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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청포도 Jun 14. 2023

자신만의 아름다운 시간과
행복한 공간 가꾸기


매주 목요일마다 직장동료들과 함께 청계산을 오릅니다.

산을 오르는 가장 큰 이유는 당연히 건강한 몸과 마음을 유지하기 위함입니다.

오전 10시에 만나서 차오르는 숨과 땀을 쏟아냅니다.

각자의 속도와 등력이 다르기에 대화를 나누기가 쉽지는 않습니다.


얼굴에 힘듦이 보일 때는 말없이 기다립니다.

지친 발걸음 앞에서 힘찬 모습을 보이지 않습니다.

그것이 우리의 힘입니다.



오늘은 혼자 산을 오릅니다.

가끔 스스로와 대화하고 싶을 때가 있습니다.

오늘이 그날입니다.


누군가 "어디에 갑니까?"라고 묻는다면 "청계산에 갑니다"라고 대답했을 것입니다.

산에서 내려와서 어디에 다녀왔냐고 묻는다면 바로 청계산에 다녀왔다고 말할 것입니다.


하지만, 산은 커다란 집합체의 이름입니다.

그 속에는 수많은 동물과 식물들이 있습니다. 또한, 보이지 않는 생각과 느낌들이 존재합니다.

세상을 크고 넓게 바라보는 시야도 중요하지만, 좀 더 세밀하게 바라볼 필요도 있습니다.


산 위의 시간과 평지의 시간은 다릅니다. 또한, 움직이는 사람과 정지해 있는 사람의 시간도 다릅니다.

더 나아가 시공간은 항상 변하는 것이고, 관계에 따라서 속도와 방향도 달라집니다.


산을 오를 때 물소리를 듣습니다. 그 순간 의미 있는 것은 물과 나와의 관계입니다.

초록의 나뭇잎으로 시선을 옮기면 의미 있는 시공간은 변합니다.

물과 나는 의미를 잃습니다. 물은 새로운 관계에 도달할 때 까지 자유로운 여행을 합니다.


나의 마음도 들여다봅니다. 하늘도 바라봅니다. 그리고, 오늘의 할 일도 생각합니다.

정상에 도달해서 인증사진도 남깁니다.


오늘 산행에는 특별함이 있습니다.

튼실한 솔방울을 품은 소나무와 "관계"를 맺습니다.

적어도 50번은 오르내린 청계산에서 처음으로 같은시간과 같은 공간을 나눕니다.

조만간 " 어디가?"라고 물을 때, "청계산에 내가 좋아하는 소나무를 만나러 가"라고 대답할 일이 있을 것입니다.



정상을 바라보며 묵묵히 오르는 것도 좋습니다.

때때로 다른 시간과 다른 공간을 지녀본다면 삶이 더욱 풍성해지리라 믿습니다.


10억분의 10억분의 10억분의 10억분의 1억분의 1초로 이루어진 시간의 알갱이와 10억분의 10억분의 10억분의 1백만분의 1센티미터의 공간의 알갱이로 이루어진 우주공간을 "이해"라는 단어 속에 가둘 수는 없습니다.


'호모 사피엔스'가 지구상에서 사라지는 그 날까지도 저를 포함한 대부분 사람들에게는 중요하지 않은 이야기일 수도 있습니다.


'진리를 탐구하는 것'과 '삶을 살아가는 것'과의 직접적인 연관성을 느끼기가 어렵기 때문일 것입니다.


하지만, 진리에 가까운 삶의 태도를 지닐 수는 있습니다.

타인을 대할 때는 산 전체를 바라보는 것과 같이 하고, 자신에게는 '말의 시간'과 '행동의 공간'을 알갱이로 쪼개서 바라보는 엄격함을 유지하면 좋을 듯 합니다.



기준을 세우면 '질서'와 '무질서'가 나누어집니다.

차이와 다름은 인정하는 것이 아니라. 존재 그 자체를 인식해야 하는 것일 지도 모릅니다.

흐트러진 모습 그대로가 또 하나의 새로운 모습일 수도 있습니다.


그러기에, 우리가 할 수 있는 유일한 것은 나만의 시간을 아끼고, 나만의 공간을 가꾸는 것입니다.


오늘도 아름답고 행복한 관계들을 맺기를 바랍니다.

상상조차 할 수 없는 꿈과 희망을 지니길 바랍니다.

시공간의 작은 알갱이들이 웃음 속에 피어나길 또한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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