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대를 학업에 매진하며 보낸 후, 대학에 들어가면 상황이 나아질까? 부모의 감시와 입시 스트레스에서 벗어나 비로소 자신이 하고 싶은 것을 할 수 있는 자유를 얻었다고 느낄 수도 있다. 그러나 실제 문제는 오히려 이 시점에서 시작된다. 대학에 들어간 많은 학생들은 자신이 무엇을 좋아하고, 무엇을 잘하는지, 그리고 미래에 무엇을 해야 할지 명확히 알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이런 불확실성 속에서 결국 많은 학생들은 대기업 입사를 목표로 삼고, 학점 관리, 자격증 취득, 어학 공부 등 끊임없는 스펙 경쟁에 또 다시 휘말리게 된다.
더구나 학비와 생활비를 충당하기 위해 아르바이트를 병행하며, 부족한 자금은 학자금 대출로 메우는 상황에 놓이게 된다. 이는 학생들을 더 치열한 경쟁 속으로 몰아넣는다. 결국, 대학 생활도 10대 시절과 다를 바 없이, 사회가 요구하는 기준에 맞추기 위해 자신을 몰아붙여야 하는 시간으로 채워진다.
20대는 취업과 경력을 쌓기 위해 분투해야 하는 시기다. 이러한 현상은 한국의 나이문화, 특히 장유유서의 전통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바쁜 부모와 위계적인 사회 속에서 아이들은 어릴 때부터 자신의 생각을 자유롭게 표현하고 탐구할 기회를 충분히 갖지 못한 채 성장한다. 가정과 학교에서도 이미 정해진 틀 안에서 생각하고 행동하게 되는 경우가 많다. 이런 환경은 개인의 자율적 사고 능력을 약화시키며, 결국 경쟁 중심의 사회에서 끊임없이 앞으로 달려가야 하는 현실에 맞닥뜨리게 한다.
만약 어릴 때부터 자유롭게 의견을 표현하고 자신의 생각을 당당하게 말할 수 있는 환경이 주어졌다면, 20대에 진로 문제로 고민하기보다는 10대 때부터 자신의 미래에 대해 충분히 고민하고 준비할 수 있었을 것이다. 이렇게 된다면 10대와 20대는 인생에서 가장 활기차고 만족스러운 시기가 될 가능성이 높다. 결국, 이러한 문제의 근원은 한국 사회의 바쁜 일상, 과도한 경쟁, 그리고 나이 문화에서 비롯된다고 볼 수 있다.
물론 한국에서도 나이 문화의 문제점을 인식하고 변화하려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약 10년 전부터 이러한 변화가 더욱 눈에 띄기 시작했다. 예를 들어, 한국의 인기 예능 프로그램 "아는 형님"은 오랜 시간 동안 방영되며, 나이와 상관없이 모든 출연자가 고등학생처럼 친구로서 반말로 대화하는 컨셉을 통해 자연스럽게 나이의 장벽을 허무는 모습을 보여준다.
이 프로그램은 예능이지만, 한국 사회에서 나이와 반말 문화로 인해 발생하는 세대 간 갈등을 잘 반영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나이나 존댓말 때문에 동등한 위치에서 진솔한 소통이 어려운 문제를 이 프로그램이 자연스럽게 드러내고 있는 것이다. 이를 통해 우리는 나이 문화와 세대 간 소통 문제를 고민하게 되고, 수평적인 관계에서 진정한 대화를 나누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다시금 인식하게 된다.
프로그램의 애청자로서, 그리고 오랫동안 강호동을 지켜본 시청자로서, 나는 그가 이 프로그램에서 보여주는 이미지와 포지션이 상당히 달라졌다는 것을 느꼈다. 많은 출연자들이 강호동이 예전보다 부드러워졌다는 소감을 자주 말하는데, 나는 이것이 반말이 주는 효과이자, 시대적 변화의 한 단면이라고 생각한다.
이는 단순히 강호동의 개인적 변화라기보다는, 한국 사회 전반에서 소통 방식이 변화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특히 반말이라는 소통 방식이 이러한 변화를 가속화시키고, 친밀감을 형성하는 데 큰 역할을 했다. 과거에는 권위적이고 강압적인 이미지도 받아들여졌지만, 오늘날에는 부드럽고 유연한 소통이 더 환영받는 시대가 되었다. 이는 강호동이 시대의 흐름에 맞춰 자신의 소통 방식을 변화시켰음을 보여주는 예라 할 수 있다.
그렇다면 직장에서의 변화는 어떨까? 사실, 예능 프로그램에서 나타나는 변화보다 먼저 한국의 나이 문화를 바꾼 것은 벤처기업들이었다. 카카오와 네이버 같은 IT 기업들은 한국에서 새로운 기업 문화를 정착시키며, 기존 대기업과는 다른 독특한 특징을 보여주었다. 이들 기업은 스타트업 열풍과 함께 전통적인 기업 문화를 변화시키는 데 큰 역할을 했다.
IT 기업들은 삼성, 현대, LG, SK 같은 재벌 대기업들의 전통적인 기업 문화와는 확연히 다른 방향으로 발전했다. 서울대 83학번 출신인 김범수(카카오), 이해진(네이버), 이재웅(다음), 김정주(넥슨) 등의 1세대 IT 거물들은 기존의 기업 문화를 탈피하고, 보다 자유롭고 수평적인 조직 문화를 추구했다. 특히, 네이버에서는 상사에 대한 뒷담화를 익명으로 나눌 수 있는 채팅방이 있었는데, 이는 훗날 블라인드와 같은 스타트업 창업으로 이어졌다. 이와 유사하게 카카오는 영어 이름을 사용하고, 모든 직원이 반말로 대화하는 문화를 도입하여 수평적이고 자유로운 소통을 장려하고 있다.
이러한 변화는 배달의민족, 야놀자, 토스, 무신사, 당근마켓 등 다양한 앱 기반 스타트업들이 유니콘 기업으로 성장하면서 더욱 가속화되었다. 이들 기업은 전통적인 기업 문화에서 벗어나, 혁신과 창의성을 중시하는 권위적이지 않은 조직 문화를 구축했다. IT 업계를 중심으로 한 새로운 기업 문화는 직원들의 자율성과 창의성을 극대화하는 방향으로 자리 잡았으며, 한국의 스타트업 생태계에서 중요한 역할을 했다. 특히 젊은 세대에게 큰 호응을 얻으며 빠르게 확산되었고, 이는 전통적인 대기업 문화에까지 어느 정도 영향을 미쳤다.
사실, 이러한 변화의 배경에는 실리콘밸리의 창업 생태계와 기업 문화가 큰 영향을 미쳤다. 카카오의 기업 문화 변화도 구글 출신 인사가 대대적인 개혁을 주도하면서 이뤄졌다. 카카오는 구글에서 배운 수평적이고 자유로운 문화를 적극 도입하며 기업 문화를 개조했다.
세계적인 기업 문화의 흐름을 보면, 많은 기업이 직원의 창의력과 행복을 장려하며 더 나은 삶을 위한 비전을 제시하고 있다. 그러나 한국 경제는 여전히 대기업이 주도하는 수직적인 기업문화가 지배적이며, 실리콘밸리 같은 창의적이고 혁신적인 스타트업 생태계가 완전히 자리 잡기까지는 많은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글로벌 기업에서 한국인의 업무능력을 어떻게 평가할까? 한국인은 근면성실하고, 높은 실행력과 효율성을 자랑하는 사람들이라고 평가받는다. 그러나 창의성과 비전의 측면에서, 많은 사람들이 주어진 틀 안에서 사고하는 경향이 있다는 점에서 한계를 보인다. 이는 한국의 교육과 기업문화에서 기인한 바가 크다. 어릴 때부터 정해진 목표에 맞춰 성과를 내기 위해 노력하는 교육을 받아온 한국인은 주어진 일을 완벽하게 수행하는 능력은 뛰어나지만, 스스로 새로운 길을 개척하거나 혁신적인 해결책을 찾는 데는 어려움을 겪는다.
이로 인해 많은 한국인들은 일에서 행복감을 느끼기보다는 단순히 주어진 과제를 수행하는 데에 집중하게 된다. 이러한 문화는 직원들이 자율적이고 창의적인 활동을 통해 진정한 행복을 찾는 데 방해가 될 수 있다.
한국의 20대는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과 경제적 압박으로 인해 가장 불안한 시기를 보내고 있다. 많은 이들이 치열하게 일하지만, 기대했던 만큼의 성과를 얻지 못하고 오히려 빚만 늘어나는 경우가 흔하다. 이로 인해 인생에서 가장 활기차고 낭만적인 시기가 되어야 할 20대가, 경제적 현실에 짓눌려 연애조차 포기하는 상황에 처하는 경우가 많다.
이 시기의 청년들은 학자금 대출 상환, 취업 경쟁, 치솟는 집값과 생활비라는 삼중고에 시달리며 경제적 자립이 어려워지고 있다. 설령 취업에 성공하더라도, 직장 내 성과 압박과 상사와의 갈등, 끝없는 업무 스트레스로 인해 정신적 피로는 지속된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연애는 많은 20대들에게 사치처럼 느껴지거나, 아예 감당할 수 없는 일이 되어버린다. 20대의 황금기를 보내는 청년들이 꿈꾸던 삶과 현실 사이의 간극은 점점 커지고, 그 결과 많은 이들이 경제적 자립과 미래에 대한 불안감에 시달리며, 사랑과 행복을 뒤로 미룬 채 살아가고 있다.
이들은 자신이 진정으로 원하는 삶을 살기보다는 생존을 위해 현재를 희생하는 상황에 놓여 있으며, 이는 20대 한국인들이 행복을 찾기 어려운 현실을 더욱 부각시키고 있다.
인간의 중요한 특징 중 하나는 의미를 찾고, 각자 고유한 기호를 형성하며 살아간다는 점이다. 이 기호 탐구는 새로운 예술과 기술을 창조하는 원동력이 되며, 이를 통해 사람들은 자신의 삶에 의미를 부여한다. 예를 들어, 패션은 외부에서 비효율적이라고 평가될 수 있지만, 그 안에 담긴 개인의 취향과 기호는 매우 소중한 가치를 지닌다. 남들이 보기엔 비효율적일지라도, 자신이 진정으로 열정을 느끼는 일을 존중하고, 그 기호를 직업이나 비즈니스로 연결하는 것은 큰 의미와 가치를 지닌 자산이 될 수 있다.
시대가 변했다. 좋아하는 일을 즐기며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돈과 사람들이 자연스럽게 모이는 시대가 열렸다. 한국인이 중요하게 여기는 돈, 효율성, 혹은 행복을 위해서라도, 이제는 경쟁과 사회적 기준에서 잠시 벗어나 자신의 기호에 집중하는 것이 더 유리하한 시대가 되었다. 이는 단순한 자기 탐구가 아닌, 개인적 성장을 위한 필수 과정이 되었다.
개인의 기호에서 비롯된 동기부여는 인간만이 가진 독특하고 강력한 힘이다. 자신이 진정으로 좋아하고 중요하게 여기는 것들을 탐구하고 발전시키는 것이야말로 진정한 성장과 행복의 원천이 아닐까? 단순히 외부에서 요구하는 스펙이나 자격증을 쌓는 것이 아니라, 내면에서 솟아나는 열정과 기호를 깊이 탐구하는 과정이야말로 개인의 역량을 진정으로 강화하는 길이다. 세상의 평가나 기준에 얽매이기보다는, 나만의 관점에서 세상을 바라보고 그 안에 내대된 기호를 발전시키는 것이 중요하다. 진정한 혁신도 이와 같은 기호 탐구에서 비롯된다. 진정한 행복 역시, 남이 제시하는 삶의 틀을 따르기보다 나에게 맞는 삶을 살아가는 데서 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