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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부엉 Mar 17. 2024

발자국을 유심히 본적 있으신가요? - 마더그라운드

마더그라운드의 모객력은 어디에서 나오나?

 

마더그라운드는 발자국이 참 이쁘게 찍힌다.

 마지막으로 눈이 오던 2월 어느날엔가,  마더그라운드 신발을 신고 나갔다. 겨울에 신을 신발은 아니지만 그냥 발자국을 한번 찍어보고 싶었다. '흔적'이라는 단어의 가치를 만드는 브랜드의 신발이라 그런가, 이상하게 마더그라운드의 신발은 발자국을 유심히 쳐다보게 한다. 보면서 갑자기 마더그라운드에 대한 글이 써보고 싶어졌다.


 오늘 이야기할 브랜드 '마더그라운드'는 공식 홈페이지에서 구매가 가능하지만, 오프라인 판매처가 마땅치 않아 실제로 신어보고 사기가 쉽지 않다. 대신 '보부 스토어'라는 독창적인 컨셉으로 전국을 떠돌며 좌판을 펼친다. 거리가 있을 수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은 찾아간다. 나도 방문한 적이 있었는데, 그때의 경험과 더불어 마더그라운드의 무엇이 소비자를 끌어당기는지 정리해보려 한다.


보부스토어

 보부스토어는 과거에 방방곡곡을 돌며 장사를 하던 보부상에서 영감을 받아 진행하는 마더그라운드 만의 프로젝트다. 자신들과 결이 맞는 곳을 찾아 일시적으로 스토어를 여는데, 이는 판매처가 한정적인 브랜드의 약점을 보완해준다.

 프로젝트의 특성상 장소와 기간이 한정적인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소비자들이 찾아가는 것을 보면 마더그라운드만의 강한 모객력이 있는 것이다. 나는 그것을 색다른 경험, 매력적인 제품, 브랜드의 가치관. 이렇게 세가지 정도의 이유에서 찾아봤다.  


색다른 장소
내가 방문한 보부스토어는 뚝섬의 문구소품샵에서 열렸었다.

 지금까지 마더그라운드는 50회 가량의 보부스토어를 열었다. 의류매장이나 백화점 뿐만 아니라 카페, 복합문화공간, 플리마켓, 타브랜드와 협업 등 다양한 곳에서 제품을 선보여 갈 때마다 새롭다. 

장소에 따라 스토어의 분위기도 다르고, 마더그라운드를 만나러 오면서 새로운 브랜드나 공간을 함께 경험할 수 있으니 소비자들은 색다르고 다양한 경험들을 제공받을 수 있는 것이다.


그들이 말하는 '환경'

 이래나 저래나 브랜드는 근본적으로 제품 자체가 매력적이어야 한다. 그리고 마더그라운드의 신발은 매력적이다. 마더그라운드에게 빠질 수 없는 단어인 '환경'은 친환경을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다. 말 그대로 주변환경을 모티브로 제품을 표현한다는 말이다. 마더그라운드라는 이름처럼, 우리가 딛는 곳 혹은 주변에서 영감을 받는다고 한다.


좌측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누룩, 까마귀, 된장, 안개, 늪, 석양 ⓒ 마더그라운드

 영감을 받는 곳은 비단 자연뿐이 아니다. 숯, 김, 연기 등 눈에 보이는 다양한 것들이 신발의 옷이 된다. 이렇게 주변의 색을 입은 신발은 봄꿀, 재, 누룩이라는 아름다운 이름들로 우리에게 선보여진다.

 나는 마더그라운드가 선보이는 색상들이 좋다. 일단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뉴트럴 톤의 색상들이라 어떠한 코디에도 어울리기 쉽다. 무엇보다 각 색상의 이름에서 시작되는 고유의 스토리는 같은 색상이라도 다르게 느껴지게 하여 제품의 특별함을 더해준다. 모든 이야기에는 힘이 있다. 스토리가 있는 디자인은 우리 눈에 더욱 밟히기 마련.


마더그라운드의 아이덴티티라고 볼 수 있는 아웃솔, 지도의 등고선 같기도, 나이테같기도 하다. 나무껍질처럼 보이기도 한다.


투명함
저렴하다는 호소보다 투명한 생산비용의 공개가 소비자들에 더욱 신뢰를 주었다. ⓒ 마더그라운드

  마더그라운드를 보면 이솝이 생각난다. 담백하다고 해야하나, 소비자에게 투명한 모습으로 다가오는 점이 많이 닮아있다. 호소를 하기보다는 그냥 관련 정보를 표기해버릴 뿐. 마더그라운드는 제품에 대한 정보들을 가감없이 공개한다. 마더그라운드가 공홈에서만 제품을 판매하는 이유는 유통비를 줄여 합리적인 가격으로 제공하기 위함이라고 한다. 제품 상세페이지를 보면 판매가에 들어가 있는 생산비, 운영비, 마진까지 빠짐없이 적혀있다. 심지어 홈페이지에는 제품의 개발 과정과 함께 일하는 협력업체들의 정보도 볼 수 있다. 공장부터 영상팀까지. 


'RS02 JIN (KHAKI) 재' 사과 찌꺼기를 활용한 사과가죽을 사용해 신발에 사과마크가 새겨져 있다.

 마더그라운드의 브로슈어나 홈페이지를 살펴보면 '흔적'이라는 단어를 볼 수 있다. 마더그라운드가 추구하는 가치를 한 단어로 정의한 것이다. 좋은 흔적을 남기는 브랜드가 되겠다는 생각. 이런 브랜드의 철학이 신발의 아웃솔, 정보 공개 등의 행동으로 고스란히 이어진다. 행동으로 이어지는 브랜드의 철학은 소비자들에게 더욱 거짓없이 다가오고 소비자들은 열광한다. 이런 팬들은 브랜드가 어디에서 좌판을 열든, 마음만 먹으면 찾아가는 것이다.


마무리 
마더그라운드의 신발장과 내가 구매한 S001 YAN (D.GREY) 연바위, 실물 색이 훨씬 연하고 더 이쁘다.

 지나가다 우연히 방문한 것을 제외하고 직접 찾아간건 2023년의 마지막 보부스토어였다. 인스타에 공지가 뜰 때마다 '이번에 가봐야지, 이번엔 진짜 가봐야지'라고 마음만 먹다가 겨우 방문하게 되었다. 마침 대표님이 계시는 것 같아(나만 조용히 알고 있었다...) 다음 보부스토어는 언제 열리는지 여쭤봤었다. 내년 2월쯤 예정되어있다고 하길래 '아, 그냥 오늘 사야겠다.' 하고 한켤레 구입해버렸다.


 지금도 누군가 신발을 추천해달라고 하면 마더그라운드를 빼놓지 않고 이야기한다. '마더그라운드는 이런브랜드이고 이 신발은 어떤 것이 특징이고...'라며 열심히 이야기를 해주는데, 내가 왜 이브랜드를 추천하는지 이야기할때마다 즐겁다. 물론 상대방은 귀찮아할 때가 많지만. 


 이 글을 읽고 또다른 누군가가 '마더그라운드'에 관심을 갖게 되면 이 또한 뿌듯할 것 같다. 물론 나는 마더그라운드와 어떤 관계도 없고 뭔가를 받은 적도 없다. 단지 그들이 남기고 있는 '흔적'에 관심이 많은 한명의 팬일뿐이다.



+++

 거의 3달만에 글을 올렸다. 변명이지만 개인적으로 이런저런 변화도 있었고, 글을 한번 쓸 때마다 많은 시간을 할애하는 편이라 자주 글을 올리지 못했다. 이번 글도 사실 진작에 작성을 끝냈었는데, 다시보니 너무 두서가 없어서 두세번은 갈아엎은 것 같다. 다음 글부터는 좀 더 자주 올릴 수 있도록 글에 힘도 빼고, 주제도 가볍고 다양하게 풀어나가보려 한다. 


 다시 한번 열심히 글을 올려보겠습니다. 미천한 글을 봐주시는 몇 안되는 분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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