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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구니 Oct 08. 2024

한국인의 어려운 연애, 그 가능성을 찾다

한국인의 연애 부재 현상은 여러 가지 기술적, 사회적, 문화적, 경제적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다. SNS식 소통, 관계주의 문화, 경제적 불안정, 금전만능주의, 과도한 업무 스트레스 등은 젊은 세대에게 연애와 결혼, 출산이라는 일련의 과정이 무겁고 부담스럽게 느껴지게 만든다. 또한, 연애를 하는 데도 많은 에너지를 소모해야 하는데, 많은 젊은이들은 그 에너지를 감당할 여유가 없다고 느끼는 경우가 많다. 연애보다는 자기 계발과 직장 내 생존에 집중하려는 경향이 강해지면서, 자연스럽게 연애를 멀리하게 된다.

이런 상황에서 젊은 세대 사이에서는 정식 연애보다는 ‘썸’을 즐기는 경향이 강해지고 있다. 연애 자체가 큰 부담으로 다가오는 시대에서, 썸은 일종의 가벼운 대안이자, 복잡한 책임감을 회피할 수 있는 방법으로 자리 잡고 있다.

한국의 '썸' 문화는 명확한 연애 관계 이전의 단계로, 상호 호감은 있지만 관계가 확정되지 않은 상태를 나타낸다. 이 개념은 2014년 소유와 정기고의 노래 "썸"을 통해 대중적으로 확산되었으며, 현대 한국인의 연애에 대한 새로운 접근 방식을 보여준다. 연애를 서두르기보다는 애매한 감정 상태를 즐기고 커플로서의 책임과 부담을 덜고자 하는 경향이 강해진 것이다. 이는 개인주의적 성향이 확산되면서 연애를 가볍고 유동적으로 대하는 방식으로 발전하였다.

'썸'을 유지하려는 이유 중 하나는 연애가 시작되면 주변 사람들의 시선과 평가를 받는 것에 대한 부담이다. 또한, 연애가 끝났을 때 감정적으로 남남이 되기를 피하고자 하는 심리도 작용한다. 더 나아가 연애에는 순수한 감정 외에도 사회적 기준과 조건들이 복합적으로 얽혀 있어, 이러한 요소들이 '썸' 문화를 더욱 강화시키고 있다.

한국 연애 문화에서 '밀당'은 감정적 긴장감을 유지하며 상대의 관심을 끌기 위한 중요한 전략으로 작용한다. 특히 썸 단계에서 여성들이 주로 사용하는 이유는 자신을 쉽게 보이지 않으려 하거나, 상대의 관심이 오래 지속되도록 하기 위함이다. 밀당은 남성의 눈치와 센스가 요구되는 과정으로, 연애의 설렘과 긴장감을 극대화하는 역할을 한다.

그러나 나이가 들수록 이러한 복잡한 감정적 게임은 피로감을 유발하며, 진솔하고 안정적인 관계를 원하는 이들에게는 오히려 방해가 된다. 복잡한 연애 전략보다는 상호 신뢰와 진심을 주고받는 관계를 더 원하게 되면서, 썸과 밀당의 방식이 점점 부담스럽게 느껴지게 된다.

썸과 밀당 같은 문제 말고도 한국인의 연애가 어려워지는 이유 중에는 외모지상주의와 경제력에 대한 과도한 사회적 기대가 있다. 전통적으로 남성은 재력, 여성은 외모를 중시하는 인식이 존재했지만, 이제는 남성도 외모를 갖춰야 한다는 압박이 더해졌다. 이러한 경향은 남성과 여성 모두에게 부담을 주며, 연애 자체를 복잡하고 부담스러운 일로 만들고 있다.

이상형에 대해 이야기할 때 외모와 경제력을 가장 먼저 떠올리는 한국 사회의 현실은, 미디어에서 자주 등장하는 잘생긴 재벌 2세 캐릭터를 이상화하면서 더욱 심화되고 있다. 이는 연애에 대한 기대치를 비현실적으로 높이고, 상대적으로 자신의 가치를 낮게 평가하게 만들어, 많은 사람들이 연애를 시작하는 것 자체를 망설이게 만든다.

결과적으로, 이러한 외모와 경제력에 대한 과도한 기대는 연애뿐만 아니라 결혼과 출산을 미루거나 포기하게 만드는 중요한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이는 한국 사회가 직면한 저출산 문제와도 연결되며, 구조적인 변화의 필요성을 시사하고 있다.

사실, 내가 기획했던 남녀 커플 매칭 모임은 경제적 부담과 사회적 압박 속에서도 사람들 간의 자연스러운 만남을 촉진하려는 일종의 시도였다. 이 경험을 통해 한국 남녀들이 더 쉽게 만나고, 편안하게 연애를 시작할 수 있는 앱의 필요성을 절실히 느끼게 되었다.

커플 매칭이나 소개팅 앱의 가장 큰 문제는 남녀 회원 수의 불균형과, 기존 앱들이 AI 기술에만 의존해 사람의 복잡한 감정과 직관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다는 것에 있다. 특히, 여성들의 복잡한 연애 심리를 충분히 반영하지 못하는 기술 기반 시스템의 한계는 이 문제를 더욱 심화시킨다. 이러한 본질적인 문제에도 불구하고 대부분의 앱들은 수익을 최우선으로 하며, 진정한 매칭 경험을 제공하는 데 한계가 있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나는 경제적이면서도 자연스럽고 재미있는 만남을 추구하는 새로운 접근 방식을 구상했다. AI 알고리즘만이 아닌, 사람의 직관과 감정을 결합한 매칭 시스템을 도입해 사용자들이 더 애착을 느끼고, 지속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고자 했다. 중요한 것은 단순한 매칭이 아닌, 플랫폼과 사용자 간의 상호 협력적 관계를 구축하는 것이었다. 이러한 구조에서는 사용자들이 더 나은 매칭 경험을 제공받고, 플랫폼은 장기적인 성장을 이룰 수 있는 윈윈 전략을 실현할 수 있다.

기존 데이팅 앱의 구조적 한계는 커플이 매칭된 후에는 플랫폼의 유용성이 급격히 줄어든다는 데 있다. 사용자들은 일단 연애에 성공하면 더 이상 서비스를 사용할 필요가 없고, 이는 플랫폼의 지속적인 성장을 방해하는 요인이 된다. 일부 앱들은 이를 해결하기 위해 매칭이 쉽게 이루어지지 않도록 설계하여 사용자들이 계속해서 이용하게 만드는 전략을 쓰기도 한다. 그러나 이러한 방식은 오히려 사용자의 신뢰를 떨어뜨리고, 플랫폼의 진정성을 훼손시킨다.

내가 생각한 대안은 커플이 매칭된 이후에도 지속적으로 플랫폼을 사용할 수 있는 방법을 도입하는 것이다. 연애의 시작뿐만 아니라, 관계를 발전시키고 유지하는 과정에서 유용한 기능을 제공하는 플랫폼을 구축하는 것이다. 내가 구상한 플랫폼의 핵심 목표는 일반 사용자, 커플 매칭에 성공한 사용자, 그리고 플랫폼이 삼자 조화를 이루어 모두가 윈윈할 수 있는 생태계를 만드는 것이었다. 유튜브의 생태계처럼 플랫폼, 제작자, 사용자 모두가 이익을 얻는 구조를 연애 플랫폼에 적용하면, 커플이 된 사용자도 플랫폼을 지속적으로 사용할 이유가 생긴다.

그리고 나는 결혼 정보 회사의 매칭 시스템이 가장 높은 성공률을 보인다는 점도 주목했다. 이 매칭 시스템이 높은 성공률을 보이는 것은 매칭 전문가들이 축적된 경험과 데이터를 바탕으로 개인 맞춤형 추천을 제공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방식은 비용이 높아 대중적으로 접근하기 어렵다는 단점이 있었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나는 이 매칭 시스템을 앱 기반으로 전환하여 비용을 낮추고, 더 많은 사람들이 쉽게 접근할 수 있는 방안을 고민했다.

내가 생각한 해결책은 결혼 정보 시스템의 매칭 방식을 차용하되, 매칭 전문가가 아닌 매칭에 성공한 사용자들이 매칭 매니저로 활동하는 구조다. 이들은 매칭을 성사시킬 때마다 일정 비용을 받고, 성공할 경우 추가 인센티브를 받는 방식을 통해 동기부여를 받는다. 이 방식은 매칭 매니저들이 단순한 서비스 제공자가 아니라, 플랫폼 생태계의 일원으로 중요한 역할을 하도록 한다.

여기서 중요한 포인트는 매니저와 AI가 협력하는 구조다. 매칭 매니저들은 매칭을 성사시키면서 데이터를 축적해 점차 더 뛰어난 전문가로 성장하고, AI는 이 데이터를 학습하여 점점 더 정확한 매칭 확률을 높일 수 있는 데이터를 메니저 한테 공유해 준다. 이러한 상호 보완적인 관계를 통해 매칭 성공률은 점점 높아지고, 매니저의 수익도 자연스럽게 증가하는 시스템을 구축할 수 있다.

이 구조는 개인의 경험과 데이터 기반의 기술이 상호 보완적으로 작용하며, 플랫폼의 지속 가능성을 강화하고 사용자들에게 더 나은 매칭 경험을 제공하는 경제적이고 새로운 해결책이 될 수 있다.

또한, 매칭된 커플들을 위한 특별한 데이트 미션을 제공하는 방식도 추가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커플이 특정 미션을 수행하고 성공하면 보상을 받고, 실패할 경우 소정의 수수료를 지불하게 되는 시스템을 도입할 수 있다. 이 미션은 단순히 데이트를 장려하는 것을 넘어서, 커플이 함께 협력하며 관계를 발전시키고, 플랫폼에 대한 지속적인 참여를 유도하는 중요한 기능을 하게 된다.

플랫폼은 이러한 미션들을 지원하기 위해 다양한 비즈니스 파트너들과 협력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식당, 호텔, 여행지 등과의 협력을 통해 협찬과 광고 수익을 창출하고, 이를 바탕으로 플랫폼은 더욱 다양한 데이트 옵션을 사용자들에게 제공할 수 있다. 이를 통해 커플은 더 풍부한 데이트 경험을 쌓고, 플랫폼은 지속적인 수익 창출과 사용자 만족도를 동시에 높이는 효과를 거둘 수 있다.

이 아이디어는 단순히 매칭 서비스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커플이 된 이후에도 플랫폼과 커뮤니티를 통해 지속적으로 관계를 발전시킬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데 중점을 두고 있다. 이를 통해 커플 커뮤니티와 생태계를 구축하고, 사용자들이 플랫폼에 대한 애착을 유지하며 오랜 기간 사용할 수 있도록 유도하는 것이 목표다.

하지만 이 아이디어를 실제로 구현하고 구체화하는 과정에는 여러 현실적인 절차와 해결해야 할 과제가 수반된다. 예를 들어, 다양한 파트너들과의 협력, 사용자 경험을 만족시키기 위한 서비스의 품질 관리, 매칭된 커플이 플랫폼에서 지속적으로 활동할 수 있도록 하는 기능 등이 모두 중요한 과제다. 특히, 커플들이 자연스럽게 플랫폼에 머무를 수 있는 생태계를 구축하려면 사용자 참여를 유도할 수 있는 다양한 서비스와 이벤트가 필요하며, 이러한 과정에서 비용과 시간 관리도 중요한 문제로 떠오를 것이다.

따라서 이 아이디어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철저한 기획과 다양한 요소를 고려한 전략이 필수적이며, 플랫폼의 지속 가능한 운영 모델을 만들어 나가는 것이 성공의 열쇠가 될 것이다.

그동안 여러 플랫폼 아이디어를 바탕으로 확장을 시도하려 했지만, 실제로 이를 실행하지 못한 이유는 혼자서 모든 것을 감당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또한, 돈을 목적으로 하지 않고, 사회적 문제를 해결하고자 하는 사람과 협력하지 못한 것도 큰 장애물이었다. 만약 이런 비전과 철학을 함께 공유할 수 있는 사람을 만난다면, 언제라도 실행에 옮길 수 있을 것이다. (물론, 내가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문제는 환경 문제다. 이 책을 쓰는 것도 그 일환이며, 환경 문제에 대해서는 나중에 더 구체적으로 이야기해겠다)

어쩌면 한국인이 연애를 어렵게 느끼는 이유는 상대방에게서 무언가를 받고자 하는 기대가 지나치게 크기 때문일지 모른다. 그러나 사랑의 본질은 '받는 것'이 아니라 '주는 것'에서 시작된다. 이는 단순히 희생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상대방의 개성과 자유를 존중하며 그들의 성장을 지지하고 돕는 과정인 것이다.

사랑은 타인과 깊이 연결되는 과정이며, 그 과정에서 우리는 내면의 성장을 이룬다. 에리히 프롬이 말한 것처럼, 사랑은 성숙한 인격의 발현이며 기술이다. 이 기술은 배려, 책임, 존경, 지식이라는 네 가지 요소를 포함한다.

배려는 상대방의 필요와 감정에 깊이 공감하며, 그들의 삶에 진정한 관심을 기울이는 것을 의미한다. 이 배려는 단순한 물질적 지원을 넘어서, 상대방의 내면적 성장을 지지하는 것이다.

존경은 상대방의 독립적 존재로서의 가치를 인정하고, 그들의 자유와 개성을 존중하는 것을 말한다. 이는 사랑이 단순히 소유하거나 통제하는 것이 아니라, 상대방이 그들 자신의 길을 자유롭게 걸어갈 수 있도록 돕는 행위임을 시사한다.

책임은 사랑하는 사람의 감정과 필요에 민감하게 반응하며, 그들이 성장하고 행복해질 수 있도록 지속적으로 지원하는 것이다. 이는 상대방에게 의무감을 부여하는 것이 아니라, 자연스럽게 타인의 삶에 책임을 느끼고 그들의 삶에 기여하는 과정이다.

마지막으로, 지식은 상대방을 깊이 이해하고 그들이 진정으로 원하는 것과 필요한 것을 아는 능력이다. 상대방을 진정으로 알기 위해서는 지속적인 대화와 깊이 있는 교감이 필수적이며, 이를 통해 사랑은 더욱 성숙해진다. 이 네 가지 요소가 조화를 이룰 때, 진정한 사랑은 상대방과의 성숙한 관계를 바탕으로 서로의 성장을 촉진할 수 있다.

하지만 현대 사회, 특히 한국 사회에서는 사랑이 종종 외적 성취나 소유로 변질된다. 사람들은 진정한 관계보다는 성공과 물질적 가치를 중시하며, 이러한 가치관은 사랑의 깊이를 얕게 만든다. 소유와 지배의 개념은 관계를 왜곡시키고, 진정한 사랑의 발현을 방해한다.

프롬의 이론에 따르면, 사랑은 단순한 감정이 아닌, 끊임없이 배우고 연습해야 하는 기술이다. 이는 사랑이 우리의 존재와 정체성을 확인하는 중요한 통로라는 점에서 그 의미가 깊다. 니체 또한 진정한 사랑은 상대방의 자유와 독립성을 존중하면서 서로의 성장을 돕는 관계라고 보았다.

니체의 철학에서 사랑은 상호 존중과 신뢰를 기반으로 하며, 그 관계 속에서 두 사람은 서로를 지배하려 하지 않고, 오히려 서로의 개성을 지켜주면서도 함께 성장할 수 있어야 한다. 진정한 사랑은 자신을 열고, 상대방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용기를 필요로 한다. 니체의 사랑에 대한 언급은 그가 사랑을 존재의 고양과 연결하고, 상호 자유 속에서 서로의 자아를 발전시키는 관계로 보았다는 점에서, 프롬의 사랑에 대한 이론과도 연결된다.

프랑스 낭만주의의 대표 작가인 빅토르 위고는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것은 사랑하고 그 사랑을 고백하는 것이다"라고 말하며, 사랑과 행복이 인간 삶에서 얼마나 중요한지를 강조했다. 사랑은 단순한 감정이 아니라, 인간이 세상과 연결되기 위한 필수적인 다리이며, 그로 인해 진정한 행복을 경험하게 되는 중요한 요소다. 사랑이 없는 행복은 고립된 감정일 수 있지만, 사랑이 있는 행복은 타인과의 관계 속에서 꽃피우는 충만한 감정이다.

결국, 인간이 직면하는 고독과 실존적 고뇌에 대한 가장 깊고 만족스러운 대답은 사랑을 통해 이루어지는 연결과 연대 속에서 찾을 수 있다. 이 광활한 우주에서 인간의 실존적 문제에 대해 만족스러운 대답을 줄 수 있는 것은 오직 사랑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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