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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재원 Jan 02. 2023

[산업동향] 국내 펫테크 스타트업

지난 12월 thevc에서 발행한 아티클을 읽었습니다. 펫테크 스타트업의 두 가지 사업영역인 이커머스와 헬스케어에 대하여 폭넓게 다룬, 유익한 글이었습니다. 펫테크에 관심있는 분이라면 전문 링크를 남겨드리니 꼭 한 번 읽어보시기를 추천드립니다.


'펫팸족' 1500만 시대, '펫케어' 스타트업이 뜬다


저 또한 펫테크에 지대한 관심을 가지고 있습니다. 3대에 걸쳐 강아지를 기르면서 자연스레 반려동물과 가까워진 강아지-네이티브 세대라고 할 수 있습니다. 제가 수의학 등 관련 학문을 전공하지는 않았지만 이러한 이유로 펫테크 스타트업을 적극적으로 찾아 나서고 있습니다. 다른 것은 몰라도 펫 관련 서비스의 당위성, 또는 진정성에 대한 공감 능력은 아무튼 국내 최고 중 하나라고 (혼자) 생각합니다.  


이 시장이 얼마나 크고, 어떤 곳이 얼마나 투자를 받았는지에 대해서는 상기 아티클을 포함하여 다양한 소스에서 다루고 있으니 넘어가겠습니다. 


정말 펫테크는 '기승전커머스' 인가?


펫테크 스타트업에 대한 이야기가 나올 때마다 나오는 말이 있습니다. '그래서 커머스는 언제, 어떻게 붙인대?' 이러한 선입견이 생긴 이유가 무엇일지 혼자 고민을 해보니 다음과 같은 결론을 도출할 수 있었습니다.


1. 유명한 펫테크 스타트업은 다 커머스 기반이다.

여기서 '유명하다'는 것은 한마디로 '투자를 많이 & 잘 받아서 많이 들어봤다'에 가깝습니다. 생각보다 반려동물을 기르는 사람은 많지 않습니다. 투자사에 종사하는 사람들은 대부분 '바쁜 1인가구'이다보니 그 비율이 체감상 더 적구요. 그러다보니 아무래도 '내가 써보지는 않았는데 투자 유치 기사/소문을 많이 접해본 곳'이 익숙한데 거의 다 커머스 기반 사업을 영위하고 있는 것입니다. 펫프렌즈, 어바웃펫, 바잇미, 펫박스 등이 좋은 예시가 되겠습니다.


2. '일단' 커머스를 하고는 있긴 하다.

펫테크의 양대산맥은 역시 '커머스'와 '헬스케어'입니다. 커머스는 쿠팡을 벤치마크로 큐레이션, PB, 새벽배송에 집중하고 있다면 헬스케어는 닥터나우로 대표되는 '비대면 문진'을 중점적으로 시도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후술할 이유로 수의사를 매칭해주는 것은 쉽지 않은 상황입니다. 그런데 경기가 급속도로 냉각되면서 자금 조달마저 어려워진 상황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일단은 반려동물의 건강 데이터(PGHD)를 활용하여 건강에 도움이 되는 여러가지 제품을 판매해 런웨이를 늘리고 있는 상황입니다. 관련 스타트업 대표님들께서 공통적으로 하시는 말씀이 있습니다. "커머스가 최종 목표는 아니지만, 우선 BEP를 맞춰야 되는 시기인 것 같아서 고마진 상품 위주로 커머스부터 테스트해보려고 한다."


요약하자면, 일단 우리가 많이 들어본 곳들이 커머스를 영위하는 스타트업이 대다수고 & 다른 BM을 구상하고 있더라도 당장 돈 벌 수 있는 커머스부터 시도하는 중인 곳이 많은 상황입니다. 


스타트업이 펫-헬스케어 비즈니스를 영위하기 어려운 이유


1. 제도 미확립

기승전커머스와 함께 얼마 전까지 핫했던 키워드가 하나 더 있습니다. 바로 '펫보험'입니다. 한창 핀테크붐이 일었던 시기에 함께 하입되던 단어였죠. 하지만 생각보다 소비자와 보험사 간의 간극이 큰 상황입니다. 이와 관련한 기사에 따르면, 펫보험은 다음과 같은 문제를 내포하고 있습니다.

소비자: 가입 조건이 너무 빡빡하고, 가입하더라도 혜택에 비해 보험료가 너무 비싸다.

보험사: 보험료 산출 근거가 부족하며, 진료비도 병원마다 제각각이라 진료비 추산이 어렵다.

이에 대한 해결책은 결국 중앙정부/협회 차원에서의 정책 수립뿐인 것 같습니다. 표준진료체계가 확립되어 동물등록제와 연계하여 보험 가입이 활성화된다면 더욱 많은 비즈니스 기회가 열리지 않을까 기대하고 있습니다.


2. vs 레거시

로톡, 닥터나우 등 '라이센스'를 가진 전문 직역의 플랫폼화는 항상 어렵습니다. 결국 막강한 발언권을 가지고 있는 협회와의 충돌을 불사하는 선봉장 스타트업이 항상 있기 마련입니다. 그 과정에서 어느 정도 희망이 보이면 수많은 패스트 팔로워가 시장에 진입하게 됩니다. 

규제 샌드박스가 승인된 직후의 모습

과연 펫 헬스케어는 어떨까요? 다음과 같은 어려움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1) 동물병원 의사 자체가 적다 (=작은 시장)

대한수의사회의 '21년 2월 자료에 따르면 소재파악이 되는 면허자는 총 16,775명이라고 합니다. 그 중 44%인 7,405명이 동물병원에 종사하고 있으며 6,010명만이 반려동물을 진료하고 있다고 합니다. 같은 시기에 의사는 13만, 변호사가 3만 이상인 것을 고려하면 확실히 많지는 않습니다.


2) 지회 파편화

동물병원과 연계된 비즈니스를 하시는 분들께 항상 "수의사 확보는 어떻게 하실 계획이세요?" 라는 질문을 합니다. 수의사가 타 전문직역에 비해 많지 않다보니 비즈니스가 돌아갈 수준의 의료인력을 모으는 게 쉽지 않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이에 대한 스타트업 대표님들의 대답은 항상 이렇습니다. "영업을 안 해본 건 아닌데, 지회가 동네 단위로 있어서 거의 병원 수만큼 영업을 다녀야 해요."


3) 객단가와 리텐션

객단가와 리텐션은 공신력있는 데이터라는 것이 딱히 없습니다. 뾰족하게 잘 설정한 소집단을 준거로 통계를 내야 신뢰가 가기 때문입니다. 그러다보니 많은 스타트업 대표님들께서 이를 검증하기 위해 테스트를 진행한 후 결과를 발표하시는데 보통 썩 긍정적이지 못합니다.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동물병원을 연 1회 정도 가면서 예방접종만 하고 오는 것을 확인하기 때문입니다. 수많은 기사에서 다뤄지는 '펫팸족', '펫 휴머나이제이션' 등의 단어가 무색하게도 인간의 의료행위에 비해 반려동물 진료는 사업화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습니다. 저를 포함한 반려인들 중에서는 정말 수백만원도 아까워하지 않는 사람부터 말 그대로 '가축'처럼 기르는 사람도 있습니다.


펫테크 스타트업의 미래는?


어떤 예견을 하는 것은 아닙니다. 저도 잘 몰라요~ 하지만 펫팸족의 일원으로서 뭔가 '미래에 나올 수 있는 서비스'를 상상해보자면 다음과 같은 것들이 있겠습니다.


1. 반려동물 슬립테크

제가 기르던 강아지는 굉장히 예민한 나머지 수면장애를 호소한 적이 있습니다. 분명히 얘가 잠을 못 자는데 원인을 모르겠어서 정말 마음졸였던 적이 있습니다. 당시 제가 시도한 것만 해도 침대 바꾸기, 산책 더 시키기, 피부병 검진, 안방에서 재우기 등등 정말 많았던 기억이 나네요. 에이슬립 for 반려동물을 기대해봅니다.


2. 돌봄 기반 B2B 서비스

개린이집, 반려동물 호텔은 이미 익숙하실 것 같습니다. 그 다음은 결국 단기보호자 및 교육자 매칭이 아닐까 싶습니다. 케어링, 째깍악어와 같은 서비스의 반려동물 버전입니다.


3. 세컨핸드 커머스

아니, 아까는 커머스 별로인 것처럼 써놓고서는! 이라고 할 수는 있지만, 그건 '지금'에 해당하는 이야기랍니다. 향후 경기 사이클이 호조로 돌아서게 되면 다시금 유동성이 풍부해질 때가 올 것입니다. 반려동물 용품도 몇몇 필수품을 제외하고는 사치재의 일종입니다. 그런데 또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반려동물에 그렇게 돈을 많이 쓰고 싶어하지는 않습니다. 그러다보니 라플(슈프라이즈, 크림 등)보다는 중고 명품 커머스가 등장할 수도 있겠다고 상상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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