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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십육피 Feb 03. 2023

멀지만, 가까운 존재들


2023년 검은 토끼의 해가 밝았다. 팬데믹 상황으로 본가에는 자주 내려가지 못했다. 명절을 이유로 나는 오랜만에 본가를 방문했다. 그동안 전화기를 통해서만 들렸던 음성들은 실체가 되었고 오랜만에 보는 가족들은 그 자리 그대로에 있었다. 나에겐 가족은 어떤 의미일까? 묵묵하게 힘이 되어 주는 존재? 아니면 어떠한 짐을 던져주는 존재? 사람마다 가족의 의미는 다양할 것이다. 오늘은 설을 핑계로 가족들을 인터뷰해 봤다.


나 : “아 맞다, 인터뷰해야 되는데 엄마! 엄마!”
어머니 : “야가 와이라노, 인터뷰? 무슨 인터뷴데? 우찌 말해야 되는데?”
나 : “그냥, 자연스럽게 생각한 대로 말씀해 주시면 됩니다!”
어머니 : “바쁘다 지금, 난주 해라 난주”


1차 시도는 시원하게 실패했다. 어머니를 제일 처음 인터뷰를 하려고 했지만 아무래도 이런 시간이 부끄러우신 모양이다. 어릴 적부터 내가 봐온 어머니의 모습은 항상 당당하신 분이었다. 물론 지금도 그렇지만 항상 가족과 관련된 일은 발 벗고 해결하려고 하셨다. 적어도 내가 생각하고 있는 어머니의 모습은 그렇다. 이런 모습 때문일까? 어머니는 현재 동네 동장을 맡고 계신다. 이번 인터뷰는 현재 가족과 함께 하지 못하는, 아니면 어쩌면 가슴속 한편에 영원히 간직하고 있을 이들을 위해 기획해 본 작은 선물이다.


어머니

필자에 대해 평소 어떻게 생각하는가?

- 1남 1녀 중 막내, 그렇지만 어릴 적부터 욕심이 없고 양보하는 걸 좋아해서 걱정이었다. 하지만 이제는 어느덧 커서 본인의 일을 하며 생활하는 것 같아 보기 좋다. 

(사실 더 낯부끄러운 이야기를 많이 해주셨다. 하지만 이걸 다 밝힐 순 없어 나름의 검열? 을 진행해 이 정도로 줄였다)


가족에 대한 기억 중 아직도 기억에 남는 게 있다면?

- 예전 선물로 받은 립스틱을 아들과 딸이 TV와 스피커 곳곳에 칠해 엉망진창으로 만들었던 기억이 있다.
(사실 이 에피소드는 아직도 기억난다. 유난히 세세한 기억을 잘 하는 나는 그 당시 뭔가 파격적인 일을 벌이는 것을 즐겨 했던 것 같다. 물론 지금도!)


나는 평소 잘 웃는 사람인가? 나를 웃게 만드는 건 무엇인가?

- 평소 잘 웃는 사람이라고 생각하고 잘 웃으려고 노력한다. 항상 긍정적으로 생각하려 하고, ‘이만하면 다행이다’라는 마인드로 살아가는 것이 나를 웃게 만들 수 있는 원동력인 것 같다.


요즘 내가 꾸준히 하고 있는 게 있다면?

- 바빴던 일과 이후 모든 준비를 끝내고 여유로운 시간에 핸드폰으로 게임하는 걸 즐긴다. 퍼즐 게임을 즐기는데 생각보다 어려워 꾸준히 풀어보려고 한다.

(눈에 좋지 않으니까 그래도 너무 오래 안 하셨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어?! 이건 내가 어릴 때 어머니에게 자주 많이 들었던 말인데?’)


최근 가장 고민은 뭔지?

- 몇 해 전 먼저 하늘나라로 보낸 오빠에 대한 슬픔이 가끔 든다. 자주 다툼도 많았었는데 그게 항상 마음에 걸려 슬프다.
(외삼촌은 항상 유쾌하신 분이었다. 어린 시절 작은 나를 오토바이 앞에 태우고 동네 곳곳을 다녔던 기억이 있다. 장례를 치를 때 어머니의 눈물을 보고 마음이 너무 아리었다. 그동안 많은 일들이 있었고 시간이 꽤 되어 잊고 계신 줄 알았다…)


2023년 각오는?

- 지난해부터 파크 골프라는 취미를 가졌다. 평소 건강을 잘 못 챙겼었는데 이번 기회로 취미도 생기고 건강을 챙길 수 있는 것 같아 아주 자랑스럽다.

(이외에 MTB 자전거도 타고 계신다. 취미 생활을 하는 것은 삶의 의욕을 주는 수단 같다. 어머니의 취미 생활 항상 응원합니다!)


2024년 내년의 자신에게 조언을 해본다면 무슨 메시지를 보내고 싶은가?

- 항상 감사하는 마음으로 웃으면서 살면 좋은 일은 자연스럽게 따라오니 힘든 일이 있더라도 그렇게 살아가자


* 이번 어머니를 인터뷰하면서 ‘시간이 참 많이 지났다’라는 것을 다시 한번 더 느꼈다. 늘 당당하셨던 모습은 점점 풍화되어 깎여 나갔고, 조금 더 유하게 변하셨다. 아마 어머니는 사실 이전에도 꽃을 좋아하는 소녀 감성을 가지고 계셨던 게 아닐까? 아, 그리고 아버지는 인터뷰를 극구 사양을 하셔서 하지 못했다.


이렇게 첫 번째 인터뷰를 무사히 마치고 다른 타깃을 발견했다.

셋째 조카를 목욕시키고 있는 누나를 발견했다. 타깃 ON! 


* 다음 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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