이런 게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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