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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은서 Aug 19. 2015

한 여름의 크리스마스

나 홀로 집에

택배입니다. 


현관엔 아무도 없었다. 문고리에 걸린 에코백이 전부.

그였다. 그가 보낸 것이 틀림없었다. 

에코백을 사야겠다던 여자의 말은 이별을 고함과 동시에 허공에 흩어졌다. 보름이 지난 뒤, 그를 대신한 에코백은 분홍과 보라가 섞인 장미 꽃다발을 품은 채 여자에게로 왔다. 작은 편지와 함께 보내진 선물은 때를 잘못 택한 선물이었다. 한 여름에 털옷을 입고 온 산타할아버지가 얼마나 더웠을지를 떠올리며 여자는 울었다. 여자는 산타클로스를 믿은 적도, 부른 적도 없었지만 남자는 기꺼이 여자에게 산타가 되어 주겠다고 했다. 그날 밤, 어긋난 크리스마스를 여자는  온몸으로 느꼈다. 뜨겁게 돌아가는 선풍기 날개만이 휭휭, 여자를 다독였다. 



여느 겨울보다 시리던 그 날, 여자는 남자의 마음을 다시 보려 애썼다. 선물을 찍어 아무도 모르게 SNS에 올려도 보았다. 뜬눈으로 밤을 지새웠다. 설레지는 않았다. 혹시나 그가 볼까 새로고침을 누르다가도 이내 휴대폰 배터리를 던져놓았다. 뜨거운 차를 우리고, 그 열기가 식어갈 때 즈음 잔이 비워졌다. 


그리고 다음 날, 산타가  찾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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