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 여행

보솜이는 다시 돌아오기 어려운 여행을 떠났다.

by 하경

※ 이 글은 2023년 10월, 서랍에 저장해 두었던 내용을 발행한 글입니다.


9월 29일 사랑하는 보솜이는 우리 가족의 곁을 떠났다.


그날은 유난히 잠이 안 왔다. 뒤척거리며 얕은 잠을 잔 것조차 2시간이었다. 또 모기가 나를 계속 괴롭혔다. 그래서 새벽 4시에 일어나게 됐다. 모기를 잡으려고 일어났는데 케이지 속에 있는 보솜이가 힘이 없어 보였다. 밥그릇에서 발버둥을 치면서 나오지 못하는 모습을 보게 됐다. 그때 깨달았다. 얼마 못 버티겠구나 하고..


혹시나 상태가 좋아지지 않을까 기대하며 30분을 기다려보았지만 상태는 더 나빠졌다. 나는 눈물을 흘리며 언니를 깨웠다. 그렇게 언니와 나는 약간의 시간 동안 보솜이에게 작별인사를 전했고, 보솜이는 오전 8시쯤 먼 여행을 떠났다. 그리고 그 당일날 시골로 내려가서 우리 가족 소유 땅에 보솜이를 묻어주었다.


집에서 흘렸던 눈물이 전부였을 줄 알았는데 땅 속에 묻게 되니 또 눈물이 흘렀다.


보솜이는 이미 우리를 떠났는데 나는 그 작고 여린 생명체를 보내고 싶지 않았다.


집으로 돌아오고 나서는 눈물을 흘리지 않았다. 케이지 속을 바로 정리해서 마음도 빨리 정리해야지 했지만 쉽지 않았다. 며칠이 지났지만 케이지 속 시간은 9월 29일 그대로 멈춰있다. 남겨져있는 밥과 보솜이의 친구인 쳇바퀴들도. 모두 그대로다.


이틀 전에 내 방에서 시간을 보냈을 땐 보솜이가 바스락거리는 환청까지 들었다. 하지만 케이지를 돌아보진 않았다. 그 자리에 보솜이가 없다는 것은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나는 밤에 보솜이가 나와서 바스락대는 게 좋았다. 하루가 끝나갈 땐 그 시간을 기다렸다. 당연하다는 듯이 나와서 바스락거리는 보솜이를 보면 마음이 놓였다. 어쩌면 그 소리가 나에겐 자장가였을지도 모른다.


보솜이가 떠난 지금, 내 방은 고요하다. 아무런 소리도 들리지 않고 나를 제외한 다른 온기는 없다. 그래서인지 잠을 잘 못 잔다. 어떨 땐 귀찮게 느껴졌던 그 소리가, 보솜이의 온기가 나는 아직 그립다.


난 살면서 언젠가는 보솜이를 다시 만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어떤 것으로 태어나도 좋으니 나에게 와주었으면, 아니 나를 한 번만이라도 스쳐 지나가줬으면 좋겠다. 먼 미래에 내가 죽기 전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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