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씻자 씻자 몸을 씻자

러쉬가 펜타포트에서 한 것.

by 부엉

광란의 3일 펜타포트를 마치고 귀갓길.

공연장과 주차장의 거리가 좀 있어 버스를 타고 몇 정거장을 가야했다.

버스 안의 수많은 페스티벌 인파들 속에 끼어있는 와중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왜... 아무 냄새도 안나지?'


러쉬는 펜타포트에서 무슨 짓을 한 것인가.

물론 마지막에 한껏 비를 맞으며 공연을 본 것도 있겠지만 빗물로 쩐내가 전부 사라지진 않는다.

다년간의 야외 페스티벌 경험 상, 현장에서 쿰쿰한 쩐내와 습함은 느껴질 수밖에 없다.

나는 특히 정신없이 슬램을 열고 뛰어드는 강경파에 속하는데, 이 수컷들의 영역은 더욱더 쾌적할 수가 없는 곳이다.

그런데 가만히 생각해보니 이번 펜타포트에서 불쾌한 땀냄새의 기억이 거의 없다. 그제서야 깨달았다. 러쉬가 펜타포트에서 얼마나 큰 공헌을 했는지.


페스티벌의 청결을 담당한 러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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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장과 공연장 사이, 화장실 앞 등 주요 이동경로에서 사람들에게 러쉬 제품을 뿌려주는 직원 분들이 있었다. 향수 샘플 건네는 것 마냥 홍보식으로 뻣뻣하게 서 있는게 아니라 같이 즐기는 느낌이었는데, 얼마나 아끼지 않고 뿌려주시던지 3일 차 쯤에는 그냥 공연장 전체에서 향이 나는 느낌이었다. 가끔 제품이 바람에 날려 눈에 들어가는 불편한 부분이 조금 있었는데, 이런 부분도 금방 피드백이 되었던 것 같다. 미스트를 뿌려주는 공간도 있어 공연장을 이동할 때 또 한번 쾌적하게 이동을 할 수 있었다.


더 놀랍게도 머리를 감고 등목시켜주는 곳이 있었다. 직원분들이 수돗가에서 관람객들의 등목을 도와주고 머리를 감겨주는 모습에 박수를 쳐주고 싶었다. 너무나도 시원해보였는데 누군가가 씻겨준다는게 부담스럽고 괜히 죄송스럽고해서 나는 참여하지 않았다.

본인이 직접 씻을 수 있는 곳이 있었는지는 모르겠지만, 만일 있었다면 당연히 가서 머리감고 갔을 듯.


화장실 또한 이전에 비해 매우 깔끔했다. 야외 페스티벌은 특히나 화장실이 쓰기 싫을 정도로 청결이 유지되지 않는 경우가 많은데, 러쉬는 화장실의 청결을 도맡아 불편함을 해소해주었다. 운영진들도 놓치는 부분을 케어해주는 이 말도 안되는 모습. 내가 사장인 것처럼 일하라는게 이런걸까...


이렇듯 러쉬의 모든 행동에는 진정성이 묻어있었다.


문화를 대하는 모습, 러쉬의 진정성
미스트 뿌려주는 곳.

가장 감동이었던 부분은 러쉬 직원 분들은 '락페스티벌'이라는 문화를 정말 이해하려 했다는 것이다. 이들은 진정으로 락페스티벌 문화에 스며들기 위해 노력했다. 당연히 락 문화에 익숙한 직원분도 계시겠지만,


그들은 깃발이 있었고

슬램에서 몸을 사리지 않았고

함께 춤을 추고 노래를 불렀다.

일하는게 아니라 진정으로 페스티벌을 즐기는 느낌이었다.


특히 공연이 끝난 자리를 청소하는 모습은 정말이지 충격이었다. 뛰어노는 현장에 쓰레기는 위험할 수 있다. 그래서 난 가끔 공연 중간에 쓰레기를 주워 가장자리로 던져놓고 공연 후에 치웠는데, 이 분들처럼 쓰레기 봉투를 들고 작정하고 쓰레기를 치우며 다닌 적은 없다. '나보다 문화를 더 사랑하는 건 저분들이 아닐까'하는 생각도 들었다.




얼마나 많은 제품들을 썼을지 모르겠다. 몇만명이 모여드는 펜타포트인데. 그런데 그 몇만명에게 러쉬는 각인되었고, 러쉬는 몇만명의 팬들이 생겼다. '내년 펜타포트부터는 러쉬를 절하며 모셔와야할 수도 있겠다'라는 생각도 든다.


진짜 이번 펜타포트는 러쉬와 라인업이 살렸다.


사실 나에게 러쉬는 조금 거리감이 있는 브랜드였다.

쇼핑할 때도 직원분이 다가오는게 조심스러운 나는 너무나도 친절한 러쉬 직원분들을 감당하지 못했다.

그래서 사실 러쉬 매장에 들어가본게 몇년이 된 것 같은데,

다음에 용기내서 러쉬를 한번 들어가볼까...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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