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의 눈물은 조선 건국의 예술을 보여주었다.
태종 이방원의 일대기 뿐 아니라 우리 인생과 삶을 보여주는 사극이었다.
이 드라마는 방송된 지가 거의 30년이 지났다. 이 드라마는 고려가 망하고, 조선 초기까지의 역사를 그렸다. 이 드라마의 주요 인물은 태조 이성계, 태종 이방원, 이방원의 부인 민비, 그리고 이방원과 날카롭게 대립한 정도전이다. 아직도 모르겠는가? 이 드라마를 패러디한 각종 작품명이 많이 있었다. 이 드라마의 정답은 '용의 눈물'이다. 이번 시간에는 추억의 드라마이자 최고의 사극으로 손꼽히는 kbs 사극의 레전드 용의 눈물을 적어보려고 한다.
이 드라마는 1996년에 방송을 시작했다. 그 전에 방송했던 사극은 조선 말기부터 대한 제국까지의 모습을 그린 '찬란한 여명'이었다. 이 드라마는 근현대사의 모든 것을 압축시켰지만 방송적 요소에서 운이 없었다. 1996년에 열린 애틀란타 올림픽이 시기와 겹쳤고, 기타 여러 이슈들이 발생해서 그곳에 쏠렸기 때문이었다. 그렇게 이 드라마는 아쉽게 막을 내리고, 지금까지도 손꼽히는 레전드 드라마가 시작되었다.
'위화도 회군' 이 하나만 해도 용의 눈물의 드라마에서 거의 50퍼센트를 차지했다. 정말, 여러 번 봐도 인상적이었고, 스케일이 놀라웠다. 21세기가 아닌 20세기에 이런 장면을 내보낸 것이 대단할 정도였다. 우리가 아는 위화도 회군을 이렇게 멋지게 표현했고, 고증에 맞게 방송했으니 시작부터 대박의 조짐이 보였다. 이러한 과정을 거치며 용의 눈물은 순항했다.
이 드라마는 월탄 박종화 선생이 지은 소설을 토대로 방송했다. 실제는 위화도 회군에서 조사의의 난까지 방송하려했으나 대박이 터져서 태종 이방원의 태종우까지 방송하는 긴 사극을 보여줬다. 그리고 중간 중간 우리는 아주 인상적인 장면을 시청할 수 있었다. 그것을 짧게 남기면......
'최영 장군 죽음, 이방원과 정몽주의 시짓기 전쟁 후 정몽주의 선죽교 피살, 조선 건국, 1차 왕자의 난, 2차 왕자의 난, 태조 이성계의 함흥차사, 태종 이방원의 왕권 강화를 위한 사돈 집안 및 처가 몰살, 장남 양녕대군과의 전쟁 및 알력 싸움' 등으로 요약할 수 있다. 너무도 많아서 모두 적을 수 없다는 점 양해바란다.
워낙 잘 만들어서 모든 것을 표현하기가 힘들다. 특히, 배역을 맡은 연기자들이 정말 연기를 잘했다. 대표적인 배우가 태종 이방원을 맡은 유동근씨...... 이 배우의 열연은 30년 가까이 지난 현재까지도 레전드라 불리며 태종 이방원의 역할은 이 분을 대체할 사람이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라고 표현했다. 물론, 대왕 세종, 육룡이 나르샤, 정도전, 이방원이라는 여러 사극에서 태종 이방원을 맡은 배우들도 열연했지만, 워낙 유동근씨의 임팩트가 강해서 감히 어느 누구도 이 분의 이방원 연기를 비난하는 사람은 없다. 그래서 두고두고 추억의 사극이면서 회자되는 이유 중 하나일 지도 모른다.
이 사극이 인기가 높았던 이유는 바로 정확한 팩트를 보여줬다는 것이다. 물론, 앞서 언급한 정몽주의 선죽교 피살 사건은 낮에 일어났다는 가능성이 높다고 하지만, 극의 박진감을 불러일으키고자 밤에 죽이는 장면을 보낸다. 이러한 약간의 과장이거나 흥미 요소를 빼고는 정말 실제로 우리가 고려 말기부터 조선 초기까지의 사건을 완벽하게 드라마로 보여줘서 역사 공부를 하는 모든 시청자에게 큰 도움을 줬다. 필자도 이 드라마를 통해 역사 분야의 지식을 쌓았고, 훗날 위인전과 기타 역사 자료를 첨가해서 완벽하게 이 시기를 마스터할 수 있었다.
용의 눈물은 사실적인 요소를 강조했다는 점도 크지만, 중간 중간 우리에게 인생이 무엇이고 권력과 인생무상이 무엇인지를 보여주는 장면도 꽤 많았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태조 이성계가 태종 이방원의 횡포에 따른 실망감으로 함흥으로 갔다가 조사의의 난이 실패하고 다시 한양에 와서 이방원에게 용서를 해준 그 장면은 두고두고 회자되었다. 이 장면에서 유동근씨가 춤을 추었고, 포옹을 했는데 다들 연기가 아닌 실제 감정으로 눈물을 흘렸다고 하니 정말 감동적인 장면이 아닐 수 없다. 그리고 태종 이방원이 왕이 될 수 있도록 도와준 주요 사람들이 유배를 가고, 그 과정에서 인생 무상에 대한 말과 함께 떠나는 장면에서 권력은 절대 영원할 수 없다는 교훈을 제공했다. 또한, 이방원은 자신의 모든 업보를 안고 가면서 자식의 왕권 유지를 위해 엄청난 피바람을 일으킨 것도 보면, 21세기 현재 우리에게 주어진 삶과 권력을 어떻게 유지해야하는 지도 보여주는 교과서적인 요소가 많았다.
용의 눈물은 이런 진지한 점도 많았지만, 사이사이 재미있는 장면도 넣었고, 전쟁을 통해 실감나는 장면을 넣어서 사극은 이렇게 만들어야하는 말 그대로 드라마 제작의 정석을 보여줬다. 실제로 이 드라마가 끝난 뒤, 이와 비슷한 시기를 다룬 역사 사극들이 많았지만 아성을 넘기가 엄청 힘들었다. 그 이유는 필자가 생각하기에는 용의 눈물이 너무 완벽했고, 너무 잘했고, 너무 임팩트가 커서 우리의 뇌리에 콱 박힌 것이 아닌가 싶었다. 물론, 뒤에 방송된 태조 왕건이라는 또다른 스케일의 사극을 통해 그 뇌리는 잠시 바뀌기도 했지만, 아직까지도 용의 눈물은 남녀노소 시청자들에게 엄청난 드라마라고 회자되는 것은 분명하다.
고려 말기부터 조선 초기까지의 일대기를 보여준 용의 눈물, 이 드라마를 간단하게 정리해보았다. 추억의 사극이면서 30년 가까이 지난 이 드라마가 아직도 회자되는 것은 바로 우리 현실과 비슷하다고 보기에 그런 지도 모른다. 권력과 성공이라는 점 때문에 혈육도 없고, 정도 없고, 삶도 없고, 모든 것을 없애야만이 성공하는 그 과정은 어찌보면 지금과 비슷하다. 그리고, 대신들의 정책 논의와 여러 법안 및 추진 과정은 지금 정치권과 별반 다른 것이 없을 정도로 갑론을박과 동시에 오월동주도 나타나고 있었다. 그래서 유투브나 여러 사이트에 용의 눈물을 보면 댓글에 대부분 그립다라는 표현과 동시에 권력에 대한 주요 비유와 현실적 표현을 남겼다는 점에서 우리나라의 정치판을 보여주는 것이기도 했다.
몇 해전, 주상욱씨가 태종 이방원으로 나왔던 드라마 '태종 이방원'...... 말도 많고, 탈도 많았지만 이방원을 소재로 잘 만들었다. 필자는 재미있게 시청했고, 나름 임팩트도 있었다. 그러나 아직도 필자의 뇌리에는 용의 눈물이 박혀있다. 언제쯤 용의 눈물의 아성을 뛰어넘는 고려 말기부터 조선 초기까지의 사극이 만들어질까? 아니, 만들어질 수는 있을까? 정말 어려울 것이다. 이제는 더 이상 그 주제를 바탕으로 사극을 제작하는 것은 시청자들에게 또다른 비교 대상이 될 지도 모른다. 그만큼 용의 눈물은 가치가 크다.
약 30년 전, 꼬마시절에 봤던 이 드라마의 최종 느낌은 이러하다.
'고려 말부터 조선 초기까지의 역사적 지식과 지혜, 그리고 인생이 무엇인지를 깨닫게하는 드라마 아닌 실제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