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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분주 Aug 30. 2024

경상도 사람들만 웃을 수 있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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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선해진 날씨 덕분에 오랜만에 부모님과 마트에 갔다. 발걸음이 빠른 엄마와 나는 마트에 들어서자마자 카트를 끌고 군중들 속으로 사라졌다. 평소 세제 성분을 꼼꼼히 따지는 엄마는 오늘도 어김없이 세제 코너에서 한참을 머물렀다. 한편, 아빠는 호기심 많은 눈으로 여기저기 기웃거리며 우리와 떨어져 혼자만의 쇼핑을 즐기고 있었다.




얼마나 지났을까, 




저 멀리서 아빠가 우리를 찾아 헤매는 모습이 보였다. 

손을 흔들어 아빠에게 다가오라고 신호하자, 아빠는 환한 미소와 함께 우리를 향해 달려와 신대륙을 발견한 콜럼버스처럼 자랑했다.


"분주야, 이 애비가 너 좋아하는 고구마 피자를 발견했다!"



마흔이 다 되어가는 딸의 취향까지 기억하는 아빠의 마음에 괜히 뭉클해졌다.




'역시 아빠뿐이야!"




감동스러운 마음에 피자 상자를 받아 들고 자세히 살펴보니,



고메 피자에

고구마는 안 들어가요 아부지.





아빠는 딸을 생각하는 마음에 비해 

영어는 약한가 보다.









+



역시 

경상도인들은 단번에 웃을줄 알았다.




서울놈들은 안 웃을줄 알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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