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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해피걸 Nov 22. 2024

거절의 아픔을 배워가고 있는 딸에게

거절의 아픔을 배워가고 있는 딸에게


학교에서 돌아온 딸은 평소처럼 거실 소파에 앉아 잠시 쉬었다. 많이 피곤해 보였다.

저녁을 언제 먹고 싶냐고 묻자, 딸은 "5시에 먹고 싶어요. 올라가서 5시에 내려올게요."라고 말했다. 그렇게 말하고는 2층으로 올라갔다.     


잠시 후, 2층에서 딸의 목소리가 들렸다.

"대학교에서 연락이 왔는데, 오퍼를 받지 못했어요."

딸의 목소리는 힘이 없어 잘 들리지 않았고, 나는 다시 물었다. 딸의 목소리가 조금 떨리는 게 느껴졌다.     

차마 내 얼굴을 마주 보며 이야기를 할 수 없었던 것 같았다. 눈물이 많은 딸이 내 앞에서 울까 봐, 혹은 자존심이 상했을지도 모른다.


나는 굳이 2층으로 올라가지 않고, 아래층에서 물어봤다.

"딸 괜찮아?"

딸은 잠시 대답이 없었다가, "괜찮아요. 신경 쓰지 마세요."라고 말했다.

갑자기 나도 힘이 빠졌다. 나도, 딸도 대학 입학을 위한 면접 기회는 받을 거라고 기대했었는데...     

딸은 피곤했는지 간단히 저녁을 먹고는 일찍 잠자리에 들었다. 나는 그날 밤, 별의별 생각을 하기 시작했다.

사교육을 시켰어야 했나?


시간을 되돌려 생각해 봤다. 딸이 초등학교 4학년 때였다. 그때 학교에서 처음으로 MUN 대회가 열린다고 했고, 엄마들 사이에서 난리가 났었다. 그 당시엔 제주영어교육도시 학원도 없고, 고액의 개인 과외만 성행하던 시기였다.          


어느 날, 친구의 딸 엄마가 전화를 걸어왔다. 이번에 학교에서 MUN 대회가 열린다고, 무엇을 어떻게 준비해야 할지 몰라서 관련 선생님을 모셔서 준비를 시키려는데 자리가 하나 남았다고 했다. 딸도 함께 하길 바란다고 했다.

수업료를 물어보니, 5명이 듣는 수업인데, 1명당 150만 원씩, 1회당 2시간씩 총 5번 진행된다고 했다. 그때 처음으로 사교육비가 얼마나 많이 드는지 실감했다.


결국, 우리 딸은 그 수업을 듣지 못했고, 대회에서 참가상으로 메달 하나를 받았다. 그런데 친구들은 최소 3개에서 5개까지 메달을 받았다고 하며, 딸은 많이 속상해했다.     


그 속상함 속에서 딸은 더 적극적으로 사교육 없이 MUN 준비를 했고, 그 결과 좋은 성과를 거두었으며, 지금의 진로를 결정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     


다음날 아침, 딸은 기분 좋게 아침을 먹으러 내려왔다. 나는 속으로 딸이 얼마나 마음이 아플까 싶어서 다시 딸에게  물어봤다.

"너, 괜찮아? 정말 괜찮아?"


딸은 대답했다.

"무조건 A레벨만 잘 보면 되지 뭐."

"그래! 아직 시간이 남았어."

"그래, 넌 할 수 있어!"


딸은 입술에 손가락을 갖다 대며, "쉿!"라고 하며 "엄마! 그만하세요!"라며 나에게 타박을 준 후, 열심히 삶은 계란을 먹었다.     


그런데, 왜 딸은 거절을 당한 걸까?

To be continu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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