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10년차 올게 오고 말았다.
결혼9년차 우리부부는 괜찮을줄 알았다
2014년 04월05일 식목일날 결혼식을 올린 우리부부는 연예7년 만에 결혼에 골인했다. 결혼한지 한달만에 첫 아이가 생겼고 연예를 오래 했던 우리는 신혼생활이랄거 없이 바로 육아모드에 진입했다. 큰아이가 벌써 9살이고 2024년 내년이면 10살이 된다. 함께, 우리부부의 결혼 생활도 만9년차에 들어간다.
결혼 전, 친정엄마로 부터 들었던 이야기다. 부부가 백년해로 살다보면 기쁜때도 있고 슬플때도 있고 이런 일 저런 일 많은 일들을 겪을 거라고 하셨다. 그리고 결혼 후 오랜 시간이 지나면 부부 권태기가 오기도 하는데 그럴때 일 수록 극단으로 치닫지 말고, 서로 현명하게 원만한 방법으로 하나씩 해결해 나가다 보면 진짜 부부가 될 거라고 하셨다.
그러고 보니, 어릴적 내가 초등학교 4학년이 되던해 쯤, 부모님의 나이는 40대 였다. 기억에 남으리 만큼 부모님은 우리 앞에서 언성 높여 싸운 모습을 보지 못했는데, 그 날은 어찌 된 일인지 부모님이 심하게 싸우셨다. 엄마한테 그말을 들으니 그 날 기억이 떠올랐다.
권태기? 진짜부부? 20대에는 사람 인감성 됨됨이 되고, 서로 사랑만 있으면 모든걸 해처 나갈 수 있으리라 생각했다. 그런데 그날 엄마가 나에게 하셨던 이야기를 요즘 나는 다시 곱씹어 본다.
결혼 10년차, 365일 가사일과 육아로 맘편히 하루라도 쉬지 못한 나(양가가 멀어서 둘째를 출산했을때 말고는 한번도 아이들을 다른사람의 손에 맡겨본적이 없다.) 그리고 남편은 가정을 책임지기 위한 책임감으로 많이 지쳐가고 있다.
그러면서 서로 작은 불만들이 쌓여갖고 그 불만들이 불씨가 되어 별일아닌 일로, 아이들문제로 사소한 말다툼을 하기도 했지만 큰 싸움으로는 나아가지 않았다. 서로의 불만은 남편은 내 말투가 이상하다고 꾸짖었고, 나는 남편에게 자기밖에 모르는 이기적인 사람이라고 탓했다.
친정아빠의 건강상 문제로 우리 친정가족은 사진을 찍기로 계획을 잡았고, 그일을 계기로 남편은 휴가를 냈는데 일주일 긴 휴가를 받게 되었다. 이번 계기로 양가부모님을 모시고 제주도를 다녀오자는 계획을 잡았고, 식당을 운영하시는 우리 친정 부모님은 여행까지는 함께 하지 못했다.
시부모님만 모시고 제주도를 다녀왔고 다행히 별 탈 없이 잘 다녀왔지만, 문제는 여행을 다녀온 다음달 카드명세서를 받고 발생 되었다. 여행 전 그동안 조금씩 모아두었던 비상금을 남편에게 보태주기로 했고, 남편이 약간의 현금과 카드로 여행경비를 결제 했다. 그리고 나는 남편에게 일부의 현금을 보태주기로 했던 약속을 잊고 있었다.
어느날 10년동안 덮었던 이불이 헤지고 망가져서 버리고 남편의 잠자리에 새 이부자리를 다시 마련했다.(거의 10년간 나는 아이들을 데리고 자느라 남편과 같은공간에서 잠들어 본 적이 드물다.) 그날 내가 썻던 돈이 결코 큰 돈이 아니었다. 모던하우스에서 세일가로 60수 이불세트를 20만원도 않되는 가격으로 구매했다. 그런데 남편이 예민하게 굴기 시작했다.
"오늘만 지금 쓴 돈이 얼만줄 알아?"
남편이 대뜸 물었다.
" 지금 나한테 돈 많이 쓴다고 구박하는거야? 내가 갖기 위해 산 물건은 3,600원짜리 양말 한켤레야!!!
그래도 당신 잠자리는 편하게 해주고 싶어서 좋은이불 싸게 사려고 그랬는데 내가 돈을 쓰면 얼마나 썻다고 지금 나한테 따지는거야?!"
남편의 애기를 듣자 마자 나는 너무 화가 나서 남편에게 화를 냈다.
"누가 너한테 지금 따지는 거냐? 넌 사람이 비비꼬여서 꼭 사람말을 비비꼬아서 듣는다고!!
서로 언성이 높아졌고, 우리는 크케 말타툼을 했다. 너무 화가 난 나와 남편은 서로 상처주는 말을 내뱉었고, 싸움이 있은 뒤로는 서로 얼굴도 처다보지 않았다.
그동안 쌓였던 감정들이 밀물처럼 몰려들어 왔다. 너무 화가나고 회의감이 찾아들었다. 아이들과 남편을 위해 모든걸 포기하고 살았던 그동안의 시간들이 후회가 됐다. 끝내 내 감정을 숨기지 못하고 남편에게 울며 이야기 했다. 그동안 쌓였던 내 감정들 서운했던 점을 모두 토해냈다.
남편의 대답은 한마디 였다.
"그럼 내가 어떻게 해야하는 거야?!"
사실 남편은 제주도 여행가기 전 비상금을 보태준다던 내말을 듣고 그 이야기를 하려고 했던 것이었다. 그런데 본의아니게 나는 그 약속을 잊고 있었고, 남편의 말에 내 사사로운 감정들을 대입시켜 큰 싸움이 된거 였다. 남편과 이야기를 하면서 알게된 사실이 있다. 내가 생각했던 것 보다 홀벌이로 그동안 남편도 많이 힘들어 했다는걸 알게됐고 그런 남편이 이해가 되면서도 또 한번 화가났다.
평소에 나와 상의한번 하지 않고 그렇게 남편 혼자서 감정들을 묵혀두고 있었다는 사실이 너무 원망스러웠다. 부부라면 모든일이든 같이 의논하고 해결해야 한다고 생각했는데, 그동안 우린 서로 각작의 길만 바라보고 있었다. 그러면서 서로에게 자신이 받은 감정을 투사해서 깊은 상처를 내고 있었다.
그렇게, 우리 부부는 결혼9년차에 친정엄마가 말씀하시던 권태기가 오고 말았다. 아니라고 부정하고 싶었지만 사실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