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화. 변하기 위해서는 먼저 해야 될 사항
2023년 새해가 밝았다. 결국 신입사원 마지노선 나이인 32세를 넘어 33세 즉, 삼땡이 되었다. 이제 완연한 30대라고 말할 수 있다. 30대 초반도 아닌 중반에 들어서는 그냥 누가 봐도 30대 아저씨로 보이게 되었다. 참 문득 슬프다. 뭐 딱히 이룬 것도 없고 성공한 것도 없는데 나이만 먹은 형태이니 말이다. 새해가 되었고 대부분의 대한민국 사람들이 새해를 맞이해서 매년 목표를 세우곤 한다. 하지만 나는 여전히 목표는 무슨 그냥 여전히 침대에서 너튜브로 다른 사람들이 새해 목표에 관한 영상을 보면서 그 사람들을 속으로 응원해주고 있었다.
그렇게 2023년 1월이 왔다. 그래도 나름 이번 해는 색다르게 시작한 듯하다. 원래 작년까지만 해도 항상 새해라도 독서실에 가서 하루종일 공부하면서 마무리하는 날을 반복해 왔었는데, 이젠 그것도 아니고 그냥 30대 백수 겸 취준생이니 당연히 집에서 보내게 되었다. 원래 새해나 명절 되면 친구들하고 모여서 술 한잔씩 하면서 항상 그랬는데 나이가 들면서 연애를 하거나 결혼을 하나씩 하고 자녀도 생기다 보니 이런 모임을 가지기가 더욱 힘들어진 게 사실이다. 물론, 나는 술을 아예 못하기 때문에 그냥 친구들이랑 이야기하러 가는 것이다.
그렇게 새해가 지나고 어김없이 명절이 다가왔다. 명절은 공시생 때부터 좋지 않은 날이었다. 직장인이나 학생들에게는 좋을 수도 있었겠지만, 공부를 해서 나이가 있음에도 경제적 활동이 없어 무력한 공시생이나 백수, 취준생에게는 때론 치명적이기도 하다. 물론, 나이가 더더욱 많을 수록은 더 말이다.
명절이 되면 친척들이 우리 집으로 오기 시작한다. 그 말은 즉 우리 집이 큰집이라는 뜻이다. 친척들이 오면 집은 양면적인 공간이 되어버린다. 사람들이 많아져 명절만의 그 정감 있고 따뜻한 느낌과 사람들 간의 안부를 묻는 즉시 공격적인 느낌을 받기 때문이다.
"ㅇㅇ아 이제 쉴 만큼 쉰 거 아니냐. 얼른 직장 잡고 돈 벌어서 연애도 하고 결혼도 하고 해야지." 다 30대 미혼남자라면, 아니 30대 백수라면 다 듣는 말이었다. 어떻게 보면 공부했을 때부터 쭉 백수였었으니 나름 구력이 있다고 생각했는데 올해는 타격이 제법 컸다. 그냥 "빨리 해야죠. 열심히 해볼게요." 이 말만 반복적으로 입에서 나왔다. 더 이상 이 이야기는 넘어가도록 하자.
어떻게 어짜저짜해서 명절이 지나가고 난 33살이 되었다. 그리고 또 2023년 상반기 취업시장에 넣을 자기소개서를 수정하고 원서를 써넣기 시작하려고 하는데, 문득 속에서 "이래서는 안 되겠다. 뭐라도 해보자."라는 마음이 들었다. 그래서 평소 독서를 하고 있긴 했는데, 너튜브에 책 <역행자>의 저자이신 '자청'님의 영상을 보게 되었다. 그리고 "22 전략"이라는 걸 알게 되었다. 자청님 말로는 내가 아무런 능력도 없고 빽도 없다면 이 2가지를 파라고 말씀하셨고 그건 바로 "독서와 글쓰기"였다. 그리고 22 전략이라는 건 자청님이 옛날에 본인이 빽도 없고 능력도 없을 때 했던 전략으로서 하루에 독서 2시간, 글쓰기 2시간을 매일 하는 것이다.
그래서 나도 이걸 보자마자 "이거라도 해봐야겠다. 난 어차피 독서는 계속하고 있었고, 평소 메모하는 거나 필기하는 거, 기록하는 건 자주 하니까." 이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독서를 하면서 필사를 하기 시작했다. 무기력은 시도 때도 없이 오고 집 밖에서 잘 나오진 않았지만, 독서를 하면서 조금씩 마음이 치유되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그렇게 책을 여러 권 읽으면서 책에서 좋은 내용이나 나에게 필요한 내용은 필사를 해두고 그 내용 중에서 나에게 적용할 수 있는 것은 적용하기 시작했다. 처음 시작은 지금 나의 상태에 관한 책들이었다. 아 그리고 일단 독서를 하기 위해선 책을 구매하여야 하는데 일일이 살 수 없어, 독서때문이라도 집 근처 도서관에 가게 되었다. 그 말은 즉, 집 밖을 주기적으로 나오게 되었다. 그리고 대여한 책 분야는 심리, 무기력, 번아웃, 멘탈관리 관련 책들이었다. 이 분야에 관심이 간 이유는 지금의 내 상태를 좀 알아볼 필요도 있었고 어떻게 하면 나를 조금 더 개선할 수 있을까. 변화할 수 있을까여서이다.
그래서 여러 권을 대여했고 읽기 시작했다. 그리고 거기서 "메타인지"라는 말을 알게 되었다. "메타인지"라는 말은 유튜브에서는 가끔 들었던 말이었다. "자신의 분수, 즉 자신의 현 상태에 대해서 객관적으로 파악하는 것"을 말했다. 물론, 더 자세하고 좋은 설명은 네이버에 검색만 해도 수두룩하게 나온다. 그냥 내가 봤을 때는 약간 저 느낌이었다. 더 쉽게 말하면 철학자인 '소크라테스'의 '네 자신을 알라' 이거와 비슷하다.
아무튼 그렇게 내 현 상황에 대해 객관적으로 알 필요가 있었다. 그래서 아주 표면적으로 보이는 것부터 적기 시작했다. 내가 어디 대학교 나오고 학점은 몇 점이고, 자격증, 문서작성 잘하고, 아르바이트 경험, 경청 잘하고 등등 그냥 내가 나를 봤을 때 생각나는 것들을 사소한 것까지 일단 생각나는 대로 노트에 적었다. 그리고 내가 무엇 때문에 아직 취업을 못한 건지, 뭐가 부족한 건지, 뭐가 마음에 안 드는 건지, 어떻게 해야 되는 건지, 뭘 하고 싶은지, 뭘 잘하는지 등등도 아주 사소한 것까지 또 적었다. 그래서 쓴 걸 보니까 내가 생각한 키워드가 제법 많았다. 이게 맞는 건지는 모르겠지만, 일단 이것부터 시작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23년 3월 내 마음 안의 씨앗이 꿈틀대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