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코파이를 좋아하는가. 2개의 동그란 비스킷 사이에 마시멜로를 끼우고 초콜릿을 입힌 과자. 한 입 베어 물면 바삭하고 달콤한 초콜릿 과자와 쫀득한 마시멜로가 느껴지는 ‘겉바속쫀’의 대명사. 그러나 군대에 입대하기 전 나는 초코파이를 그다지 좋아하지 않았다. 대학생 시절 동기나 선배 생일을 축하하는 자리에서 초코파이를 잔뜩 쌓아 맨 위에 초를 꽂고 축하했던 기억이 있을 뿐. 굳이 찾아서 먹는 과자는 아니었다.
그러나 군대에서의 초코파이는 그 의미가 남다르다. 우선은 신병교육대대에서의 추억. PX를 이용할 수도 없고, 정규 식사를 제외하곤 당을 섭취할 기회가 없던 훈련병에게 주어지는 초코파이는 그야말로 환장의 선물이었다. 초코파이와 과일주스를 받기 위해 주말마다 교회, 성당, 그리고 절에 반드시 다녀왔을 정도다. 가끔 내 것을 양보하며 동기들끼리 주고받던 초코파이는 말 그대로 ‘정(情)’ 그 자체였다.
자대배치 이후 먹었던 초코파이는 또 다른 맛의 추억을 담게 되었다. 이등병은 선임의 인솔하에 PX에 가서 먹고 싶은 과자를 살 수 있었다. 나는 웬일인지 ‘초코파이’를 고르게 되었고, 우울함이 가득한 밤마다 몰래 화장실에 가서 초코파이를 먹었다. 씹을 때마다 우적우적 소리가 나는 다른 과자와는 달리, 초코파이는 비닐까지만 무사히 제거하면 입에 넣고 천천히 녹여 먹을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아무 때나 과자를 먹을 수 있는 짬이 아니었기에, 선임들의 갈굼으로 지친 밤에는 생활복 바지에 몰래 초코파이를 넣어 화장실로 향했다.
변기의 뚜껑을 내리고 앉아서 정면을 바라보면 칸마다 ‘우울증 자가 진단 테스트 척도’가 붙어 있었다. 미국 국립보건원(NIH) 산하 정신건강연구소(NIMH)에서 개발한 자가 보고형 심리검사는 아래의 표와 같다. 나는 마음의 펜 뚜껑을 열어 현재 내 마음의 상태를 하나씩 체크했다.
초코파이를 입안에서 우물거리며 체크한 결과, 당시 나의 점수는 42점. 15점 이상이면 우울증 위험군으로 분류된다고 하는데, 그때 나는 꽤 위험한 심리상태였던 것 같다. 하지만 극단적인 선택을 하고 싶지는 않았다. 머릿속에 사랑하는 가족들 얼굴이 떠올랐다. 할머니, 엄마, 아빠, 그리고 내 동생. 또 나를 좋아해 주던 사람들을 떠올렸다. 친구들, 형들, 동생들. 이들을 떠올리며 남은 초코파이를 끝까지 삼켰다. 살기 위해 삼켰다. 아무리 군 생활이 우울하더라도, 오롯이 달콤함을 음미하는 지금 순간을 그 누구도 방해할 수 없었다. 당시 화장실은 나만의 공간이었고, 초코파이는 내가 누릴 수 있는 가장 큰 행복 중 하나였다. 힘들었던 이등병 시절, 나에게 있어 초코파이는 정(情)이 아닌, 생(生)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