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도를 공유한다는 것
온도라는 것은 늘 애매하다. 예를 들어 사람의 체온을 잰다고 했을 때, 같은 36.5℃라고 해도 위에서 보면 좀 부족해 보이고 아래에서 보면 좀 넘쳐보인다. (물론 전자온도계라면 이야기는 달라지겠지만) 정확한 측정을위해 온도계를 눈높이에 두고 정 가운데에서 바라봐야 한다는 방법또한 애매하기 짝이 없다. 실제로 온도를 재는 것 보다 더 정확한 방법은 직접 부딪혀 보는 것이다.
손등을 대 보았을 때 차가우면 '나보다' 낮은 온도일 테고, 뜨거우면 '나보다' 높은 온도일 테니. 온도라는 것이 그만큼 상대적이라는 이야기다. 새삼스럽게 신기한 것은, 나랑 딱 맞는 온도는 만져본 기억이 없다는 것. 아마 미묘하게 모든 생명체가 각자의 온도를 가지고 있을 거라는 것이 나의 결론이다. 나무의 온도, 바람의 온도, 모니터의 온도, 그리고 감정의 온도. 그 모든것이 각자의 온도로 살아가고 있다.
사람과의 만남에서도 마찬가지다. 조금 비슷한가 싶어 가까이 다가가보면 또 예상외로 다른 온도를 지닌 사람들이 있다. 전혀 다른 기호를 사용하는 사람들인 것 같지만, 알고보면 비슷한 온도의 범위를 공유하기도 한다. 가끔은 감정에 따라 뜨거워 지기도, 차가워 지기도 하며 그렇게 우린 관계라는 것을 맺는다.
지속되는 관계에서는 이 감정의 변화에 따라 기복이 생기는 일이 많아진다. 극심한 온도의 차이로 인해 관계가 괴로워지기도 한다. 불같이 화를 내는 사람 앞에서 한없이 무기력해 생기를 잃어가는 자신을 발견할 때가 있다. 뜨거운 사랑을 주는데 비해 미적지근한 마음을 받는 것 또한 괴로운 일이다.
그와중에도 다행인 것은, 온도가 섞인다는 점이다. 접촉되는 점 하나로도 당신과 나는 온도를 공유할 수 있다. 피부를 통해 그 온기가 깊이 전해져오기도 하고, 마음 속까지 차갑게 식어버릴 수도 있다. 그런 변화과 있기에 우린 서로를 물들여가며 조금씩 맞춰갈 수 있는 것일 지도 모르겠다.
그렇게 상대적인 것이기 때문에, 나는 당신이 궁금하다. 얼마나 나에게 따듯한 사람일지, 뜨거운 사람일지, 조금은 미적지근한 사람일지, 혹은 아주 차가워 차마 손을 대기가 겁나는 사람일지. 나와 딱 맞는 온도를 가진사람이 있다면 그사람과의 만남은 어떤 느낌일까. 차갑지도 뜨겁지도 않은채, 오히려 아무런 감각조차 느끼지 못하고 지나쳐 버리는 것은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