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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버폐 Mar 22. 2024

택배 상자를 뜯다가

배려를 생각하다

지인이, 설거지거리 안 나오게 케잌 접시로 뻥튀기 과자도 사왔다.

택배 상자를 뜯다가

오늘, 배달돼 온 작은 상자가 배려를 떠올리게 했다.

상자를 한 바퀴 감싸고 있는 투명 테이프는 손으로는 뜯어지지 않는다. 가위나 칼이 있어야겠다.


상자에서 테이프 뜯어내는 일에 무슨 배려까지 찾는가 물으면 딱히 할 말은 없다.

그러나 종이와 비닐 쓰레기를 구분해서 버리는 버릇을 들인 나로서는 자주 겪는 일이고 그럴 때마다 일어나는 생각이 배려와 배려하는 사람이다.


배려(配慮), 사전을 찾아보니 아래와 같이 풀이해 놓았다.
배려 : 명사. 도와주거나 보살펴 주려고 마음을 씀(네이버 지식백과)
2. 관심을 가지고 도와주거나 마음을 써서 보살펴 주다(다음 어학사전)


사전의 뜻처럼 배려를 잘하는 사람, 어느 벗이 떠올랐다. 그와 함께 있으면 어찌나 세심하게 챙겨주는지 손가락 하나 까딱하지 않아도 될 정도다. 그의 세심한 배려는 한국의 모든 것에 낯설 외국사람들과 같이 있을 때 더 빛났다.

식당에서는 젓가락질을 못하는 걸 알고 포크를 부탁하였고, 포크가 없는 식당이 있음을 알고는 어느 식당에서 주는 플라스틱 포크를 더 챙겨 두었다가 가방에 싸주며 다니는 동안 쓰라고 하는가 하면, 생선이 나오면 가시를 다 발라낸 뒤 접시에 따로 담아 주며 먹으라 하였다.


비가 올 때는 차에 넣고 다니는 우산 말고도 사람만큼 더 필요하다는 걸 알고 아무도 모르게 마트에 가서 우비와 우산을 사가지고 와 나눠 주었다. 운전을 할 때나 길을 걸을 때도 그의 배려심은 눈에 보이고 마음으로 느껴졌다. 너무 지나치다 싶어 그만하라 할 정도로.



이미지 출처 : 네이버


배려를 한자 풀이로는 '짝처럼(配) 다른 사람을 생각함(慮)'이란다. 그래서인지 배려에 대한 명언도 참 많다.


"배려 없는 인간은 빈 인간이다." - 에이브러햄 링컨
"배려는 작은 행동에서부터 시작된다." - 레오 비스카글리아
"배려는 마음의 소리를 듣는 것이다." - 루시 스톤
"배려는 양방향 도로이다. 주는 쪽과 받는 쪽, 둘 다  행복해진다." - 조지 허버트
"배려는 사랑과 관심을 표현하는 일상의 행동이다." - 알버트 슈바이처
"배려는 사랑과 관심을 실천하는 힘이다." - 존 우든
"배려는 존중과 이해를 실천하는 것이다." - 토머스 켄프리스
"배려는 상대방을 이해하는 마음에서 비롯된다." - 레오 부스카글리아
"배려는 작은 행동으로도 큰 영향을 줄 수 있다." - 마더 테레사
"배려는 더 큰 세계로 들어가는 열쇠이다." - 헬렌 켈러
"배려는 세상을 더 아름답게 만든다." - 로버트 인거솔
"배려는 사람 사이의 연결 고리다." - 조안 드 아르크


가까이 살면서 자주 만나는 사람들끼리는 서로의 취향이나 성향을 알아 자연스럽게 배려도 주고받을 수 있다. 하지만 가족일지라도 멀리 떨어져 자주 못 만나면서 관심이 없으면 뭘 좋아하고 뭘 싫어하는지를 모른다. 배려 또한 베풀고 받기가 어렵다.

그러기에 잘 모르거나 만난 적 없는 사람의 배려가 더 인상 깊게 느껴지는가 보다.


가끔 아주 가끔, 본 적 없고 만난 적 없는 누군가로부터 배려가 느껴질 때가 있다.

택배를 받을 때나 인터넷으로 물건을 샀을 때 누군가 나에게 뭔가를 보내올 때다. 물건을 보호하는 종이 상자에 박스테이프를 꼼꼼하게 붙이는 게 거의 모든 이들의 포장 방법이다. 개인이든 회사던.


며칠 전, 아는 스님이 보내준 차를 담은 상자를 뜯을 때였다. 상자에 테이프를 붙이는 건 여느 곳과 다름없다. 그러나 뜯을 것을 염두에 두었다는 듯 박스테이프 끝을 1센티 안 되게 접어 붙였다.

칼이나 손톱 또는 뾰족한 무언가로 흠집을 내면서 떼어내야 하거나 힘을 주어야 하는 일이었는데  손으로 바로 잡고 떼어낼 수 있어서 아주 쉬웠다.

아마도 차를 만들고 담은 분이 몸소 포장을 한 듯하다.


그러면서 잠깐 아주 잠깐 '나도 이렇게 포장을 해야겠구나!'를 생각했다. 그러나 언제 그랬냐는 듯 까맣게 잊고 있었다. 어느 날 택배를 받고 포장지 테이프를 뜯어내다가 너무(?) 힘들어 문득 이런저런 상황, 이런저런 사람들이 떠올랐다.


배려는 유명인들이 한 말처럼 사실 엄청나게 거창한 것이 아니다. 아주 작은 일, 눈에 잘 띄지도 않는 일을 볼 줄 알고 헤아릴 줄 아는 일이다. 상대방의 마음을 다 헤아리지 못해도 된다.

다만 자신이 보고 듣고 경험하는 가운데 불편했다고 느끼는 것이 있었다면 그건 남들도 그럴 수 있다는 말이다. 그러므로 그 불편했던 것을 떠올리고 어떻게 하면 불편하지 않을까를 생각하고 행하는 것이 배려일 것이다.


세상살이들 보면 가끔 답답하고 안타까울 때가 있다.

반대를 위한 반대만 일삼거나 남들이야 불편하든 말든 내주장만 하거나 남의 말에 귀를 기울이기는커녕

막무가내로 내 말만 하는 이들을 볼 때다.

자잘한 불편쯤이야 '그러려니, 그렇구나!' 받아들이는데 이골이 났다지만 그래도 배려가 그립고 아쉽다.



택배 상자를 풀다가 아니 뜯어내다가 문득, '배려와 배려하는 사람'에 대해 생각한다.


 나는 어떠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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