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분주 Sep 05. 2024

엄마가 새벽에 숭한걸 봤다고 했다.

19금이 아닌 67금짜리 이야기

요즘 부모님께서는 운동에 푹 빠지셨다. 새로 이사 온 동네 앞 강변이 운동하기 정말 좋다며 아주 만족해하신다. 낮에는 더워서 두 분 다 새벽운동을 나가시는데, 묘하게 같은 코스를 30분 간격으로 따로 나가신다. 그리고 밖에 나가서는 절대로 부부인척 하지 않는게 무언의 룰인것 같다. 엄마는 새벽 5시 50분, 아빠는 6시 20분에 칼같이 나가서 엄마는 무릎 강화를 위해 파워워킹을 하고, 아빠는 자전거를 탄다. 재미있는 건, 엄마가 열심히 걷고 있으면 아빠가 뒤에서 자전거 벨을 소심하게 두 번 띠링띠링 울리며 '보소 보소' 하고 살짝 아는 체 하며 쌩하게 간다는거다.


평소 같으면 깊은 잠에 빠져 있었을 시간이지만 오늘은 예외였다. 엄마가 먼저 나가고, 아빠는 평소 자전거 탈 때 사용하는 미니백을 찾느라 나를 깨웠다. 땀 냄새가 배어서 어제 세탁하셨다고 하니, 어쩔 수 없이 내 미니백을 가지고 나가겠다고 통보하고는 잽싸게 집을 나섰다. 그리고 정확히 36분 후, 엄마는 마치 범죄 현장을 목격한 듯 헐레벌떡 집으로 뛰어와서는, 오늘 본 황당한 광경에 대해 배꼽을 잡고 웃었다.



사건은 이렇다.

엄마는 평소처럼 빠른 걸음으로 걷고 있었다. 멀리서 아빠가 자전거를 타고 엄마 뒤쪽으로 다가오더니, 익숙하게 자전거 벨을 두 번 울리고 엄마를 향해 연하게 웃으며 짧게 말을 건냈다고 한다.



보소, 보소



엄마는 아빠의 말에 고개를 돌려 쳐다봤고 평소와 다른 움직임을 감지한 엄마는 무심결에 시선을 아래로 옮겼다. 자전거 페달을 요리저리 바쁘게 밟는 아빠의 가랑이 사이로,



뭔가

숭한게

덜렁덜렁거리고 있었다.



와우

WOW


오메오메, 저 덜렁거리는 숭한건 뭐시여.

저 영감이 드디어 미쳤나. 아무리 날이 덥다고 꺼낼게 따로 있지. 오메오메.



보소 보소

내 거시기 좀 보소



저 놈의 김씨가 사건반장에 나오고 싶어서 환장한거 아니냐고 생각하고는 동네사람들이 볼까봐 얼른 아빠를 멈춰세웠다고 한다. 그리고 가까이서 그 숭한것과 마주하고는 이게 무슨 일이냐며, 이 이야기를 내가 가장 좋아할것 같아서 ...(응?) 그 것을 들고 집으로 부리나케 달려왔다고 한다.




그리하여

내 앞에서 재현된

덜렁쇼




흔들릴때마다 풍차처럼 윙윙 돌아간다.

그걸 내려다 보며 신나서 어쩔줄 모르는 엄마의 얄구진 손 재간,


발동동과 손동동의 콜라보레이션.

엄마가 저렇게 환하게 웃는거 참 오랜만이다.





오해하지 마세요.

귀여운 토끼 키링 입니다.

저 마음에 안들져






아빠가 내 물건에 손못대게 해야겠다.












+

엄마가 꽤나 마음에 드나보다

거울 앞에서 한참을 들여다보며 흔들고는 좋아하셨다.



보소 보소

아직 청춘이시네.






* 다른 상상 하신건 아니시길 바랍니다 *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