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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재원 Dec 18. 2023

시드 투자는 어디서 받을까?(+1년 회고)

대체 VC 투자는 어떻게 받는건지, 케이스 스터디를 해보자!

어느덧 또 한 해가 갔습니다.


저도 스타트업 씬의 유행에 발맞추어 '회고'라는 것을 해보려고 했는데, 남들이 보고 '우와, 너무 대단해!' 할 만한 일이 하나도 없는지라 차라리 예비/초기 창업자분들이 아시면 좋을 내용에 살포시 제 회고도 얹어보고자 합니다. 그래서 시드 투자는 어디서 받을 수 있을까요? 철저히 제가 미팅에 참여한 케이스만을 중심으로 살펴보겠습니다. 다른 심사역들은...각자 알아서 잘 하시겠죠^^


0. 미팅 진행한 팀: 총 138개사


여기서 '미팅'이라 함은 생각보다 빡빡한 기준을 요구합니다. 투자를 받을 준비가 되어 있어야 하는데 이 부분에서 허들이 많습니다. 투자를 받는다는 것은 근시일 내에 법인을 세워야 한다는 의미인데, 아직 퇴사하지 않았거나 덜컥 정부지원사업(예비창업패키지 등)에 합격하였을 뿐 실제 창업까지 이루어지지 않는 분들을 종종 뵐 수 있습니다. 혹은, 제가 판단하기에 덜 무르익은 팀이라면 같이 디벨롭하며 가벼운 커피챗을 여러 번 진행하기도 합니다. 창업자와 마찬가지로 심사역에게도 1번의 발제(내부 보고)는 티켓 1장과 같은 개념이기에 될 수 있으면 '내부적으로 격한 반대는 없을 것 같은 정도'의 단계에서 발제하게 되는 소위 '실무적' 이슈도 있습니다.

상기 기준을 충족하여 미팅을 진행한 곳이 138팀이라니 생각보다 많은 팀을 만났네요. 그리고 이 부분은 여러 이해관계가 얽혀있으므로 수치를 밝힐 수는 없지만, 제가 미팅을 진행한 팀의 대다수는 투자 유치에 성공한 것으로 파악됩니다. 제가 대단하다는 건 역시 말도 안되고, 그냥 개인적으로는 이런 생각을 합니다. '실제 투자까지 이어지는 것은 핏의 문제라 하더라도, 최소한 미팅을 제안받는 팀은 다수의 투자사가 공감할 만한 매력이 있는 것은 아닐까?' 실제로, 데모데이나 창업경진대회에 심사위원으로 참여하게 되면 그 누구도 사전에 짜지 않았음에도 1~3등에는 완벽에 가까운 컨센서스가 형성되더라구요.


1. 내부에서 발굴한 팀: 37개사 (2개사 투자)


매쉬업의 좋은 문화 중 하나를 이렇게 언급하게 되네요(어떠한 압력도 없었습니다). 어떠한 팀을 A가 발굴했다 하더라도 내부에 핏이 더 맞을 것 같은 B심사역에게 힘을 실어줍니다. 일례로, 제가 관심을 가지고 있는 펫테크 팀이 있을 때, 다른 심사역이 발굴해왔더라도 실제 투자 검토를 리드하는 것은 제가 될 수 있습니다. 다시 말해 창업자는 어떤 루트를 통해 매쉬업에 태핑한다 하더라도, 결국 내부에서 창업자와 비즈니스를 가장 잘 이해할 수 있는 담당자를 만날 수 있다는 것입니다. 물론 VC 입장에서 이러한 구조가 성립되려면 흔히 말해 '원 팀' 문화가 선제적으로 정착되어야만 하겠습니다.


이렇게 제가 투자한 두 곳 모두 제가 매우 관심을 가지고 있는 분야이나, 제 네트워크로는 닿을 수 없는 팀이었습니다. 각 도메인에서 이미 굉장한 네트워크를 가지고 굵직한 레퍼런스를 쌓고 있는 팀인지라, 제가 콜드로 연락을 드렸다면 아마 안 만나주시지 않았을까 하는...그런 팀이었습니다. 그리고 실제로 두 곳 모두 저보다 훨씬 연차가 높으신 내부 인력을 통해 검토할 수 있었습니다.


2. 타 VC 또는 창업자를 통해 소개받은 팀: 36개사


저도 실제로 심사역으로 일하기 전까지는 몰랐는데, 시드 단계에서도 VC끼리 창업팀을 서로 소개해줍니다. 여기에는 2가지 요인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내가 검토하기에는 너무 초기이기 때문

보통 매쉬업보다는 후기 단계의 스타트업에 투자하는 VC에서 소개해주고는 합니다. 저는 처음에 이 논리가 '초기 투자사가 투자하면 성장세를 지켜보며 다음 라운드에 투자하고 싶어서'가 아닐까 생각했습니다. 결론적으로 한 70%는 그런 것 같습니다. 30%는 주로 지인이 창업했는데, 자신이 속한 하우스와는 규모가 맞지 않아 초기 단계에 투자하는 곳을 소개해주는 것입니다. 물론, 그러다 잘하면 자신도 투자하지 않을 이유는 없다보니 사실 크게 다르지는 않은 것 같네요.


창업자와 VC 모두 클럽 딜을 원함

(제 기준) 예전에는 보통 초기 투자사 2-3곳이 동시에 투자하는 구조가 잘 안 나왔습니다. 그런데, 요새는 조금 분위기가 다릅니다. 아무래도 AI라는 기술적 분야에 대한 전문성을 요하는 일이 많아졌습니다. 그러다보니 자연스레 팀의 이력도 화려하고, 팀원이나 서버비 등 초기 비용도 많이 들어갑니다. 추가로, 생성형 AI 트렌드에서 VC도 어떤 팀이 1등이 될 지 모르는 혼란한 상황 속에서 '리드 투자가 아니라면 포기'하던 과거 기조 대신 '리드하지 못하더라도 투자하는 것이 낫다'고 생각하는 것 같습니다. 창업자 또한 소위 '시드 라운드 주주 포트폴리오'를 구성합니다. 예를 들어 'A투자사는 대기업 네트워크, B투자사는 딥테크 팁스 T/O, C투자사는 글로벌 네트워크가 좋던데' 하는 식인 거죠.


이렇게 VC끼리 서로 창업팀을 소개해주다보니 저처럼 인맥이 많지 않은 사람에게도 이런저런 팀을 소개해주고는 합니다. 하지만, 더욱 더 큰 울림을 주는 것은 역시 창업자가 소개해주는 창업팀입니다. 그것도 매쉬업 패밀리사가 아닌 곳도 종종 있습니다. 즉 저희가 투자를 안/못해서 연을 맺지 못했음에도, 그 당시 소통했던 심사역을 긍정적으로 평가했기 때문에 소개해주었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제가 투자한 패밀리사에서 소개해주시는 것 또한 정말 감사할 일입니다. 아무리 투자가 성사되었다고 하더라도, 투자를 담당한 심사역에게 지인의 투자 검토를 맡기는 것은 또 다른 차원이라고 생각합니다.


사설이 길었는데, 결론적으로 숫자만 놓고 보면 이렇습니다.


1) 타 VC, 창업자 → 매쉬업 (except 나): 23개사 (1개사 투자)

제가 투자한 1개사는 다른 VC에서 소개해주셔서 해당 도메인에 대해 깊게 파고 있던 제가 냉큼 투자했습니다. 매쉬업보다는 훨씬 후기를 검토하는 하우스이기도 하고, 매쉬업에 대해서 잘 이해하고 있는 분이셔서 그런지 동시에 소개해주셨던 다른 팀도 투자까지 성사되었습니다.


2) 타 VC, 창업자 → 나: 13개사 (1개사 투자)

13개사 중 무려 7개사를 패밀리사의 창업자분들께서 소개해주셨습니다. 한 가지 특이한 점이 있다면, 해당 패밀리사와 같은 사업군에 있는 팀들로 거의 구성되어 있다는 점입니다. 즉, 특정 도메인에 투자하면 패밀리사의 업계 네트워크까지 접근할 수 있게 되는 것입니다. 실제로 제가 투자한 1개사 역시 기존 패밀리사 대표님의 회사 동료분이었습니다. 다른 6개사는 타 VC나 패밀리사가 아닌 창업자분께서 소개해주셨는데, 아직 실제 투자까지 이루어진 적은 없습니다. (죄송합니다 흑)


3. 오프라인 채널로 발굴한 곳: 23개사

오프라인 채널은 보통 어떤 형식이든 길게 이야기를 나눠보고 판단할 수 있다보니 실제 투자로 이어지는 가능성이 가장 높은 것 같습니다.


1) 데모데이(최소 20명 이상 청중 앞에서 피치): 9개사 (1개사 투자)

데모데이의 정의가 뭔지는 잘 모르겠지만, 제 기준으로는 이렇습니다. 즉, 저말고도 지켜보는 눈이 많았고 & 그러다보니 생각보다 사업에 대한 깊은 내용을 그 자리에서 알기는 어렵습니다. 최근 데모데이를 주최하는 곳에서 창업자-투자자 간 네트워킹에 엄청 신경써주시는 것은 맞지만 절대적으로 사람이 많다는 특성을 극복하기는 어려운 것 같습니다. 실제로 제가 투자한 1개사도 이후에 다수의 후속 미팅을 진행하고 나서야 투자했고, 저 외에도 많은 VC에서 관심을 보여 한동안 전전긍긍했습니다. (투자 받아주셔서 감사합니다)


2) 심사(20명 이하 인원의 프라이빗한 대면 or 서류 심사): 11개사

이 채널은 투자자로서 사전 정보를 가장 많이 제공받을 수 있는 소중한 자리입니다. 하지만, 그와 동시에 데모데이에 출전하는 팀보다는 더욱 초기 단계에 놓여 있습니다. 보통 상기 심사를 통해 보육 과정을 마친 팀들이 데모데이에 참여하는 것을 고려하면 말이죠. 그러다보니 실제 투자 검토까지 시간이 꽤 걸리는, 양육(nurturing) 기간이 필요합니다.


3) 행사: 3개사 (2개사 투자)

놀랍게도 66.6%의 성사율을 보인 채널입니다. 그리고 더욱 놀라운 것은 저 행사들이 투자 유치를 위한 행사도 아니었다는 것입니다. 1개사는 채용을 위한 부스를 운영 중이었는데 제가 대뜸 연락을 드린 것이 투자까지 이루어졌습니다. 또 다른 곳은 디스콰이엇 네트워킹 자리에서 주변 사람들과 이야기를 하다가 사업에 대한 소개가 굉장히 매력적이어서 단기간에 투자가 이루어진 곳입니다. 공통적으로 별 생각없이 간 곳에서 우연히 당시 투자하고 싶은 분야의 창업자에게 제가 말을 건 것이 투자까지 이어진 케이스입니다. I 100%인 제가 먼저 말을 거는 일이 정말 흔치 않은데 투자에 대한 열의가 성향을 극복한 경우가 아닐까 싶습니다.


4. 온라인 채널로 발굴한 곳: 17개사


1) 웹서핑: 9개사

의외로 심사역들은 이런저런 사이트를 둘러봅니다. 아무래도 활자 중독인 사람들도 많은 것 같구요. 저 또한 스타트업 관련 커뮤니티, 기사, 링크드인을 보고 '이거다' 싶으면 일단 연락을 드리는 편입니다. 물론, 100% 회신이 오는 것도 아니고, 회신한다 하더라도 단계가 안 맞는 경우도 많습니다. 그럼에도 놓칠 수 없는 채널이라고 생각합니다.


2) 디스콰이엇(브런치): 5개사

디스콰이엇에서 다양한 커피챗 제안을 받습니다만, 대부분은 창업에 대한 관심으로 VC의 의견을 구하는 단계입니다. 즉, 예비 창업자가 대다수입니다. 그럼에도 간혹 시드 투자를 받을 정도로 사업을 디벨롭해오는 분들도 계십니다. 보통 브런치에 글을 올리면, 그 게시글에서 다루는 산업군에 속하는 창업자분께서 찾아오십니다.


3) 넥스트유니콘: 3개사

제가 느끼기로는 한국에서 가장 크게 자리잡은 스타트업-투자자 플랫폼인 것 같습니다만, 최근에는 투자 검토 요청이 잘 들어오지는 않습니다. 넥스트유니콘에서 자체적으로 창업기획자 라이선스를 통해 투자를 집행해서일지, 혹은 굳이 넥스트유니콘을 통해 검토를 요청하지 않는 것인지 궁금합니다.


5. 매쉬업 채널을 통한 지원: 25개사 (1개사 투자)


매쉬업 홈페이지 내 지원 폼, 매쉬업 상담소, 디캠프 오피스아워 등 매쉬업에 지원하실 수 있는 다양한 창구를 통해 태핑하는 케이스입니다. 많은 창업자들이 콜드 메일 진짜 검토하는 지에 대한 의문이 많으실텐데, 매쉬업에서는 정말 다 검토합니다. '검토한 팀에 투자하지 못하는 것'보다 '다른 곳에서 투자받은 팀을 사전에 인지조차 못한 것'을 더욱 크게 아쉬워하는 것이 초기 투자사이기 때문입니다. 다만, '콜드' 메일이 다른 채널에 비해 하나 불리한 것이 있습니다. 바로 '콜드'함을 깨는 것입니다.


누가 소개를 해주든, 심사나 데모데이를 통해서 알게 되든 기본적으로 무슨 사업을 누가 하려는지 명확히 파악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콜드메일은 사전에 어떠한 맥락이 없이 들어오는 것이기 때문에 집중도가 떨어지는 경향이 있습니다. 실제로 제가 만난 25개사 모두 사업계획서의 첫 5장만 보아도 '만나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각자 매력 포인트를 확실히 어필하고 있었습니다. 실제 제가 투자한 팀 역시 제가 관심있는 분야에서, 시장에 대한 공감대를 형성한 후 솔루션을 초반에 제시하였습니다.


요약

제가 이 때까지 미팅한 138팀 중 8팀 투자했습니다. (전환율: 5.7%)

내부 인력 발굴: 37팀 → 2팀 투자 (5.4%)

타 VC or 창업자 소개: 36팀 → 2팀 투자 (5.5%)

오프라인 채널에서 직접 발굴: 23팀 → 3팀 투자 (13.04%)

온라인 채널에서 직접 발굴: 17팀 → 투자 못 함 (0%)

매쉬업 채널 통한 지원: 25팀 → 1팀 투자 (4%)


내년에도 잘 부탁드립니다. 저와 소통하고 싶으신 분들은 브런치 댓글, 디스콰이엇, 링크드인 등 편하신 방법으로 연락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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