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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NoA Feb 13. 2024

존재 자체로 감사 - 무용지용

고양이와의 시간: 삶의 순간을 배우다 (1)

나는 장자를 좋아한다. 장자가 대하는 삶에 있어 자유로운  태도를 좋아하기 때문이다.

그중에 "무용과 지용"에 대해 나눠보고 싶다.



"무용지용" : 쓸모없음의 쓸모 있음이라는 역설적인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말만 들어보면 이게 무슨 말장난인가 싶기도 하다. 


우리는 무엇인가에 대해 판단할 때 그 가치에 대해 생각한다.

이걸 하면 나에게 도움이 될까? 도움이 되지 않을까?

나한테 쓸모가 있을까? 쓸모없는 걸 아닐까?


나는 물건을 살 때 꽤나 신중한 편이다. 

무언가 사야 될 것이 있으면, 가격비교부터 이게 정말 필요한 것인지 다시 생각하다 보니 물건을 살 때 시간이 꽤 오래 걸렸다. 

그리고 시간을 쓸 때도, 이 시간이 나에게 도움이 되는지 불필요한 시간이 아닌지 저울질을 많이 했다.

이렇게 가성비를 기준으로 생각했다.

가능하면 내가 쓴 금액보다 많이 활용될 수 있기를, 내가 투자한 시간보다 더 큰 보상이 오기를..


그러다 보니 사람이 계산적이고 내가 한 것보다 더 바라는 마음이 커지게 되었다.

당연히 욕심이 많아지니 실망도 크고 그에 대한 불만도 많았다.


이렇게 쓸모를 따지고, 가성비를 따지다 보니 나도 쓸모 있는 사람이 되어야 하고, 쓸모가 없는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면 불안했다.

그래서 회사에서 쓸모 있는 사람이 되려고 부단히 노력하고 조직에 필요한 사람이 되기 위해 시간을 많이 썼다. 하지만 그로 인해 오는 반작용으로 상처받는 것과 좌절하는 것은  자신이었다.

쓸모 있는 사람이 되기 위해 노력했는데, 그만큼의 보상이 돌아오지 않거나 소외된다는 느낌이 들면 상처받고 좌절했다.



쓸모 있는 사람이 되어간다고 해서 인생이 잘 굴러가는 것이 아니다. 

살다 보면 쓸모를 증명하기 위한 노력만큼 보상이 돌아오는 것은 아니다.

세상도  이성적으로 돌아가는 것이  아니다. 쓸모가 있는 것들로 인해 세상이 돌아가는 것이 아니다.


예를 들어, 부모가 자녀를 사랑할 때 자녀가 쓸모가 있어서 사랑하는 것은 아니다. 조건 없이 존재 자체로 사랑하는 것이다.


고양이를 키우면서 쓸모와 상관없이 사랑할 수 있는 마음을 배웠다.


다랑이를 키운다고 해서 돈이 나온다거나 밥이 나오거나 하지는 않는다.

오히려 돈이 들어가는 경우가 더 많다.

그렇다고 애교가 많아서 사랑스럽거나, 사고를 치지 않아서 사랑하는 조건부적 사랑도 아니다. 


그저 옆에 있는 그 자체로 다랑이를 사랑하는 것이다.

그 자리에 있어줌으로써, 살아 숨 쉬는 것 자체로서


나는 이제 조금이나마 쓸모에 대한 강박을 벗어나고 있다.

아무것도 하지 않고 그저 다랑이와 같은 공간 안에서 숨 쉬는 것 자체만으로 충만함을 느낀다.


존재하는 모든 것들에 대해 감사함과 사랑함을 가지려 한다.

그리고 우리 모두는 누군가에게 존재 자체로만으로도 사랑받는 사람들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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