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모저모세모] 2022년 10월호
고기감자빵 안녕하세요. 저는 현재 게임 기획자를 준비하고 있는 23살 고기감자빵입니다.
푸딩푸딩얍 안녕하세요. 저는 1인 영상 크리에이터로 활동하고 있는 30살 푸딩푸딩얍입니다.
고기감자빵 일단 제가 가장 좋아하는 음식은 육류와 면류로 나뉘어요.
육류 중에서는 티본스테이크요. 그게 정말 맛있어요. 티본스테이크가 안심하고 등심 부위로 나뉘어 있잖아요. 먹을 때 식감도 다르고, 잘 된 거는 입에서 녹는데 그게 너무 좋아요. 안에 담백한 맛도 있고 육즙도 너무 좋아서 고기 중에서는 티본스테이크가 가장 좋아요.
면류 중에서는 태국의 볶음국수 팟타이요. 입에 넣으면 처음에는 달콤하고, 불향이 느껴지다가 약간 매콤한 맛과 땅콩버터의 고소한 맛이 나서 너무 맛있어요. 그중에서도 치킨 팟타이를 가장 좋아해요.
푸딩푸딩얍 저는 돈가스요. 그중에서도 요즘에는 규카츠가 너무 맛있어요. 제가 돈가스는 맛있는지 맛없는지 구분하는데 규카츠는 구분을 잘하지 못하더라고요. 그때 ‘내가 이 음식을 진짜 좋아하는구나' 알게 됐어요.
그런데 사실 이 질문 너무 어려워요. 저한테 음식은 한 메뉴라기보다 그때의 기억 같은 거거든요. 같은 음식이라도 계절이나 시간대를 많이 타는 것 같고, 나이가 들수록 입맛도 바뀌어서 꼽기 어려워요.
고기감자빵 저는 일단 명확하게 해물하고 야채요. 전체적으로는 괜찮은데 회 같은 날 것, 개불, 해삼 이런 건 잘 못 먹어요. 해물을 제가 어렸을 때 잘 안 먹은 것도 크지만 식감이 좀 촉촉하고 낯설어서 안 좋아해요. 전복도 한 번 먹어봤는데 익숙하지 않은 맛이어서 잘 모르겠더라고요. 그리고 채소는 당근이요. 익힌 거는 괜찮은데 생으로는 도저히 못 먹겠더라고요.
푸딩푸딩얍 저는 당연히 이상한 거 거의 다 안 먹어요. 저 완전 편식쟁이거든요. 원래 야채는 다 안 먹었는데 나이가 들면서 조금씩 고치고 있어요. 그리고 너무 맵거나 너무 달거나 너무 느끼하거나 그런 자극적인 걸 잘 못 먹어요. 오히려 슴슴한 게 나아요.
고기감자빵 어머니가 해주셨던 김치찜이요. 제가 옛날에 백혈병에 걸렸었어요. 백혈병에 걸리면 가려야 하는 음식들이 있잖아요. 근데 김치찜은 푹 삶으니까 먹을 수 있었어요. 고기하고 김치하고 밥하고 같이 먹은 게 정말 맛있었어요. 제가 병원 생활하면서 가장 맛있었던 음식이에요. 지금도 해주시면 너무 맛있게 먹어요.
푸딩푸딩얍 미국에서 소고기를 먹어보고 싶어서 주말에 열린 장에 갔어요. 가니까 애니메이션에 나올법한 정육점이 있더라고요. 고기를 주문하니까 잘라서 저울에 잰 후 종이에 싸서 노끈으로 묶어 주셨어요. 너무 멋있죠? 그걸 에어비앤비 숙소에 가져와서 무쇠 판에 구웠는데, 무쇠 판이 너무 뜨거워서 확 익더라고요. 급하게 고기를 뒤집고 썰어서 먹었는데 제대로 구워진 거예요. 진짜 너무 맛있었어요. 그때 소고기는 센 불로 구워야 한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고기감자빵 쓴맛 빼고 다 좋아해요. 분류대로 나누면 신맛하고 단맛은 차가운 거 위주로, 예를 들어 신맛은 감귤 스무디나 블렌디드 같은 신맛 좋아해요. 매운맛은 김치찜, 김치찌개, 제육볶음, 그리고 마라탕이요. 매운 것 중에서는 마라탕이 가장 좋습니다. 근데 최대한 낮게. 매운 거 잘 못 먹어서요. 단맛은 가공된 단맛이라고 해야 하나, 콜라 같은 인위적인 단맛 빼고 다 좋아해요. 케이크, 과일, 파이… 너무 많아요. 당은 행복의 맛이에요. 당이 있어야 행복해요.
단맛이 어떻게 달라요? 어떤 단맛은 좋고, 어떤 단맛은 싫고?
푸딩푸딩얍 이게 천연 단맛인지, 뭔가 첨가한 인공 단맛인지 구분이 돼요. 저도 인공 단맛 진짜 싫어하거든요.
고기감자빵 맞아요. 뭔가 섞여서 이상해져 버린 단맛이 진짜 싫어요.
푸딩푸딩얍님은요?
푸딩푸딩얍 저는 단맛 좋아해요. 음식에 단맛이 들어가야 더 맛있는 것 같고, 좋아하는 음식에는 다 단맛이 들어가 있는 것 같아요.
고기감자빵 일단 향하고 식감이 너무 중요한 것 같아요. 향하고 식감의 조화가 맞아야 진짜 맛있는 음식인 것 같아요. 한가지라도 부족하면 뭔가 부족한 음식인 것 같고, 맛을 제대로 못느끼겠어서 향과 식감이 가장 중요한 요소라고 생각해요.
푸딩푸딩얍 저는 풍부한 맛이요. 제가 코로나 후유증으로 음식 맛을 거의 못 느낄 때였어요. 그래도 몇몇 맛들은 느껴져서 프로즌 요거트 파는 곳에 갔었거든요. 거기가 사장님이 매일 새벽에 직접 시장에 가서 엄선해서 사 온 과일을 잘라준다는 곳이었어요. 그때 딸기가 올라간 메뉴를 먹었는데, 저는 딸기가 그렇게 맛있는지 몰랐어요. 딸기 하나에 다양한 맛이 느껴지면서 너무 맛있는 거예요. 새콤하면서 달고, 어딘가 짠맛도 살짝 있고, 신선한 맛도 나고 너무 맛있었어요. 그때 음식은 한 가지 맛보다 여러 가지 맛이 풍부한 게 더 맛있다고 느꼈어요. 그리고 이게 조화롭게 잘 섞이는 게 진짜 중요한 것 같아요. 저는 그 딸기가 올라간 프로즌 요거트 하나로 다양한 맛을 느껴서 정말 행복했어요.
고기감자빵 뷔페하고 일반 음식점 갈 때하고 좀 다른데, 일반 음식점에서는 가장 눈에 띄는 음식이요. 한마디로 메인 음식이요.
푸딩푸딩얍 저는 맛있는 것부터 먹어요. 지금 먹고 싶은 거나 지금 맛있어 보이는 거. 아니면 온도에 따라서 지금 안 먹으면 맛없어질 것부터 먹어요. 왜냐하면 맛있는 것부터 먹어야지 나중에 배가 불러도 아쉬울 일이 없어서요. 생각보다 사람 배가 금방 차더라고요.
고기감자빵 저는 일단 배는 채워야겠다는 생각으로 포만감만 채우고 바로 나와요. 그러고 다시는 오지 말자 생각해요.
푸딩푸딩얍 맛없는 걸 먹으면 이걸 목구멍에 넘겨야 하나 말아야 하나 고민이 돼요. 하루에 먹을 수 있는 양이 정해져 있는데 ‘내가 왜 이걸로 배를 채워야 하지?’ 싶어요. 저는 약간 억울해요.
특히 맛있다고 했는데 맛없으면 화가 나요. 제가 친구랑 2주 동안 미국 여행을 간 적이 있어요. 친구가 여행 가서 싸울까 봐 걱정했는데 제가 화를 진짜 안 냈대요. 근데 딱 한 가지 화를 내는 경우가 있었는데, 맛있다고 데려갔는데 맛없으면 제가 그렇게 화를 냈대요. (전체 웃음)
고기감자빵 얼마나 맛없었으면. 저 같아도 정말 화날 것 같아요.
푸딩푸딩얍 내가 미국까지 왔는데! 지금 이거 먹으러 온 줄 알아? 이거 화난다니까요. 맛있다 그래 놓고.
고기감자빵 그때 맛있는 거 줘야지 풀려요. 맛있는 거 주면 그땐 이야기가 좀 달라지죠.
푸딩푸딩얍 맛있으면 너무 감사하다고 나올 때 꼭 인사하고 나와요. 그래야 계속 만들 거 아니에요.
그럼 새로운 음식점을 갈 때 좀 두렵진 않으세요? ‘이거 맛있을까’하는…
푸딩푸딩얍 항상 억울하지 않기 위해 찾아보죠. 맛있는 걸 찾죠.
고기감자빵 음식점에 가면 수저 세팅하고, 물 떠오고, 그다음에 음식이 빨리 나오길 기도해요.
혹시 종교가 있으신가요?
고기감자빵 아니요, 종교 없어요.
푸딩푸딩얍 그럼 ‘음식 빨리 나와주세요' 기도를 왜 해 (웃음). 그럼 빨리 나오나요?
고기감자빵 음식 무사히 나와달라고… (단체 웃음) 제가 망상이 심해서 서빙할 때 음식을 놓치는 상상을 해요.
푸딩푸딩얍 음식은 사고당할 일이 별로 없어요~ 사고당해도 새로 만들어줘요.
고기감자빵 음식이 망가져서…
푸딩푸딩얍 음식이 다치는 것도 속상해요?
고기감자빵 속상하죠.
푸딩푸딩얍님은요?
푸딩푸딩얍 저는 요리를 해 먹거든요. 최근에 계란찜기를 샀는데, 거기에 계란도 넣고 만두도 넣고 빵도 넣고 그래요. 넣고 20분 정도 기다려야 하는데, 그럼 막 춤춰요.
약간 저의 고질병인데 요리할 때 자꾸 봐요. 거기서 눈을 못 떼겠어요. 요리할 때는 넷플릭스도 안 보고 전화도 안 하고 요리만 봐요. 그러니까 거기를 떠나지도 못하고 할 게 없잖아요. 그래서 춤을 추는 거예요. 노래하면 노랫소리에 음식 소리를 못 들으니까 무언의 막춤을 춰요. 발레도 추고, 재즈도 추고, 힙합도 추고. 저만의 댄스 공간.
음악을 들으면 음식 소리를 못 듣기 때문에 음악을 안 들으신다는 말씀이 인상적이네요. 그럼 조리되는 소리도 좋아하시나요?
푸딩푸딩얍 아니요. 좋아하는 건 아니고 맛있게 해야 하니까 걱정이 되는 거예요.
그러면 소리로 익힌 정도나 이런 거를 파악하시는 건가요?
푸딩푸딩얍 아니요.
그러면 소리는 왜 중요한가요?
푸딩푸딩얍 안 들리면 불안하잖아요. 요리를 잘하는 편은 아니지만 맛있게 먹고 싶으니까 최선을 다해 귀를 기울이는 거죠. 요리에 온갖 관심을 주면서 케어를 해주는 거예요. 맛있게 먹어야 하니까.
음식을 향한 두 분의 진심이 느껴지네요.
고기감자빵 저 ‘한 입만'.
그거 싫어하세요?
고기감자빵 아뇨 좋아해요. 저 한 입만 줬으면 좋겠어요.
푸딩푸딩얍 한 입만 주는 걸 지켜줬으면 좋겠다~(웃음) 상대방이요?
고기감자빵 네. 혼자 생각하죠. ‘나 저 음식 한 입만 먹고 싶은데 날 줄 수 있나?’, ‘나 한 입만 권유해줬으면 좋겠다.’
푸딩푸딩얍 다른 메뉴를 맛보게끔 해주는 건 예의 같아요. 예를 들어 제가 6개의 각기 다른 맛의 도넛을 사 왔는데, 제가 화장실을 다녀온 사이에 누가 한 맛을 한 입도 안 남기고 다 먹으면 화나요. 저는 다 먹어보고 싶단 말이에요. 한 입은 남겨줘야 하는 게 예의 아닌가요?
그쵸그쵸. 그럼 푸딩푸딩얍님은 상대방이 어떤 것을 지켜줬으면 좋겠나요?
푸딩푸딩얍 저는 먹는 방식 강요하는 거랑 먹기 싫다는데 끝까지 억지로 먹이는 거요.
그리고 한번은 이런 적이 있었는데, 제가 원래 편식이 심했으니까 친구들이 저만 쏙 빼고 메뉴를 시키더라고요. 그래서 제가 왜 나한테 안 물어봤냐고 하니까 ‘넌 안 먹을 것 같아서'라고 짐작하더라고요. 제가 안 먹다가 먹기 시작한 음식이었는데 안 물어보니까 섭섭하더라고요.
그쵸. 제가 안 먹는 거라도 물어는 봐줘야죠.
푸딩푸딩얍 가끔 제가 먹을 수 없던 음식을 먹게 되는 변수를 친구들이 고려하지 못한 거죠. 말하고 보니까 그냥 이게 다 기본매너인 것 같아요.
(다음 포스팅에서 계속됩니다!)
해당 게시글은 2022년에 쓰인 글로,
네이버 블로그에 포스팅한 게시글을 브런치에 재업로드 한 것입니다.
2023년은 홀수 해를 맞이해 홀수달에 발행될 예정입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