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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velopenspirits Apr 09. 2024

댓글을 대하는 자세에 관하여

휴직 98일 차

     요새는 브런치 알람이 아침을 깨우고 있다. 조회수가 천이 넘었다고, 이천이 넘었다고, 오천이 넘었다고, 만이 넘었다고 알림을 보내온다. 계속해서 글이 선택받고 있다. 카카오다음이, 브런치 에디터가, 구글 알고리즘이 나도 모르는 사이에 글을 끌어올리고 있다.


     브런치 구독자를 넘어서 전 국민에게 글이 노출이 되다 보니 기분이 좋지 않은 댓글도 피할 수 없었다. 수영장에서 한 할머니와 있었던 에피소드에 관한 글이었는데 왜 수영복을 드라이어로 말리냐는 지적이었다. 댓글을 달아준 독자가 수영장 탈의실의 풍경을 본다면 놀라 자빠질지도 모른다. 많은 사람들이 드라이기로 수영복은 물론, 수건, 심지어 가랑이 사이와 겨드랑이를 말리기도 한다. 물론 머리도 말린다. 선풍기마다 수영복, 수건, 속옷이 널려있는 건 너무나 당연해서 선풍기로 몸을 말리는 시도조차 해 본 적이 없다. 이것이 절대금기의 비매너인지, 어느 정도 통용될 만한 익스큐즈인지는 둘째 치고, 수영장 사람들은 모두들 별 저항 없이 적응한 듯했다. 그러니 그 할머니도 나에게 선풍기에 말리라고 권유까지 하지 않았겠는가. 결정적으로 나는 탈의실에 있는 공용드라이어를 쓰지 않고 사물함에 개인 드라이어를 챙겨놓고 그것을 쓰고 있다.


     글을 쓰다 보면 흐름을 위해 많은 것들을 생략하기도 하고, 로는 과장되기도 하며 순서를 약간 뒤틀기도 한다. 사실 그 글의 주제는 나이 드신 분들이 텃세를 부릴 거라는 편견을 깨준 할머니와의 스몰토크였고 드라이어에 관한 내용은 단 한 줄 뿐이었지만, 어떤 사람들은 첫 한 줄로 나에 대한 모든 걸 판단해버리기도 한다. 하지만 그런들 어쩌겠는가. 일일이 사람들을 찾아가서 해명을 할 수도, 또 내가 한 잘못에 대해 석고대죄할 수도 없는 일이다.


    멘털이 더 약했다면 아마 그 글을 삭제했을지도 모른다. 어쩌면 댓글만이라도 삭제했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소수의 마이너 한 지적으로 많은 사람들에게 읽히고 사랑받은 글을 지우는 건 작가로서 직무유기라고 생각했다. 글을 썼으면 긍정이던 부정이던 독자의 피드백을 받는 게 작가 됨이라 마음을 다잡았다. 몇 만 조회수 중 단 네 개의 댓글이다. 글을 클릭한 수많은 사람들이 어떤 생각을 했는지 난 알 수 없지만 라이킷을 눌러준 40명에게 더 집중하기로 했다.


     인간관계도 마찬가지인 것 같다. 누군가에 대한 험담이나 나쁜 소문은 금방 퍼진다. 굳이 굳이 시간을 내서 그 자리에 없는 사람에 대한 칭찬을 하려 하지 않는다. 정말 소중한 사람들은 나의 장점과 인간성을 내색하지 않고 묵묵히 옆에서 응원할 뿐이다. 나에 대한 안 좋은 이야기가 들린다고, 그게 상처가 된다고 해서 좋은 사람들을 내벼려 두고 숨을 필요가 있을까? 도덕적으로 완벽한 사람은 아무도 없다. 친구들은 내가 한 치의 흠도 없고, 마더테레사이며, 모든 걸 이해하는 천사 같은 사람이라서 내 옆에 있는 게 아니다. 그들도 내가 고쳤으면 하는 바가 있고, 또 나도 그들에게 불편한 점을 느낄 때도 있지만 다른 장점이 많고, 오히려 나와 다르기에 배우고 성장할 기회도 얻는 것이다.


     지금까지 썼던 글들이 모두 아름답고 선량하기만 했던가? 오히려 추하고 금기시되는 이야기가 더 많았다. 그렇다고 해서 내가 나쁘고 더럽기만 한 사람인가? 그건 아니다. 피드백도 마찬가지다. 몇 줄의 댓글이 나의 모든 걸  평가하진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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