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velopenspirits
Apr 08. 2024
얼마 전 동생 부부와 만나고 헤어지는데 올케가 쇼핑백을 내밀었다. 간장계란을 만들었다고 했다. 백종원 레시피를 참고했으니 맛없으면 백종원을 탓하라고 하면서 말이다. 내 동생이랑 살아주는 것만으로도 고마운데 나이 든 독거 시누이 반찬까지 해주다니. 정말 고마운 올케다ㅠㅠ.
동생 부부로 말할 것 같으면, 비혼주의자와 딩크족이 만나 어쩌다 결혼을 하게 되었고 지금은 결혼전도사가 되어버린 커플이다. 나와 동생부부는 수상할 정도로 자주 만나는데 만남의 이유는 특별하지 않다. 우리 집 앞에 들르면서 밥 먹자고 만나고, 마트에서 고기를 싸게 많이 샀다며 같이 먹자고 집으로 초대하고, 내가 매주 꽃시장에 간다는 걸 알기에 가끔 꽃시장 옆 백화점에 갈 때면 혹시나 해서 전화를 걸어온다. 맞벌이 부부이기에 올케가 주말은 둘이 시간을 보내고 싶어 하지 않을까 싶어서 가끔은 나가야 하는지 고민도 되지만, 정작 나를 부르자 말한 사람은 동생보다도 올케인 경우가 많다.
동생은 연애 때부터 나와 올케의 성격이 닮았다고 말했다. 어떤 면에서 그런 말을 하는지 알 것도 같다. 우리는 약간은 보수적이고, 내 사람을 잘 챙기고, 요리와 꽃, 그밖에 아기자기한 취향을 가졌다. 우리 동네에 오면 내가 좋아하는 식당, 먹어봤는데 맛있었던 베이커리, 분위기 좋은 카페, 눈여겨봐 뒀던 플라워샵 등을 데려가주면 올케는 항상 좋아했고 나는 그 모습을 보면 뿌듯했다. 항상 언니나 여동생이 있는 친구를 보면, 자매사이가 곧 친구사이인 것 같아 부러웠다. 쇼핑도 같이하고 맛있는 것도 찾아다니는 그런 사이 말이다. 그렇다고 올케와 단 둘이 본다던가, 카톡이나 전화를 길게 한다던가 하진 않을 거다. 적당한 거리유지가 지금처럼 좋은 사이를 가능하게 하는 유일한 방법이란 걸 알기 때문이다. 간장계란 네 알만으로도 넘치도록 충분히 자매애를 느낄 수 있다.
오늘 점심에 올케가 만들어 준 간장계란 네 알을 다 먹었다. 백종원을 탓할 필요는 없었다. 맛있었으니까. 백종원 레시피가 훌륭해서가 아니라 알알이 올케의 마음 양념이 잘 배었기 때문이다. 내 동생이랑 살아주고, 조카도 낳아주고, 심지어 반찬까지 해주는 올케. 나는 정말 행운아다. 내 동생도 물론이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