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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iAN Nov 11. 2023

한겨울 혼밥은 뜨끈한 국물이랑!

한겨울 맞을 준비로, 창문마다 창틀 청소를 했다. 벨크로 뽁뽁이를 붙이기 전 필수 작업이다. 옛날 주택들의 특징 중 하나는 공간마다 창문을 크게 냈다는 점이다. 오래전에 지어진, 단열 상태가 썩 좋지 않은 가옥에 창문까지 크니 한겨울 난방이 비효율적일 수밖에 없다.


살아가는 중간에 창호를 손볼까도 생각했었지만, 외벽에 커다란 통창이 한두 곳도 아닌데 쿵쾅거리고 잘못 손댔다가 혹여라도 없던 문제까지 발생하게 될까 봐 가능하면 그대로 유지하려고 했다. 게다 지역 개발이 거론되는 이기도 해서, 궁한 대로 겨울마다 방한 커튼에 창문마다 뽁뽁이 작업을 하고 있다. 한겨울 집안 환기는 현관과 마주하는 뒷문, 주방에 창문만 열어도 충분하다. 벨크로로 작업한 것이라 공간마다 별도의 환기가 필요할 땐 손쉽게 뜯었다 다시 부착할 수 있어서 문제 될 건 없다. 어느 해던가? 한겨울 유리창 단열 도우미로 뽁뽁이가 한창 떴던 때가 있었다. 그때 처음 작업을 한 이후로 매해 겨울마다 해오고 있다. 유리문의 한기를 막는데 얼마쯤 역할을 하는 게 느껴졌기 때문이다. 미관상 좀 마뜩잖기는 하지만, 레트로에 엄벙덤벙 억지스럽게 묻어가고 있다. 그렇게 공간마다 뽁뽁이 작업도 끝냈다.


한겨울 바깥 생활이 위험한 식물들을 실내로 들이고, 그중에서 햇살이 많이 필요로 하는 아이들은 거실에서도 햇살이 가장 좋은 위치에 자리를 잡아 준다. 낼 새벽엔 기온이 영하로 떨어진다고 해서 텃밭에 이파리 채소를 양푼 가득 뜯어왔다. 평년 같았으면 총각무도 먹을 만큼 심었겠지만, 올해 여름엔 이래저래 여력이 되지 않아 쌈 채소 두 종류 외는 심지 않아서 겨울맞이 텃밭 일이 수월했다. 그래도 한겨울 전까지는 살펴야 하는 다년생들이 있어서, 호스에 물은 아직 빼지 않은 상태다. 이따금 물을 줘야 해서 말이다.


집안일 몇 가지 한 것뿐인데 얼추 밥때가 다 됐다. 그런데 오늘따라 식탁이 더 커 보이는 게 썰렁하게 느껴졌다. 이따금 이렇게 식탁에 혼자 앉는 게 싫어질 때가 있다. 그럴 땐 계획에도 없던 뜨거운 국물 요리를 만든다. 국 자체가 필요하다기보다는 국물 요리를 만들면서 마음이 데워지는 것 같기도 해서. 얼마 전에 냉동실에 던져둔 꽃게가 떠올랐다. 무도 있겠다 숭덩숭덩 썬 가을 무에 대파, 거기에 기본양념까지 한꺼번에 때려 넣고 한소금 끓였다. 뚝배기 구멍으로 김이 뿜어져 나온다. 뚜껑이 들썩들썩 춤이라도 출 것처럼 끓는 소리가 요란하다. 꽃게탕은 역시 식탁보다는 거실이지! 거실 테이블에 상차림을 한 후, 약간의 노이즈를 곁들였다. 라디오 DJ가 읽어주는 사연을 듣다가 웃음이 터지는 바람에 사레가 들렸다. 숨넘어가는 줄. 좀 전 혼밥의 쓸쓸함은 어디로 간 건지. 삶이 이렇다. 내 감정이라고 해도 믿을 게 못된다. 시선을 살짝만 돌려도, 이렇게 아주 작은 환기만으로도 가라앉았던 마음이 금방 방정맞은 키득거림으로 바뀌니 말이다. 어찌 보면 그래서 또 별 탈 없이 살아갈 수 있는 건지도 모르겠다. 날이 춥다. 혼밥이라면 뜨끈뜨끈한 국물요리를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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