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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화건 Sep 10. 2024

변하게 할 수 있어... 나 자신만은...

H.N. 소. 우. 주. 지기의 생각을 지금 다시 생각해 보니

2021년 7월 6일 SNS 게시글

현대 경영학의 창시자라고 알려진 피터 드러커는 "다른 사람을 변화시키는 것은 어렵다. 그러나 자신을 변화시키는 것은 가능하다"라고 했습니다

너무나 당연한 이야기인데도, 사람들은 스스로를 과대평가하여 마음만 먹으면 다른 사람을 변화시킬 수 있다 착각하며 살고 있죠. 더 웃기는 건 다른 사람들이 그렇게 행동하면 혀를 끌끌 차며 '이해할 수 없어"라고 하면서 정작 자신들은 어디선가 누군가에게 그러고 있다는 거지요


삶에서 변화는 거부한다고 해서 안 해도 되는 그런 게 아니더군요. 모두가 시시때때로 풀어나가야 할 숙제가 확실했죠. 그것도 그냥 숙제가 아니라 평생 과제! 

저 역시 살면서 변화가 필요할 경우를 수도 없이 맞닥뜨리며 살고 있지만, 막상 변해야 할 때에는 많이 망설였고 여전히 주저하며 살고 있죠. 물론 그렇지 않은 경우도 있었겠지만 막상 기억나는 게 없네요

도전과 모험을 좋아하는 사람이 있는 것도 알지만 저에게는 쉽지 않았고요


아무리 좋게 생각해보려 해도 저는 변화 앞에서 많이 주저하는 타입인 게 확실합니다. 생각이 많아도 너무 많죠. 생각이 많다는 게 무조건 나쁜 건 아니지만, 저에게는 부정적인 방향으로 영향을 미치더군요. 행동을 촉진하는 역할 대신 방해를 했으니까요

한 발은 예전의 실패 경험을 끌어와서 후회의 늪에서 허우적대고, 다른 발은 일어나지도 않은 일에 대한 두려움과 걱정의 올가미에 잡혀서 앞으로 나아가지 못한 적이 많았죠. 스스로 답답하다 느끼면서도 좀처럼 바꾸지 못하겠더라고요. 걱정도 많이 하는데 게다가 겁도 많거든요


좀 심하게 표현하면 어차피 한 번밖에 못 사는 인생인데도 생각만 하다가 죽도 밥도 못 만드는 아니 안 만들고 머뭇거리고 있다 할까요. '안정적으로 살아야 한다'면서 늘 자기합리화하는데만 바빴죠

지금 와서 생각해 보면 안정이라는 것처럼 뜬구름 같은 허상도 없는데 말이죠. 그냥 몸을 웅크리고 있으면 안전할 줄 알았거든요. 아니 믿고 싶었다는 게 솔직한 마음이었죠. 그건 그냥 퇴보고, 퇴보의 끝은 낙오라는 걸 못내 외면하며 지냈습니다. 외면하면 그냥 지나쳐 지나가지 않을까 하는 일말의 기대를 가지고요. 변화를 위한 고통을 견디는 게 싫었죠. 아무것도 안 하면 불편했지만 그냥 지내다 보면 얼마 지나지 않아 익숙해졌으니까요

모든 게 변한다는 건 당연하고 유일한 진실인데도 믿지 않으려고 노력 아닌 노력을 하며 지냈습니다


'궁하면 변하고 변하면 통한다' 

몇 년 전 흥미를 갖고 재미있게 읽었던 책 제목입니다. 그 당시에는 고개를 끄덕이며 읽었었는데 거기까지였죠. 변해야 한다는 내용은 수긍했는데도 실천하는 건 별개의 문제라고 생각했으니까요




살다 보면 변곡점을 만나 이전과는 다른 삶을 살게 되는 경우가 있는데, 바로 저에게도 그런 일이 생겼습니다

어느 날 제가 중환자실에 있더군요. 밤새 기계 소리와 다른 환자들의 신음 소리를 들으면서요. 머리가 터질 것 같았죠. 새벽녘이 되어서야 머릿속이 잠잠해지며 안정이 되더군요. 일부러 그런 게 아닌데도 자연스럽게 '지금처럼 사는 대로 살아서는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이렇게 끝난다면 억울해서 눈이라도 감을 수 있겠어' 뭔가 울컥한 게 가슴 깊은 곳에서 올라왔죠. 잘 살고 멋있게 사는 건 둘째치고 후회하고 싶지 않았습니다. 물론 현실에 충실해야 했지만요


우선은 몸부터 챙겼습니다. 건강을 조금씩 찾으면서 저 자신을 돌아보는 시간도 가졌고요. 특히 변화와 관련된 저의 태도를 집중적으로 생각해 봤습니다

이유가 없는 건 아니지만 소극적으로 살았던 걸 다시 한번 확인할 수 있었죠. 안정과 안전을 추구한다는 미명하에 변화를 피해 다니기 바빴네요. 스스로 변화를 포기하니 결국에는 변화를 강요당하며 살아야 했고요. 피동적이고 수동적이다 보니 결국에는 '변화'는 제 결정이 아니라 생각했던 것 같습니다. 어리석었죠. 늦게라도 제 상태에 대해 정확히 돌아볼 수 있는 시간을 가진 게 얼마나 다행인지 모르겠습니다


이제 시작이기에 어떤 변화를 만들지 솔직히 저 자신도 궁금합니다. 지금까지 의존적이었고 결정 장애로 애를 먹었던 저였기에 상상이 안 되거든요. 굳을 대로 굳어진 저 자신을 얼마나 변화시킬 수 있을까요? 

이번 숙제는 정말 흥미진진하네요. 게다가 문제를 제가 직접 냈으니 더 흥분이 돼요


제게 주어진 남은 시간만큼은 잘 살아보려 합니다. 누군가들의 말처럼 저에게 주어진 시간이 덤일 수도 있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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