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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부엉 Aug 10. 2023

럭셔리란 일상을 한 단계 높이는 것 : Aesop

나는 왜 3만원이 넘는 핸드크림을 좋아할까?

 출근하고 자리에 앉으면, 경건하게 이솝 핸드크림을 바른다. 일종의 루틴인데, 이솝의 향은 뭔가 심신을 차분하게 만들어준달까? 은은하게 깔려있는 우드향 위에 퍼져있는 시트러스와 허브. 우거진 숲을 연상시키는 제품의 향은 이솝의 철학과 어울린다는 생각을 한다. 그리고 이마저도 브랜드의 진정성으로 느껴진다. 이솝이 보여주는 진정성이 뭐길래?


이솝이 정의하는 '럭셔리'

 

이솝은 럭셔리를 '일상을  단계 높이는 '으로 정의한다. 값비싸고 화려한 것으로 둘러싸인  아닌, 어제보다 한걸음  나은 내일로 만드는 것이 럭셔리라는 것이다. 이러한 럭셔리의 정의는 이솝 경험하는 것만으로도 삶의 질을 향상한  같은 느낌을 주게 한다.


 브랜드 곳곳의 행보에서 느껴지는 일관된 철학은 우리에게 공감을 일으키고, 이는 곧 팬심이 된다. 이솝이 제공하는 '럭셔리'와 가치는 여기저기서 엿볼 수가 있다.



완벽주의가 아닌, 도덕성을 추구하는 제품력


출처 : aesop.com
"사려 깊은 계획 아래 제대로 된 기술로 구현한 제품은 세계 어디에서나 공감을 얻고, 시간의 테스트를 견뎌낼 것"


 이솝의 창업자 '데니스 파파티스'는 제품력이 없는 럭셔리는 무쓸모라고 한다. 호주에 헤어살롱을 운영하던 미용사는 화학물이 잔뜩 들어간 미용제품들이 싫었다. 좀 더 명확하게는 문화적 이해를 배제한, 상업성에만 과도하게 치중하는 것이 이해가 가지 않았고, 이런 접근 방식이 고객의 만족을 준다는 믿음이 더욱 이해가 가지 않았다고 한다.


 이솝은 '더 적게, 그리고 더 확실하게' 만드는데 집중한다. 식물성 재료와 검증된 성분을 공급받기 위해 폭넓은 조사를 하고, 효능과 안정성이 인증된 성분만을 사용한다. 제품 개발에 3-4년, 10년까지도 투자한다는 말은 과장이 아니다.


 많은 사람들이 이솝을 친환경에 앞장서는 브랜드라고 생각하지만, 이솝은 오히려 '자연주의, 친환경'이라는 슬로건을 경계한다. 일부 천연성분은 실제로 인공성분보다 피부에 안 좋은 영향을 끼칠 수 있기에 '천연, 자연성분'만을 강조하는 것은 옳지 못한 방향이라는 것이다. 이솝은 당당하게 인공성분을 사용한다고 밝히며, 이를 굳이 숨기지 않는다. 하지만 이를 최소한으로 사용하려고 노력하며, 첨단 과학기술을 활용하여 안정성과 품질을 고루 갖춘 제품을 개발한다고 우리에게 이야기한다. '친환경'이 하나의 트렌드처럼 자리하며 그린워싱 같은 부작용을 낳고 있는 요즘, 이솝의 행보는 실로 믿음직스럽지 않을 수가 없다.


 파파티스가 가진 엄격함은 이솝의 높은 기준을 가진 일관성을 만들어냈다. 그리고 이러한 일관성의 핵심은 '완벽주의'보다는 '도덕성'에 가깝다고 볼 수 있다.


이유 있는 디자인


"우리의 미학적 코드는 오로지 기술적인 필요성 안에서만 탄생합니다."

- 패키지

이솝의 디자인은 겉으로 보기에는 미니멀리즘만을 추구하는 듯하지만, 찬찬히 들여다보면 기능과 환경을 위한 역할들이 뚜렷하게 존재한다.


 이솝의 상징과도 같은 갈색병은 자외선 차단의 역할을 하며 방부제를 최소한으로 하기 위해 고안되었다. 모든 병, 포장 등의 패키지는 재활용 재료를 활용하고, 식물성 콩기름 잉크로 인쇄를 한다. 패키지에는 담백하게 기재한 효능과 성분, 격언 한 문장. 제품을 구매하면 종이백 대신 패브릭 파우치에 담아주는데, 나는 아직도 이 파우치를 세면용품을 담아 사용 중이다.  


 여담으로 패키지에 있는 검은 띠 디자인은 명확히 정보를 전달하는 역할을 하는데, 1997년 어느 날, 파파티스가 어시스턴트의 컴퓨터 화면에서 몇 줄의 텍스트를 검은색으로 강조하는 것을 보고, 지금까지 사용하고 있다고 한다.


- 매장

 작년 겨울, 도쿄 여행을 다녀오면서 나카메구로에 있는 이솝 매장을 방문했다. 기다리는 동안 작은 잔에 담긴 허브티를 받았는데, 덕분에 따스하게 속을 달래고 밖을 나왔던 기억이 있다.


 이솝의 매장은 특별하다. 이솝은 거창한 미디어나 마케팅을 이용하지 않는다. 그들의 브랜드 파워는 바로 '매장에서의 고객 경험'에서 나온다.

 매장입구의 무료 테스트 핸드밤, 웰컴 티, 매장 안에 퍼지는 은은한 향... 모든 매장 내 요소들은 고객으로 하여 환영받는 기분이 들게 한다. 이솝 매장의 상징과도 같은 싱크는 컨설턴트와 고객이 제품에 관해 대화하는 장소다. 컨설턴트들은 고객에게 오랜 시간 대화를 통해 문제점을 찾고, 제품솔루션을 제안한다. '싱크 데모(sink demo)'라고 하는 이 서비스는 무작정 제품 추천하는 것이 아닌, 고객이 편안하게 제품을 사용하도록 돕고 브랜드에 대한 경험을 극대화한다. 이솝의 COO 수잔 산토스는 '싱크데모'를 친근한 악수와 같다고 표현한다.


 이솝의 매장은 고객뿐만 아니라 지역과의 상생에도 심혈을 기울인다. 전세계 어디를 둘러봐도 똑같이 생긴 매장은 존재하지 않는다. 그 이유는 매장을 열기 전, 매장이 자리할 지역의 문화적 요소나, 일상을 자세히 관찰하고 반영하기 때문. 오스트리아 빈의 매장은 빈 양식의 다원주의와 20세기 초 전위예술에서 영감을 받아 공간을 디자인했다. 성수의 이솝매장에 있는 수납장과 선반은 한옥의 폐목재를 수거해 제작했다. 이솝의 매장은 전체적인 공간구성부터 오브젝트까지, 지역의 여러 요소들을 고려해 만들어진다.   

 

나카메구로 이솝매장 내부

 내가 다녀온 도쿄의 나카메구로는 작은 강을 끼고 있어 예부터, 강가와 우물가를 중심으로 사람들이 모여 마을을 이루고 살았다고 한다. 지금은 우물이 없어졌지만, 여전히 나카메구로는 도쿄의 도심 곳곳을 연결하는 교통요지가 되어 여전히 많은 사람들이 나카메구로로 모인다.

나카메구로 매장은 '일상의 도쿄'를 표현하였다. 사람들이 모여 마을을 형성하고, 안락한 일상을 나누던, 그 따뜻함을 담아 매장을 이루었다. 이에 따라 매장 안의 책장, 의자, 조명 등의 인테리어 요소들은 모두 '따뜻함'에 초점을 두었다.


 이솝의 디자인을 한 문장으로 정의를 해본다면 '소통하는 디자인'이 아닌가 싶다. 각각의 디자인에는 뚜렷한 이유가 존재하고, 이를 통해 우리에게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제시해 주는 듯하다. 심사숙고하여 만든 디자인은 우리의 삶을 개선시킨다.





마무리

 

 결국 이솝은 균형 잡힌 라이프스타일을 추구하는 브랜드이다.

제품에 대한 진심, 지역과 고객을 중시한 매장, 환경에 대한 행보. 고집이 강한 코스메틱 브랜드는 확고한 브랜드 철학을 여기저기에 심어놓았고, 이 모든 것들이 삶의 질을 높이는, 럭셔리를 위한 길이라는 것을 우리에게 알려준다.

우리는 이솝이 제시하는 삶을 동경하는 건 아닐까?


 '더 작게, 더 확실하게' 한 사람, 한 사람에게 전달하기 시작해 이제는 전세계 많은 이들에게 전달되고 있는 이솝의 진정성. 적어도 내 마음을 훔치는 데에는 충분한 것 같다.



출처

"매거진<B> - Aesop", 2022

조성은, 2019.10.30, https://brunch.co.kr/@freeoos/3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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