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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도하 Feb 27. 2024

새벽 여섯 시 반 출근

같은 것을 다르게 받아들이는 마음가짐




운이 좋게 2월부터 새로운 회사로 출근하게 되었다.


1월 말 퇴사였기에 어찌 보면 환승 이직의 성공이었다. 하지만 어찌 보면 경력에서 생길 공백이 두려워 내린 결정일지도 모른다. 너무나 가고 싶었던 회사였다만, 해당 과제가 지속되는 시기까지만 채용되는 연구직이었기 때문이다. 높은 연봉과 워라밸을 고용 불안성과 뒤바꾼 셈이다. 무튼 이런저런 일로 정신없던 2월도 벌써 막바지를 향해 달려가고 있다.


가장 많이 바뀐 것은 길어진 출퇴근 시간이다.

나는 아침 5시 50분에 기상해 6시 30분이 조금 넘으면 집에서 나온다. 처음에는 그저 막막함만이 앞섰다. 근처로 이사를 할까 싶었지만, 여러 사정으로 인해 그것 역시 쉬운 결정은 아니었다.


'내가 이 시간에 일어나서, 이 시간에 집을 나서야 한다고?'


불만과 걱정만이 나를 메꿨다. 이전 회사를 다녔을 적엔 알람조차 울리지 않았을 시간. 이걸 계속 지속할 수 있을지에 대한 고민도 한가득이었다. 아니, 사실 이 회사를 다녀야겠다고 마음먹은 과거의 나를 매우 원망하고 싶었다.


아무리 가고 싶었던 회사라 하더라도 이건 아니지 않나?








하지만 그렇게 1주일, 2주일.

이른 출근 시간이 익숙해질 때쯤, 나에게도 새로운 것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이렇게 이른 시간임에도 지하철은 많은 사람으로 붐볐고, 도로에도 역시나 수많은 차들이 달리고 있었다. 회사 통근 버스 기사님은 아마 나보다 더 일찍 눈을 뜨셨겠고, 나와 같은 통근 버스를 타는 분들 역시 나처럼 이른 시간에 새로운 아침을 시작할 것이었다. 뿐만 아니었다. 오전 장사 준비를 위해 희미한 불빛이 새어 나오는 식당들과 이른 아침에 문을 연 스타벅스까지.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새로운 아침을 열기 위해 이른 시간부터 움직이고 있었다.


약 한 달이라는 시간이 흐른 지금, 나는 일찍 일어나는 이 생활에 이제야 조금씩 익숙해지고 있다. 그리고 그만큼 세상을 좁게 보았던, 그저 투정만 부렸던 나에 대해 사소한 반성의 시간도 가져 보았다. 사람들은 자신의 자리에서, 최선의 노력을 하며 살아간다. 각자의 자리에서 성실히 반복되는 생활을 묵묵히 지켜낸다.


아마 다들 벅찬 순간이 분명 있을 것이다. 더군다나 가정을 이끄는 부모의 입장에선 어깨의 짐이 아마 더 무거울 테다. 스물 후반의 내가, 나 혼자만의 생활을 굴리는 것조차 벅차하는 것은 작은 투정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삶의 무게는 각자 달라도, 다들 더 나은 미래를 위해 이 순간을 살아가고 있음은 분명하다. 그 모든 순간들이 있기에 우리의 일상이 이리도 순탄하게 흘러가는 것 아니겠나.


요즘 인상에 깊게 남은 말이 하나 있다.


'내가 한 선택을 후회하지 않기 위해선, 선택 이후 내가 어떻게 살아가는지가 중요하다.'


사람이란 참으로 간사해서 지금 이 회사에 붙기 전엔 합격만 시켜주면 뭐든지 다 할 것처럼 굴다가, 막상 합격을 하고 나니 출퇴근에 투정을 부리곤 한다. 오늘도 나는 결코 힘들지 않다곤 할 수 없는 출근길을 견뎠지만, 그래도 이제는 꽤 괜찮다. 내가 한 이 선택을 1년 뒤, 2년 뒤 후회하지 않기 위해선 지금 내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는 수밖에 없다는 걸 알기 때문이다.


새벽 여섯 시 반 출근이 이따금씩 힘들어질 때면, 그 시간에 집을 나서고 그 시간에 아침을 시작하며 삶의 무게를 견디는 주위의 사람들을 둘러보아야겠다. 오늘도, 내일도. 같은 시간에 같은 출근길을 겪는 동지들을 보며, 조금은 더 힘차게 걸음을 내딛어야겠다.


이 생활을 앞으로 몇 년이나 더 지속할지는 모르겠지만,

삶을 살아가며 하나씩 얻어가는 배움이 소중하다는 것은 안다.


투정은 짧게 담아두고, 감사함에 집중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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