짧은 글
나에게는 아주 친한 친구이자 직장 동료인 외국인 선생님, 알렉스가 있다. 미국 출신인 그는 한국에서는 학원 강사로 오랜 시간 일해 왔고, 자신의 직업에 대한 자부심이 대단한 사람이다. 책임감도 강해서, 가끔은 ‘... 굳이 이렇게 까지?’ 싶을 만큼 세심하다. 그의 치명적 단점이 하나 있다면, 쓸데없이 진지하다는 것이다. 그런 그가 슈퍼바이저라는 직책까지 맡게 되면서, 예민함은 극에 달했다. 그의 예민함이 어느 정도냐 하면, 수업 도중 학생이 방귀를 뀌었다는 이유로 진지하게 보고할 정도다. 그의 부름에 자석처럼 이끌려 교실에 가보니, 코를 찌르는 냄새가 정말 심하긴 했다.
한국에 처음 왔던 날, 문화충격에 휘청이던 그의 모습을 나는 아직도 생생히 기억한다. 그가 수업 시간에 몇몇 초등학생들이 코를 파서, 그걸 입에 쏙 넣는 장면을 본 것이다. 쉬는 시간, 알렉스는 다급하게 달려와 아이들이 이상하다며 내게 조언을 구했다. 나는 “나도 어릴 땐 코딱지 좀 먹었고, 그건 뭐… 짭짤한 코리안 스낵이야”라고 대답했는데, 그 말을 듣고 나를 경멸하는 듯한 그의 표정이 아직도 눈에 선하다. 하지만 그날 이후로도 여전히 아이들은 여전히 태연하게 코를 파서 먹고, 알렉스는 그럴 때마다 안 본 척 못 본 척 고개를 돌린다. 딴 건 다 적응했어도, ‘코리안 스낵’만큼은 아직도 문화적 장벽인 모양이다.
얼마전일이었다.
수업 도중, 알렉스에게 남자아이가 손가락으로 총 모양을 만들어 알렉스를 향해 ‘빵야!’ 하고 겨눈 것이다. 알렉스는 얼굴이 붉어진 채 그 아이를 데리고 나에게 와서 상담을 요청했다. 미국에서는 이 제스처가 매우 민감하고 위험하게 여겨질 수 있기 때문이다. 아이에게 왜 그랬냐고 물어보니, 원어민 선생님에게 관심을 끌려고 총알을 쏜 것이라 했다. 그러면서 나에게 그 손을 보여주는데, 손이 어찌나 작고 고사리 같은지.
그리고는 그 작고 고사리 같은 손으로 또 한 번 그 ‘사랑의 총알’을 보여줬다.
알렉스 티쳐, 빵야빵야
나의 사랑의 총알을 받아라.
이런 순수한 마음이었을 테지만,
미국에서 온 알렉스 선생님에게는 이러한 제스처가,
알렉스, 움직이면 쏜다. BANG BANG.
뚝배기가 날아갈 것이야.
이런 느낌으로 다가왔나 보다.
어찌 됐든 타국에서 온 선생님이 우리나라의 정서를 잘 모르고, 그분이 자라온 환경을 고려했을 때 충분히 오해할 수 있으니 아이에게 설명을 잘해주고 교실로 돌려보냈다. 문화의 차이는 이렇게 예상치 못한 곳에서 고개를 든다. 나는 알렉스에게 한국에서는 손가락 총이 장난이고, '사랑의 총알'이라는 노래도 있다며 부드럽게 설명해 줬다. 알렉스는 고개를 끄덕이며 이해한 듯했지만, 아직 마음이 놓이지는 않은 듯 보였다.
며칠 뒤, 알렉스가 또 헐레벌떡 나에게 달려왔다.
이번엔 정말 심각한 상황이라며, 학생이 위험한 흉기를 들고 왔다고 했다. 그의 뒤에는 수줍은 표정의 여덟 살 여자아이가 따라오고 있었다. 아이는 문방구에서 산 장난감이라며, 불빛이 나오는 플래시라고 했다. 그리고 조심스럽게 내민 8세 여자아이의 작은 손에 들려 있던 건
야, 이건 나도 오해하겠다.
압수
이건 알렉스가 오줌을 지려도
인정이다.
끗