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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버폐 Jun 21. 2024

감자꽃 흐드러져야 하는 6월에

산골 일기

감자꽃 흐드러져야 하는 6월에


마당을 나서 몇 발자국만 나가면

펼쳐지는 너른 밭엔 감자꽃

풀꽃향이 넘실대는 향누리달

메밀로 이름 떨치는 봉평이어도

메밀꽃 필 무렵은 몇 달 뒤의 일

이글거리는 볕 아지랑이 스멀대니

봉긋해져야 할 까만 비닐 속 이랑이

아직 엉덜 멍덜 움푹 홀쭉하다

바야흐로 6월

이곳은 감자꽃이 흐드러져야 하는데,


6월을 일컫는 말은 여럿이다

호국 보훈의 달그 가운데 하나고

전쟁이 일어났던 날이 있고

목숨을 잃은 님들을 기리는 

현충일도 있다

어느 밥집에서 젊은이들이 주고받는다


젊은이 1

"야, 현충일이 뭐 하는 날이냐?"


젊은이 2

"빨간 날, 노는 날!"


젊은이 1

"인마, 그건 나도 알아. 근데

왜 노는 날이냐고?"


젊은이 3

"위인들을 기리는 날이니까."


젊은이 1,2,4

"무슨 위인?"


젊은이 3

"한국을 빛낸 100 명의 위인들 있잖아."

참견하고 끼어들고 싶었지만

았다


인디언 체로키족 말로

'말없이 거미를 바라보게 되는 달'


6월이

얼마 안 남았다

감자꽃은 피자마자

시들어지고

볕의 뜨거움이 8월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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