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 온라인 카페를 통해 태어난 지 3개월 정도 된 어린 햄스터를 유아젤리 한 봉지 값에 입양하게 되었다. 첫째 아이가 8살쯤 되었을 무렵이었다. 햄스터의 모습을 처음 본 아이들은 환호했다. 직전에 6개월 정도 키웠던 백문조 ‘삐삐’를 시끄럽다는 이유로 파양 한 후, 지난 일을 기억하지 못하는 사람처럼, 또다시 애완동물을 집안에 들인 것이다. 예상했지만 남편의 반응은 역시나 별로였다. 새집 청소를 도맡아 했으니 그럴 만도 했다. 햄스터집 청소도, 비위가 약하다는 이유로 슬며시 떠넘기지 않을까 우려하는 눈치였다.
그래도 이렇게 귀엽게 생겼는데, 두 손을 모으고 해바라기 씨를 까먹는 모습을 보면 너무나 사랑스러운데.. 조금이라도 관심을 가져 주면 안 될까 싶었지만, 남편은 무반응으로 일관했다. 이럴 땐 호기롭게 내가 다 책임지겠다고 외칠 타이밍
“내가 얘 집 다 청소할 거야”
“밥만 넣어주고 화장실용 모래만 깔아주면 알아서 뒤처리 하니까 볼일 본 모래만 갈아주면 된대. 냄새도 별로 안 난다고 하던데”
아이들은 나와 마찬가지로 햄스터가 너무 너~무 귀엽다며 신이 나 있었다. 몸매는 두리뭉실하니 찹쌀떡 같은데 작은 두 손을 모으고 정성스레 먹이를 먹는 모습이 아이들의 아장아장 걷던 시절(데운 우유를 젖병에 넣어주면 아이는 그것을 두 손으로 받아 들고 얌전히 먹곤 했었다. 잠시나마 육아 전투에서 해방되는 느낌을 주던 그 순간이었다)을 떠올리게 했다. 아이들은 땅콩이라는 이름을 지어주었다.
땅콩이는 해바라기씨, 말린 과일, 비스킷 등 주로 살찌게 하는 음식을 고집하며 무럭무럭 자랐다. 우리 눈에는 더없이 평범하고 귀엽기만 한 햄스터지만, 케이지 철장에 ‘따다닥 따다닥”소리를 내며 이를 가는 모습을 본 이들(주로 여자 어른) 중 일부는 거듭 햄스터가 맞냐며, 너무 크고 좀 무섭게 생겼다고 했다. 우리는 이미 콩깍지가 씌워질 대로 씌워졌는지, 밤새 땅콩이가 쳇바퀴를 돌리며 내는 소음이나 철장을 두드리는 소리쯤은 잔잔한 ’자연의 소리‘ 정도로 여겨질 때였다.
다만 한 가지 불편한 점이 있었다. 바로 땅콩이 집을 청소하는 일이었다. 햄스터는 목욕모래를 화장실에 넣어주면 그곳에 용변을 본다고 알고 있었건만, 땅콩이는 모래에서 뒹굴거나 잠을 자기는 했지만 배변 활동을 하지는 않았다. 이 아이가 선택한 화장실은 케이지 1, 2층을 오갈 때 이용하는 투명 관이었다. 땅콩이가 특별히 게으른 햄스터였는지는 모르겠다. 다만 이 아이는 길 위에서의 삶을 선호했고, 그건 교정할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땅콩이는 종종 오줌을 지린 그 자리에서 잠을 자기도 했다. 그러다 보니 2~3일만 지나면 햄스터 케이지에서 지린내가 진동했고 며칠에 한 번씩 케이지 세척을 하자니 너무 번거롭게 느껴졌다. 생각끝에 땅콩이가 대소변을 보는 위치에 휴지나 천 등을 깔아 매일 갈아주는 방법을 써보기도 했다. 하지만 전혀 효과가 없었다. 땅콩이는 휴지를 갈기갈기 찢어서 여기저기 늘어놓을뿐 배변 매트로 사용할 마음이 없어보였다.
“남의 똥오줌 치우다 세월 가겠네”
푸념이 시작됐다. 남편에게는 ‘내가 다 하겠다’고 장담을 했으니 도와달라 할 수는 없고, 작은 아이 뒷처리를 도와주던 시기였던 터라 하루 종일 똥 오줌 치우는 게 일인 거 같아 피로감이 쌓여갔다. 땅콩이는 체격이 커지는 만큼 많이 먹기도 했지만 싸는 양도 상당했다. 모래에 싸면 좋을 텐데 도대체 왜 이 아이는 오가는 길목에다 노상 방뇨를 하고, 집 놔두고 왜 이 길에서 제가 싸놓은 똥오줌을 깔고 노숙을 하는지 알 수가 없는 노릇이었다.
햄스터 케이지 청소에 지칠 대로 지쳐 아이들이 해바라기씨를 몰래 주는 것을 보기라도 할라치면 “너희가 얘가 싼 거 치울 것도 아니면서 왜 자꾸 먹여..“라며 버럭 화를 냈고, 인간의 언어를 알아들을 리 없는 햄스터를 쳐다보며 ”똥오줌은 꼭 화장실에서!“를 강조해 말하기도 했다. 그러거나 말거나 땅콩이는 매일같이 철장에 대고 이를 갈고, 화장실 모래에서 잠시 한 번 뒹군 후 관을 타고 올라가 중간쯤에서 볼일을 보기를 반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