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란드 바르샤바
폴란드는 조금은 낯설기도 힐 유럽 여행지이나 참 매력적인 나라입니다.
그윽하고 깊은 아름다움을 담고 있는 도시 '크라쿠프'(지난 스케치에서 담았었지요), 아기자기한 재미를 주는 남서부 도자기마을 '볼레스와비예츠' (그릇매니아인 저는 폴란드 그릇 구경하러 한번 가보고 싶네요), "삶이 견딜수 없게 되었을때, 네 곁엔 항상 자코페네가 있다"는 속담에서 나타나듯, 자연과 수백년 넘는 목조건물 힐링을 선사한다는 "자코페네".
또 하나 폴란드가 특별한 이유는 바로 피아노와 '쇼팽'의 고향이라는 점입니다.
폴란드 바르샤바는 피아노곡의 아버지인 쇼팽의 고향입니다.
그가 평생 쓴 피아노 곡들은 셀수 없이 많은 사람들의 마음을 흔들기도 위로하기도 했을 것입니다. 꿈과 환상, 시적인 감성이 정교하면서도 치밀하고 대담하며, 아무도 따라할 수 없을 정도로 독창적이지요. 그의 곡은 음악을 알지 못하는 이들이라도 심연의 어떤 상을 그리도록 하는 마법을 갖고 있는 것 같아요. 음악감상 입문 중인 딸아이도 쇼팽의 '녹턴'을 처음 들었을 때 달빛과 강물을 그렸을 정도로요.
뿐만 아니라 많은 작곡가들과 음악가들에게 영감을 주어 더 많은 훌륭한 곡들을 탄생하게 했습니다. 제가 최근에 "알렉산더 스크랴빈(Aleksandr Nikolaevich Scriabin)"의 피아노곡들을 듣기 시작했는데요, 그 역시 러시아 피아니스트이지만 쇼팽의 영향을 많이 받았다고 합니다. 24 Preludes Op.11은 쇼팽에게 헌정을 염두에 두고 만든이라서인지 쇼팽의 곡의 재해석으로도 느껴질 정도입니다.
작년 쇼팽은 우리나라 국민들에게 좀 더 가까이 다가왔습니다. 바로 이 청년 때문에..
한국인 최초 쇼팽 콩쿨 우승자 조성진. 작년 한해 그리고 올해 초 갈라콘서트에서까지 우리나라 청중들을 클래식 음악에 매료되게 했던 청년. 2월 초 열린 콘서트 꼭 가보고 싶었는데, 발이 굼떠서 가지 못했네요. 쇼팽과 한걸음 가까워진만큼 폴란드라는 나라에 대한 관심도 한걸음은 가까워진 것이 아닐까 싶기도 합니다.
그러한 쇼팽은 고국 폴란드의 운명을 음악에 온통 담았습니다. 그가 여행중이던 1830년 11월 폴란드는 혁명이 일어났고, 얼마 후 러시아군에 의해 혁명은 진압되었습니다. 혁명의 실패의 실망감은 "혁명 에튀드(작품 10의 12)" 라는 곡을 탄생시키기도 했습니다.
쇼팽 뿐 아니라 폴란드 피아니스트들은 단순히 감성적이지만은 않은 것 같습니다. 파데레프스키(Paderewsk)는 쇼팽 ·베토벤 ·바흐를 연주한 피아니스트이자 다양한 오페라를 만든 작곡가이기도 하지만, 우리에겐 폴란드공화국의 초대 총리를 지내기도 했습니다. 그는 제1차 대전 중 폴란드의 입장을 미국에 설명하는데 노력하였고, 베르사유 회의에서 유리한 결말을 가져오게 하기도 했습니다. 매서운 눈매의 정치가, 그러나 화려하고 로맨틱한 피아노연주, 묘한 조합이라 생각이 되네요.
폴란드에 대한 군사정책을 포기하지 않는 한 앞으로 미국에서 연주하지 않겠다고 선언한 "크리스티안 지메르만(Krystian Zimerman)"도 있습니다.
2009년에 한국에서 공연하기도 했던 크리스티안 지메르만은 1975년 쇼팽콩쿨 우승자이자 폴란드가 다시 배출한 쇼팽콩쿨 3번째 우승자 입니다. 작년 조성진 우승 전, 조성진의 연주를 가리켜 결선에서 이렇게 협주곡을 잘 연주하는 이는 처음 봤다고 극찬했다고도 하지요.
다시 그림으로 돌아와 봅니다. 폴란드 서쪽 54킬로미터에 위치한 작은 마을 젤라조바 볼라(Zelazowa Wola)에 위치한 쇼팽 박물관은 1945년에 그의 생가를 개조해 만든 박물관이라 합니다. 쇼팽이 직접 연주하던 피아노와 친필악보, 지인들과 나누던 편지와 그가 쓰던 안경이나 단추까지 그의 흔적과 숨결을 그대로 느낄 수 있을 것만 같습니다. 쇼팽을 사랑하는 사람들이라면 꼭 한번 들러야 할 곳이겠지요. 저도 언젠가 폴란드를 들른다면 꼭 가보고 싶은 곳입니다.
오랜만에 쇼팽을 듣다가 후딱 그린 스케치에 스캔본이 아니라 좀 투박하네요. 여행지를 찾아보고 여행지를 그려보고, 역사를 모으고 글을 쓰면서 배우는 과정이 여행을 가지 않아도 여행을 가는 것만큼 의미있게 다가오네요. 다음엔 어떤 곳을 여행할까요? 벌써 기대가 되네요. F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