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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황세헌 May 17. 2023

펑키 월드로 간 블루스 맨

조니 기타 왓슨 1935.2.3 – 1996.5.17

  블루스 맨들은 대개 자신의 스타일을 고수하는 경향이 짙다. 그것은 시간이 흐를수록 더욱 깊어지는 매력 때문이기도 하나 뮤지션으로서 자존심의 문제이기도 하다. 블루스의 발상지 미국의 경우엔 더욱 그렇다. 일렉트릭 기타 시대가 도래한 후에도 티 본 워커(T-Bone Walker), 머디 워터스를 비롯해 비비 킹, 앨버트 킹에 이르는 수많은 기타영웅들이 블루스의 토양을 꾸준히 닦아왔다. 혁신적인 연주로 파란을 일으킨 지미 헨드릭스가 영국으로 건너갈 수밖에 없었던 배경도 역설적으로 미국내 특유의 보수성이 자리잡고 있었기 때문이다.



  조니 기타 왓슨(Johnny “Guitar” Watson)은 그러한 맥락에서 꽤 이례적인 경우에 속한다. 그는 블루스 기타리스트로 시작해 디스코, 펑크 시대의 총아로 변신했다. 단순히 연주스타일만 바꾼 게 아니라 완전히 탈바꿈했다. 특히 패션에서 두드러졌다. 금 이빨과 챙 넓은 페도라, 화려한 수트는 이전과 달라진 그를 구분하는 주요 아이템이다. 1976년에 발표된 <Superman Lover>는 변신을 선언하는 신호탄이었다. 블루스 기타 특유의 농밀함과 명징한 기타 톤에서 뿜어내는 그루브는 당대의 소울 뮤지션들은 물론 록 기타리스트들에게도 커다란 자극이 됐다.


  일찍이 그의 팬이었던 스티브 밀러(Steve Miller)는 조니의 1957년 히트곡 <Gangster of Love>를 리메이크했고 조니는 이 곡을 펑키 스타일로 다시 연주했다. 그는 한국에서도 꽤 인기가 높았다. 가게에서 그의 곡을 틀면 바로 알아보는 이도 꽤 있었다. 내가 그를 처음 안 것도 국내 해적판을 통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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