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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구니 Jul 18. 2023

비즈니스

크래프톤

우리가 아는 역사는 승자의 기록뿐이다 패자들의 재능을 칭찬하는 이야기 또한 그런 재능을 가진 사람들을 정복했다는 위대함을 찬양하기 위해서다 그동안 다윈주의 바탕을 둔 역사관을 우리에게 주입시켜 왔다 자기 계발서적에서 나오는 수많은 성공사례 또한 마찬가지다


그러나 이런 승자들의 성공사례들 중에 우리가 적용할 수 있는 것은 많지 않다 사실 일류 기업의 발전사는 전복의 과정이고 실패의 연속이었지만 화려한 성공에 가려졌을 뿐이다 수많은 일류기업은 실패와 전복되는 과정 속에서 기업의 문화가 완성되고 혁신을 이루었다 크래프톤의 발전사 역시 성공의 티핑포인트 이전에는 11년간의 실패를 쌓아 올린 시간이 있었다 크래프톤은 실패를 지독하게 버티면서 결국 운과 성공에 닿게 되었다



그래서 크래프톤 웨이는 성공공식이나 성공방법만을 강조하는 많은 사람들이나 책 보다 우리에게 더 유익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래프톤은 기나긴 고난의 시간이 무색할 만큼 단 하나의 게임, 배틀그라운드로 세계적인 게임회사가 되었다



크래프톤 이전의 블루홀은 게임명가의 비전을 외치며 게임판도를 바꾸겠다는 야심 찬 꿈을 꿨지만 "테라"는 게임기획부터가 시장을 만들 수 있는 게임이 아니라 엔씨소프트가 만든 시장에서 경쟁해야 하는 게임의 수준이었다 이 잘못된 첫 단추가 게임명가를 만들기 위해 11년이란 시행착오를 겪게 했던 결정적인 이유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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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래프톤은 6명으로 동업을 시작했다 동업은 결혼과 같다고 했다 동업에서 중요한 것은 뭘까?



첫 번째는 품성이다 품성은 신용, 즉 약속을 잘 지키고 책임을 잘 지는 것이다



두 번째는 비즈니스에 대한 이해 수준이다 이 2가지는 동업에서 얻을 수 있는 모든 이익보다 우선시해야 한다 그다음은 지분, 직책, 급여, 경영권, 수익금 배분 방식, 책임의 한계, 주식 양도 시 동의권, 재투자 비율, 계약 파기 조건, 증자조항 등의 세부적인 항목을 문서화하고 공증하는 과정이 있다



세 번째는 가치관과 철학이다 이것이 동업에서 가장 어렵다



크래프톤 멤버 2명은 게임에 대한 이해가 부족했고 4명은 비즈니스에 대한 이해가 부족했다 각자 만들고 싶은 회사와 게임이 있었는데 여기서 서로의 가치관은 달랐고 비전 또한 구체적이지 못했다 만들고 싶은, 만들어야 하는 회사와 만들고 싶은, 만들어야 하는 게임은 모두 달랐다




《어떤 게임보다 어떤 게임회사를 만들 것인가가 먼저였다》



그래프톤은 어떤 회사를 만들기 이전에 어떤 게임을 만들어야 할까 가 먼저여야 했다 모두가 알다시피 게임회사는 리니지나 배 그 같은 하나의 효자게임이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 그리고 동업 시작 당시 장병규와 김강석 외의 4명의 직책은 게임개발 관련 직책이었다 (박용현 개발 총괄, 황철웅 아트팀장, 김정한 프로그래밍 팀장, 박현규 기획팀장)



경영과 게임 개발에 대한 충분한 이해 없이 역할분담을 너무 빠르게 했던 것이 패착이었다




《어떤 인재가 게임 기획자로선 국가 대표급이지만, 게임 제작을 총괄하는 PD로선 평균 이하일 수 있다》




사실 장병규를 포함한 경영진은 세상을 떠들썩하게 하는 게임을 만들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에 대한 더 심도 깊은 소통과 더 많은 대화를 했어야 했다 게임에 대해서 잘 몰라도 게임 속에 가치관과 철학은 녹일 수 있었고 오히려 게임에 대해 잘 모르기 때문에 배우면서 획기적인 아이디어가 나올 수도 있었다




《블리자드는 5개의 제작팀이 독자적으로 움직이면서도 경영진은 팀의 리더들을 견제한다 수시로 만나 조언하고 생각을 나누며 토론한다 이런 소통 문화의 토양 안에서 전에 없던 독톡한 색깔을 내는 게임이 탄생했다》



"당신이 틀린 질문만 하니까 틀린 답만 찾을 수밖에 없잖아 왜 가뒀냐가 아니라 왜 풀어줬냐가 올바른 질문이지"



-올드보이



결국 게임이라는 것은 어떤 게임을 만들까도 중요하지만 게임을 하는 사람을 생각해야 한다 어떤 사람들이 이 게임을 하면 좋겠고 유저들이 게임하면서 얻어가는 것이 뭐가 있으면 좋을까에 대해 생각해봐야 한다



이런 질문들을 할 수 있다 "게임에서 스토리가 탄탄하고 재밌으면 되는 것일까? 아니면 게임을 통해 삶의 본질적인 것들을 변화시킬 수 있는 것일까? MMORPG게임이라는 틀을 깨고 어떤 인식을 초월할 수 있을까? "




《게임을 만들어본 경험이 없던 장병규가 테라를 맡은 후 가장 놀랐던 점은 데라를 만드는 사람들의 생각이 각기 다르다는 점이었다 심지어 이 사람들이 3년 이상 함께 같은 게임을 만들어온 것이 맞나 싶을 정도였다》



장병규와 김강석은 게임 제작에 대해서 전문가가 아니기에 개발자를 존중했다 경영과 제작의 분리라는 원칙에 눌려 서로가 서로에게 장벽을 쳤다 하지만 수평적인 문화를 만들고 경영진이 주도하는 게임을 만들지 않겠다는 원칙이 결국은 흔들렸고 전적으로 맡긴 탓에 돌이키기 어려운 상황까지 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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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라"의 실패와 "배그"의 성공



테라



《전투만 좋으면 통할 것이란 낙관이 오히려 방심을 부른 것 같다 2004년 블리자드의 월드오브워크래프트가 등장하면서 게이머들의 눈높이가 높아졌다》



박용현은 테라는 문제없는 게임이란 입장에 대해서 완고했다 이때부터 장병규와 박용현은 블루홀 지분에 대한 대립각을 세우기 시작하면서 믿음의 균열이 생겼다 게임개발 총괄자가 현실을 인지하지 못하고 책임 대신 자존심을 지키려고 하다니, "테라"를 객관화하는데 실패할 수밖에 없다 "테라"는 기획방향, 개발속도, 시장분석에서 모두 실패한 작품이다




《박현규가 보기에 프로토타입이 너무 잘 나온 것이 오히려 독이 된 것 같았다 알아서 하겠지라는 방심을 불렀다》



테라 출시 후 10만 명이 넘는 유저들은 게걸스럽게 블루홀의 콘텐츠를 먹어치고 있었고 콘텐츠 업데이트가 슬슬 부담이 되면서 유저들을 따라가지 못했다



테라는 제1의 테라가 아니라 제2의 리니지를 만들려고 했던 것이 문제다 테라는 그저 기술 좋은 전문가가 자기 기술에 갇히면서 혁신하지 못한 졸작에 불과하다




배그



장병규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중국시장은 손에 잡힐 듯 잡히지 않았고 이때 블루홀은 쓸 카드가 더 이상 없었다 장병규는 스스로를 하얗게 타버린 재로 여겼다 이때 김강석은 회사 외부의 개발팀을 블루홀로 흡수합병하자는 연합군 전략을 제안했다 이게 전략이 가능했던 것은 개발진과 인재를 우대하는 문화가 있었고 탁월한 장병규라는 경영자가 있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지분교환을 통한 인수 전략은 집문서를 가지고 벌이는 도박과 같은 것이다



어쨌든 이때 블루홀이 중요하고 어려운 결정을 잘 해냈다 어려운 와중에도 회사는 투자와 인력충원 그리고 합병에 힘을 썼고 결과적으로 말하자면 연합군의 일부인 피닉스가 배틀그라운드를 탄생시키면서 터닝포인트가 되어 지금의 그래프톤이 된 것이다 그때 만약 그런 결정을 안 했더라면 배그는 물론이고 사실상 기존에 있는 낡은 관습 때문에 게임을 제작하고 혁신하는 면에서 경쟁력을 잃었을 것이다




《2015년 11월 김강석은 김창한 PD의 MMO 슈팅 게임 장르의 제안서를 들고 왔다 배틀로열은 서구권에서 큰 인기를 얻기도 했는데 이런 장르가 게임시장에 생겨나고 있었고 유망했다 이때 장병규는 김창한을 대단한 선동가라고 생각했다 홀린 듯이 김창한의 설명을 들었다》



사실 RPG를 19년간 해온 엔씨소프트와 경쟁하는 것은 어렵고 모바일게임처럼 배틀로열 장르의 시대가 올 것이라고 김창한은 생각했던 것이다 배틀로열 게임의 개념과 게임 규칙 등은 모두 브랜든 그린의 머리에서 나왔는데 3년째 홀로 지내며 배틀로열 게임 개발에 매진하고 있었다 브랜든이 배틀로열 게임에 대한 이해와 그 디테일은 김창한이 따라갈 수 있는 수준이 아니었다



하지만 이런 브랜든은 제작경험이 부족해 받아주는 유럽의 게임회사가 없었고 블루홀은 북미시장을 겨냥한 게임을 제작하고 서비스하는 역량과 경험이 부족했다 서로가 서로 보완해 줄 수 있다고 보았던 것이다




《최초일 경우, 예측보다 속도에 집중해야 한다 계획보다 실행에 집중해야 한다 》



《아마존은 왜 트위치를 사들였나? 결국 남는 건 콘텐츠와 IP와 플랫폼이다 애플스토어, 구글스토어, 콘솔, 스틱, 각 로컬 플랫폼이 있다》



《스스로 플랫폼이 된다는 건 파트너인 스트리머, 유튜버, e스포츠 프로 선수단, 방송국, e스포츠 리그 조직원이 돈을 벌 수 있도록 만들어야 하는 것이다》



"태라"와 다르게 "배그"는 시장을 만들어 냈고 스스로의 플랫폼화를 실현시켰다 MMORPG라는 장르에서 강자와 경쟁하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장르를 개척했다



김창찬이 다른 게임회사가 만들 수 없는, 그리고 빨리 시장을 선점해야겠다는 집념과 배그의 플렛품화를 위한 철저한 준비와 그 최선을 다하는 성실함이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펍지는 "배그"의 미래를 정확히 예측하고 초반의 흥행과 실적에 취해있지 않았다 더 큰 비전을 확신하고 현재의 "배그"를 글로벌 슈팅게임으로 만들기 위해 퀄리티를 업그레이드하고 지속적으로 개선했다



성공한 플랫폼 기업은 의외로 적은 자본을 토대로 사업을 구축했고 그 덕에 시장의 최소한 부문을 공격적으로 접수할 수 있었다 우버, 유튜브, 페이스북이 그랬다



"테라"를 만들 때 자금은 충분했고 "배그"를 만들 때 2016년 당기 순손실 249억을 기록했고 2017년 카카오게임즈와 넵튠으로부터 100억 원의 추가 수혈이 있었지만 직원 월급 2개월 차밖에 남지 않았다



"테라"는 자금이 충분하기 때문에 혁신 대신 자금을 통해 기술과 규모로 밀어붙여 결국 실패했다 반대로 "배그"는 자금이 부족하기 때문에 혁신이 전부였던 것이 적은 자금과 소규모로도 성공하게 만들었다 "테라"는 전체 유저를 상대로 만든 게임이었고 "배그"는 유저의 게임취향을 저격하려고 개발한 게임이었다 충분한 자금은 때로는 방해요인이 될 수 있고 부족한 자금은 가끔 혁신을 불러올 수 있다 물론 타이밍도 한몫했다



부지런함에 상상력이 더해지면 영리함이 나올 수 있다. "테라"를 만들 당시 결국 상상력이 부족했던 것이다 상상력은 사업의 성공에 중요한 요소 중 하나다 좋은 상상은 상상만으로도 그 사람의 가치를 자라게 할 수 있다 상상력이 부족하면 용기가 생기지 않는다 작은 용기는 자기 능력을 줄여버린다 결국 상상력이 용기를 만들고 도전하게 만든다




《도전은 보통 한 사람으로부터 시작되지만, 도전의 이유와 진정성에 따라 보다 많은 사람이 함께한다》



배트 시그널 효과(조명에 비친 배트맨 박쥐 마크 )


일론 머스크처럼 전기자동차를 만들고 싶어 하는 사람들은 전 세계에 있었다 하지만 그들은 진지하게 생각하지 않았다 그러다가 일론머스크가 흥미가 가진 사람을 모으고 그다음은 돈을 벌고 재능 있는 사람들을 데려가는 모습을 보고 배트 시그널 효과가 생긴다 이때 사람들은 내 꿈이 실현되는 것이라고 믿게 되는 것이다




장병규



《많은 리더가 착각한다 옳은 결정을 내리는 일이 자신의 역할이라고 말이다 결정은 시작일 뿐이다 리더는 사람들이 옳은 일을 하게 만들어야 한다 좋은 리더는 자기보다 능력이 뛰어난 사람들을 많이 모아 최상의 결과를 끌어낸다》



세상에 틀린 결정은 없지 않을까? 결정이 잘못되면 잘못된 대로 배우고, 결정이 옳았다면 큰 이득을 보기 때문이다 그래서 통상적으로 결정은 빠르게 하는 것이 현명하다




《많은 사람이 아이디어를 비전으로 착각한다 사실 아이디어는 비전의 정반대에 위치해 있다 아이디어는 구체적인 것이고 비전은 전체적인 제품의 가치를 표현하는 것이다》



요즘은 아이디어보다 인사이트가 중요하다 아이디어는 통상 본질을 꿰뚫수가 없다 아이디어가 그 한계와 비전을 표현할 수 없는 것은 프레임 때문이다 아이디어가 프레임에서 벗어나는 방법은 지금의 프레임의 상위 프레임을 만들면 된다



상위 프레임은 이 일을 하는 이유, 의미, 목표, 비전 등이 관련돼 있다 그래서 통찰과 철학에 기반한 아이디어는 다르다 이런 아이디어는 비전의 실체화라고 할 수 있다 아이폰은 더 연결된 세상을 만들겠다는 스티븐 잡스의 비전을 실체화한 아이디어다




《대부분의 경우 무언가를 이루기 위해 도전하지만 실은 실패가 더 많다는 점을 인식해야 한다 성취보다 그 과정이 훨씬 중요하다는 점도 인식해야 한다》



크래프톤을 보면 고모리 회장의 말처럼 인생에 산뜻한 승리란 없는 것 같다 최후까지 진흙탕에서 굴러가며 발버둥 치면서 전력을 다한 뒤에야 겨우 성취한 것이 크래프톤이니 말이다



크래프톤은 11년간의 실패를 딛고 성공을 했다 제삼자입장에서 봤을 때 시작부터 고난의 운명은 이미 정해져 있었고 한참 돌아서 성공한 느낌이 든다 하지만 여기에는 역설이 있다 실패의 운명을 딛고 기나긴 고난과 시간을 버텨냈기에 크래프톤만의 멋진 스토리가 완성되면서 성공을 극적으로 만들었다




우리의 용기는 요행을 불러온다 그래서 인생은 계획보다는 실천이고 요령보다는 용기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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