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플을 개발하기 전에, 나는 국내의 유명한 모임 플랫폼들을 모두 이용해 보았고, 특히 남의집, 문토, 프립 등에서는 호스트(모임장)로 활동하기도 했다. 그곳에서 호스트로서 다양한 컨셉의 모임을 기획했는데, 내가 주로 기획한 모임은 외로운 남녀들을 연결해주는 컨셉으로, 사람들 간의 만남과 소통을 촉진하는 데 중점을 두었다.
예를 들어, 4명이 전철역 앞에서 만나 각자 받은 힌트를 조합해 술집의 이름을 알아내는 미션을 수행한 후, 그 술집에 도착하면 함께 게임을 하며 맛있는 음식과 술을 즐기는 컨셉이었다. 여기서 나는 진행자로서 사람들 사이에서 큐피드 역할을 하며 서로가 호감을 느낄 수 있도록 도왔다.
또 다른 모임에서는 참가자들이 개인 프로필과 이상형에 대한 설문지를 작성한 후, 그 내용을 바탕으로 1대1 또는 2대2 매칭을 통해 소개팅이 진행되기도 했었다. 설문지는 약 50개 이상의 질문으로 구성되어 있었다. 작성하는 데 시간이 많이 소요되어 중간에 포기하는 사람도 있었지만 오히려 이 설문지의 깊이와 진정성을 높게 평가하는 사람들도 많았다. 기억을 떠올려보면, 당시 이 설문지를 작성한 사람은 약 600명 정도였던 것 같다.
마지막으로 한 소개팅 컨셉에서는 3단계로 진행되며, 1단계는 1대1 만남으로 시작한 뒤, 이후 2대2, 3대3으로 인원을 점차 늘려가는 방식이다. 같은 이성을 3번 만나게 되지만, 그 외의 이성들은 각각 1번 또는 2번만 만나기 때문에, 연인으로 발전하지 않더라도 부담 없이 새로운 친구를 사귈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자 했다. 이 소개팅의 또 다른 특징은, 첫 번째 만난 이성이 2대2 만남에서 자기소개를 대신 해주는 미션이 있다는 점이다. 이 방식은 참가자들이 서로에 대해 자연스럽게 더 많이 알아가는 데 큰 도움을 주며, 어색함을 줄이고 보다 편안한 소통을 가능하게 한다.
반말로 대화하는 소개팅, 인생 책이나 인생 영화를 주제로 한 소개팅 등 다양한 컨셉의 모임도 기획했다. 플랫폼에서 호스트로 활동하며 수익을 창출하기도 했지만, 무료로 진행한 모임도 많았다. 나에게는 수익보다는 현대 남녀들의 연애 심리나 생각을 이해하는 것이 더 큰 목적이었다.
여러 모임과 소개팅을 기획하면서 남녀들을 관찰한 결과, 사람들이 MBTI에 은근히 진심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첫 만남에서 이름이나 나이보다 MBTI를 더 궁금해하는 사람들이 많았으니까. 그래서 나도 자연스럽게 이 MBTI 열풍에 흥미를 느끼며, "과연 MBTI가 남녀 매칭에 정말 효과가 있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결국, 몇 가지 이상형 조건과 MBTI를 엮어 데이터 분석을 시도해 보게 되었지만 서로 선호하는 MBTI를 매칭해 주어도 매칭 성공률에는 큰 영향을 미치지 못했다.
한국인들이 MBTI에 진심인 것은 매우 독특한 현상이다. 다른 나라에서도 MBTI에 관심을 가지는 사람들은 있지만, 한국처럼 하나의 문화로 자리 잡은 경우는 드물다. 다른 나라에서는 주로 직무 배치나 팀워크 개선과 같은 목적으로 사용되는 반면, 한국에서는 일상생활의 필수 요소가 되었다.
한국인이 MBTI를 신뢰하는 것처럼, 대만에서는 별자리에 대한 신뢰가 높다. 전통적으로 대만은 운세와 점성학에 대한 믿음이 깊었고, 특히 젊은 세대 사이에서는 서양 별자리 문화가 트렌드로 자리 잡았다. 이는 영어 교육의 확산과 함께 서양 문화에 대한 접근성이 높아지면서 가능해졌으며, 별자리는 대만의 사회적 상호작용의 요소로 자리 잡고 있다.
한국인들이 MBTI를 통해 자신과 타인의 성격을 빠르게 분류하고 대화의 주제로 삼듯, 대만 사람들도 별자리를 통해 인간관계를 풀어나가며 이를 즐긴다. 다만, 한국에서 MBTI가 과학적 성격 분석 도구로 맹신되는 것과 달리, 대만에서는 별자리가 전통과 결합된 문화적 요소로 더 가볍고 즐거운 방식으로 받아들여진다는 차이가 있다.
한국에서도 과거에는 12지신이나 혈액형을 통해 성격과 궁합을 판단하는 것이 일반적이었으나, MZ 세대들 사이에서 MBTI가 강력한 트렌드로 자리 잡으면서 12지신과 혈액형은 구시대의 산물로 전락했다. MBTI의 인기가 이토록 급격히 상승한 이유는 한국 사회의 문화적 특성과 깊은 관련이 있다고 본다.
첫째로, 한국 사회는 효율성을 중시하는 경향이 강하다. 사람을 빠르고 정확하게 파악할 수 있는 도구에 대한 수요가 크고, MBTI는 이러한 요구에 부합한다. 둘째로, 한국은 관계주의적인 사회다. 사람을 구분하고 편을 나누는 경향이 강한데, MBTI는 이를 '같은 부류'와 '다른 부류'로 쉽게 분류할 수 있게 해준다. 마지막으로, 한국인들은 자아 성찰의 기회가 부족하고, 자아 형성이 늦게 이루어지는 경우가 많다. 이러한 상황에서 MBTI는 과학적이고 논리적인 도구로 보이기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무의식적으로 의존하게 된다. 그러나 MBTI를 맹신하는 이들이 과연 이 도구를 제대로 이해하고 있는지는 여전히 의문이다.
MBTI는 개인의 심리적 기능을 파악하여, 이를 기반으로 잠재력을 최대한 끌어올리는 데 초점을 맞춘 도구다. 성격은 타고난 것이지만, MBTI는 그 성격을 발전시키고 궁극적으로 더 나은 방향으로 성장하도록 돕는 것이 목적이다. 그러나 한국에서는 MBTI를 남을 쉽게 파악하고 분류하는 수단으로 사용하는 경향이 있다. 특히 한국 여성들 사이에서는 T(사고형) 성향을 선호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이는 T 성향이 여자의 감정을 잘 이해하지 못하고, 공감 능력이 부족하다는 인식에서 비롯된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생각은 편견에 불과하다. 감정 읽기나 공감 능력은 성격 유형과 직접적으로 연관된 것이 아니라, 사람의 살아온 환경, 문화, 그리고 경험에서 주로 형성된다. 성격 유형만으로 타인의 공감 능력을 판단하는 것은 성급한 일반화일 뿐이다.
MBTI의 진정한 가치는 단순히 성격 유형을 알아내는 것에 그치지 않고, 각 성향에 맞는 성장 모델을 제시하는 데 있다. 이를 통해 사람들은 자신을 더 깊이 이해하고, 자신의 다양한 면모를 발견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받는다. 성격 유형은 단순한 분류가 아닌, 성장과 발전을 위한 지침으로 활용될 때 더 큰 의미를 가진다.
MBTI는 크게 세 단계로 나눌 수 있다. 첫 번째는 각자의 타고난 성격 유형을 파악하는 단계로, 이는 MBTI가 개인의 성격을 정의하는 출발점이다. 두 번째는 성격을 분석하고 해석하는 과정이다. 이 단계에서는 자신과 타인의 성격을 이해할 수 있는 방법을 제공한다. 마지막 단계는 자신의 성향에 맞춘 발달 모델을 제시하는 것으로, MBTI를 통해 개인이 자신의 심리적 기능을 발달시키며 성장할 수 있도록 돕는다.
한국인들은 MBTI를 해석할 때 첫 단계부터 오류가 발생하는 경우가 많다. 우리는 종종 성향과 성격을 혼동하는데, 칼 융의 심리학 이론에 따르면 타고난 성격은 마치 왼손잡이처럼 고정된 특성으로, 어릴 때부터 쉽게 변하지 않는 것이다. 예를 들어, 오른손을 많이 사용한다고 해서 왼손잡이가 오른손잡이로 변하는 것은 아니지만, 양손을 모두 사용할 수 있게 되는 것처럼 성격도 기본적으로 타고난 고유성이 있다는 것이다. 그런데 한국인 중 50% 이상이 MBTI 유형이 자주 바뀐다고 말한다. 이는 많은 경우 MBTI 결과가 정확하지 않다는 것을 나타낸다.
이러한 현상이 나타나는 이유는 크게 두 가지로 설명할 수 있다. 첫째, 온라인에서 제공되는 많은 MBTI 테스트는 정식 버전이 아닌 가짜 테스트가 많다. 이로 인해 사람들의 성향을 정확하게 파악하지 못하고 엉뚱한 결과가 나오는 경우가 많은 것이다. 둘째, MBTI는 측정 당시의 감정 상태에 큰 영향을 받는다. 열애 중이거나 이별 직후, 또는 기분이 좋거나 나쁠 때 MBTI를 측정하면 결과가 달라질 수 있다. 따라서 MBTI는 감정적으로 평온한 상태에서 측정해야 정확한 결과를 얻을 수 있다.
즉, MBTI의 정식 버전을 사용하고, 연애 중이 아닌 사람이 기분이 좋지도 나쁘지도 않은 평온한 상태에서 측정해야 가장 정확한 결과를 얻을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대부분의 사람들은 일상 속에서 다양한 감정적 기복을 경험하기 때문에 자신을 객관적으로 평가하기 어려운 상황에 놓일 때가 많다.
또한, 한국 사회는 사회적 기대와 환경 변화가 개인의 행동을 강하게 규정하는 경향이 있다. 이로 인해 사람들은 자신의 본래 성향을 잘못 인식하거나, 일시적으로 다른 성향을 띠는 경우도 많다. 이러한 경험은 사람들이 자신의 성향이 변한 것을 성격이 변했다고 착각하게 만들 수 있다.
MBTI 검사 결과가 아무리 정확하더라도, 그 자체보다 중요한 것은 결과에 대한 전문적인 해석이다. 같은 MBTI 유형을 가지고 있더라도 사람마다 인성이나 태도는 다를 수 있는데, 한국에서는 이를 지나치게 일반화하는 경향이 있다. 사람들은 MBTI가 개인의 성향 중 일부만을 반영하며, 한 사람의 전체를 설명할 수 없다는 점을 종종 간과하게 된다. 각 개인의 경험, 가치관, 환경 등이 함께 고려되지 않는다면, MBTI 결과는 그저 한정된 시각에 불과하다.
MBTI에서 사람들이 자기다운 모습으로 살아갈 때 가장 행복하고 유능감을 느낀다는 명제는, 인간이 본능적으로 자신을 있는 그대로 인정받고 싶어하는 근본적인 욕구를 반영한다. 사람들은 저마다 정보를 인식하고 판단하는 방식이 다르며, 그에 따라 생활 방식과 사고 방식에도 차이가 생긴다.
예를 들어, 감각형(S)은 구체적인 사실과 경험을 중요시하는 반면, 직관형(N)은 미래의 가능성에 더 주목한다. 또한, 사고형(T)은 논리와 객관성을 중시하는 반면, 감정형(F)은 타인과의 관계와 감정을 고려하며 결정을 내린다. 외향적인 사람은 사람들과의 상호작용에서 에너지를 얻지만, 내향적인 사람은 과도한 사회적 교류에서 에너지가 소진될 수 있다. 이러한 성향의 차이는 개인의 생활 방식과 사고 방식에 큰 영향을 미친다.
하지만 직업적 요구나 환경적 요인 때문에 자신의 MBTI 유형을 잘못 인식하는 경우도 많다. 특히, 선천적인 성향과 반대되는 행동을 지속적으로 요구받는 환경에서는 가짜 유형이 형성될 수 있다. 이는 개인이 자신의 진정한 성향을 파악하지 못하게 하고, 내적 혼란과 갈등을 초래할 수 있다.
결국, MBTI의 진정한 가치는 단순히 성격 유형을 측정하는 데 있지 않다. MBTI는 자신의 성향을 이해하고 이를 통해 성장하는 도구여야 한다. 성격 유형을 남과 구분하기 위한 수단으로 사용하는 것이 아니라, 자기 성찰과 발전을 위한 발판으로 삼아야 하며, 결과를 맹목적으로 받아들이기보다는 자신의 진정한 모습을 객관적으로 이해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MBTI의 마지막 단계는 자존감과 유능감을 동시에 얻을 수 있는 방법을 제시한다. 각 성격 유형에 맞춘 발달 모형을 통해, 개인은 자신의 고유한 성격을 최대한 발휘하고 성장할 수 있게 된다. MBTI는 성격 유형을 분석하는 도구이지만, 성격을 "좋다"거나 "나쁘다"라고 평가하기보다는, 모든 성격 유형이 서로 다를 뿐이라는 관점을 지향한다. 성격은 주로 어린 시절에 형성된 고유한 특징을 가지고 있지만, 사람의 성향은 시간이 지나면서 변화할 수 있으며, 이에 따라 성격도 어느 정도 변화될 수 있다.
MBTI는 네 가지 심리적 기능인 주기능, 부기능, 3차기능, 열등기능으로 구성된다. 우리는 이 중 주기능과 부기능을 중심으로 자아정체성을 형성하며, 이를 기반으로 삶을 계획하고 설계해 나아가야 한다는 것이다. 주기능은 가장 자연스럽게 발휘되는 능력이며, 부기능은 이를 보완하고 균형을 맞추는 역할을 한다.
3차기능과 열등기능은 상대적으로 덜 발달된 부분이지만, 이를 보완해 나가면서 더욱 성숙한 인간으로 성장할 수 있다. 특히 열등기능은 처음에는 불안정하거나 어색할 수 있지만, 의식적으로 개발할 경우 더 완성된 자아를 형성할 수 있게 된다.
이 마지막 단계가 중요한 이유는, 사람이 진정한 자신으로 살아가지 못할 때 내적 갈등, 분노, 그리고 증오를 느끼기 쉽기 때문이다. MBTI의 3단계를 거치면서 우리는 인생이 계획대로만 흘러가지 않으며, 돌발 상황이 언제든 발생할 수 있다는 사실을 받아들이게 된다. 이를 통해 현실적인 계획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다양한 상황에 보다 균형 잡힌 반응을 할 수 있게 된다.
또한, 이 과정에서 삶을 너무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게 되고, 자신과 타인에 대한 인내심도 높아진다. 정이 없거나 타인에게 무관심한 성향을 가진 사람도 이 과정을 통해 조금씩 변화할 수 있다. 이를 통해 이상적인 목표와 현실적인 한계를 조정하는 능력을 기르게 되고, 더 나은 균형을 찾아가는 기회를 얻게 된다.
하지만 중요한 점은, MBTI는 단지 대략적인 방향성을 제시하는 도구일 뿐, 구체적인 길을 정해주는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MBTI를 잘못 해석하거나 지나치게 의존하면, 오히려 사람의 재능과 잠재력을 제한할 수 있다.
인간은 생각보다 훨씬 더 복잡하고 다면적인 존재다. 우리는 때로 스스로를 잘 알고 있다고 믿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은 경우가 많다. 특히, 장기적인 성찰이 부족한 한국 사회에서는 MBTI를 통해 자신을 빠르게 정의하려는 경향이 있을 수 있다. 이는 충분한 자기 이해 없이 성급하게 자신을 규정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애초에 80억 명의 사람을 단 16가지 유형으로 분류한다는 것 자체가 무리일 수 있다. MBTI가 유의미한 성격 분류 도구로 기능하더라도, 인간이 단순히 하나의 유형에 고정되어 살아간다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사람의 성향과 성격은 상황과 경험에 따라 변화하며, 우리는 고정된 유형에 갇히지 않는 복합적이고 유동적인 존재다. 그렇기 때문에 MBTI는 자기 탐구의 도구로는 유용할 수 있지만, 절대적인 지표로 받아들여서는 안 된다.
현재 한국 사회에서 인간관계의 피로감이 MBTI와 같은 성격 유형 도구들로 인해 더 심화되고 있을 가능성도 있다. MBTI 같은 분류 방식은 처음에는 관계를 단순화하고 이해를 돕는 도구처럼 보일 수 있지만, 결과적으로 사람들 간의 차이점을 부각시키고 서로의 고유한 특성을 간과하게 만들어 갈등을 초래할 수 있다. 사람을 특정 틀에 맞춰 분류하려는 시도는 개개인의 복잡성과 다양성을 무시하는 결과를 낳고, 이는 인간관계에서 진정한 이해와 공감을 방해할 수 있다. 서로를 깊이 알아가려는 과정 없이 미리 정의된 틀에 맞춰 상대를 바라보면, 오히려 관계의 피상성만 강화되고 사람들 간의 벽을 더 높일 가능성이 크다.
인간관계는 시간이 흐르며 다양한 경험과 추억을 쌓아가면서 자연스럽게 형성된다. 심지어 10년을 함께한 친한 친구라도 서로에 대해 모르는 부분이 많을 수 있다. 그런데 사람과 감정이 충분히 형성되기도 전에 MBTI로 성격을 미리 판단하고, 그에 따른 편견을 가지기 시작한다면, 그 관계가 얼마나 의미 있을지는 의문이다. 특히 MBTI를 맹신하는 사람과 대화할 때, "저 사람은 T라서 공감을 못하고, 저 사람은 J라서 피곤하다"는 식으로 모든 것을 성격 유형으로 설명하려 한다면 대화가 피곤해지고, 결국 겉돌기 쉽다. 사람을 MBTI 유형에만 맞춰 바라보면 진정한 소통이 어려워지고, 관계가 깊어지기보다는 피상적인 수준에 머물게 될 것이다.
MBTI의 이러한 광범위한 인기는 한국인들이 현재 인간관계에서 충분한 만족과 행복을 느끼지 못하고 있음을 시사할 수 있다. 사실 MBTI는 다른 사람이 아니라 자신과 소통하기 위한 도구에 더 가깝다. 남을 지나치게 의식하는 태도는 오히려 인간관계를 어렵게 만들 수 있다. 반면, 자기 이해를 통해 내적 안정감을 찾고, 이를 바탕으로 타인과의 관계를 형성하는 것이 더 이상적인 관계를 이끌어낼 수 있을 것이다.
MBTI는 칼 융의 심리학을 바탕으로 했으며, 이 이론은 이미 100년이 넘은 오래된 개념이다. 이 이론을 대중적인 버전인 MBTI로 발전시킨 사람들은 이사벨 브릭스 마이어스와 그녀의 어머니 캐서린 쿡 브릭스다. 많은 사람들이 MBTI를 현대적이고 과학적인 도구로 착각할 수 있지만, 사실 MBTI는 보다 대중적인 심리학적 통찰을 제공하는 가이드라인일 뿐이다.
MBTI의 본질에는 칼 융의 심리학 이론이 자리하고 있으며, 그 속에는 인간 내면에 대한 깊은 통찰이 숨겨져 있다. 칼 융은 인간이 본질적으로 성장을 추구하는 존재라고 믿었고, 그 성장에 필요한 모든 자원이 이미 인간 내면에 존재한다고 보았다. 이는 인간이 자신의 약점을 극복하려는 것보다, 타고난 강점을 먼저 사랑하고 이를 바탕으로 발전해 나가야 한다는 중요한 메시지를 담고 있다. 융의 이론은 우리가 자신을 이해하고, 그에 맞춰 성장해 나갈 때 더 나은 삶을 살아갈 수 있다는 깊은 통찰을 제공한다.
칼 융의 심리학은 각자가 고유한 성격과 뚜렷한 성향을 지니고 있음을 일깨워주며, 동시에 모두 무한한 잠재력을 가지고 있음을 상기시켜준다. 자신의 성격 유형을 받아들이고 사랑할 때, 인간은 과거와 현재, 미래를 통합하여 더 성숙한 자신으로 나아갈 수 있다. 그는 우리에게 불완전함을 인정하게 하며, 그 불완전함이야말로 다른 사람들과 함께 살아가야 하는 이유가 된다는 점도 보여준다. 이는 우리가 행복한 삶을 살아가는 방식과도 일맥상통한다. 인간은 자신을 사랑하고, 남들과 더불어 살아갈 때 비로소 행복을 느낄 수 있는 존재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관점에서 보면, MBTI는 단순한 성격 유형 테스트를 넘어, 인간관계에서의 조화와 성장에 중요한 시사점을 주는 '행복 도구'로 생각할 수도 있다.
나는 인간이 누구나 강한 성장 욕구를 가지고 있지만, 그보다 더 강력한 것은 인간관계에 대한 욕구라고 생각한다. 성장 욕구는 개인의 성취와 자기계발을 통해 만족감을 주며, 인간관계에 대한 욕구는 타인과의 연결과 소통을 통해 삶의 의미와 안정감을 가져다준다. 결국, 이 두 가지 욕구가 조화롭게 충족될 때 우리는 진정으로 행복한 삶을 살아갈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