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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리쓱 Oct 04. 2023

오랜만에 취준생이 된 30대에게 온 희망

3화. 의외로 빠른 취준생 탈출?!

- 이 이야기는 실패로 버무려진 30대 백수의 밑바닥을 탈출하기 위한 잔잔한 이야기입니다.

- 인스타그램 : @develop_hada


 여느 날과 똑같이 다른 사람들은 이미 각자의 회사로 가 있는 9시가 넘은 시간에 느지막이 눈을 떴다. 그렇게 머리맡에 둔 휴대폰을 찾는다고 손을 휘적휘적거렸다. 그리고 손에 잡힌 휴대폰의 불빛 때문에 겨우 한 눈을 실눈으로 뜨면서 그 사이에 휴대폰에 어떤 변화가 있는지 이것저것 들어가 보았다.


그러나 아무 일이 없는 30대 백수에겐 딱히 새로운 소식이라고 하면 밤 사이에 업로드된 웹툰, 웹소설, 각종 채용사이트에서 보낸 채용공고 메일 뿐이었다.


 22년 6월, 내가 살고 있는 대프리카에는 반팔의 계절이 시작되었다. 나 또한 옷이 든 서랍에서 올해 입을 반팔옷을 찾아서 꺼내보고 전부다 세탁기에 털어 넣었다. 왜 그러냐고 묻는다면 보통 옷을 1년 가까이 짱 박아두면 홀아비에게서 날 법한 퀴퀴한 냄새가 나기도 하고 주름도 깊게 접혀있어 한 번은 세탁을 해주는 게 좋다.


 그렇게 세탁기를 돌리고 이왕 무언가 정리를 했다는 느낌을 받은 나는 이부자리도 한 번 정리하고 창문도 열어서 환기도 시켰다. 환기를 시키기 위해 창문을 약 15cm 정도 열었는데 그 15cm 사이에서 너무나 푸른 하늘과 푸른 나뭇잎들을 보았다. 그걸 보면서 날씨가 사람 마음에 얼마나 큰 영향을 주는지 처음으로 알게 되었다.


 어느 정도 할 일을 한 나는 스스로 성취감을 느끼면서 침대로 다시 누웠고, 너튜브를 시청했다. (아 그리고 이 글을 쓰면서 상호나 이런 건 민감한 사항이기에 약간 각색해서 쓰겠다.)


 이제 집에서도 슬슬 취업에 대한 압박이 들어오기에 여러 채용사이트를 보며 내가 지원할 수 있는 공고가 있는지 확인해 본다. X코리아, 사X인, 워X넷, 나라X터, X리오 등을 모니터화면에 띄어놓고 하나하나씩 필터를 선택해서 검색버튼을 누른다.


 그 순간에는 무슨 자신감이 들었는지 모르겠지만, 문득 평소에 자주 이용하고 보는 상호의 기업에서 '안전관리자'를 채용한다는 공고를 보게 되었다. 거기에 내가 해당되는 부분이라서 최근에 리모델링한 자기소개서에 상호명과 약간의 내용을 변경해서 '입사지원'버튼을 눌렀다.


 또 그렇게 매일 비슷한 일상이 이어오던 때에 얼마 전에 '입사지원'을 했던 곳에서 메일로 연락이 왔다. 나는 이 부분이 가장 사람을 피 말리게 하는 게 아닌가 싶다. 그렇게 열심히 이력서, 자기소개서를 쓰고 지원을 했지만, 막상 이 메일에는 '귀하의 역량이 뛰어나지만~ 이번 기회에는 안타깝게 되었습니다.'라는 말로 사람의 노력을 단번에 무너뜨리니 말이다.


 그렇게 메일을 확인하는데 '서류합격 되셨습니다.'라는 말이 제일 먼저 눈에 들어왔고 다음 전형에 대한 설명이 있었다. 이 회사는 그리고 X플러스인데 면접은 코로나로 인해 '화상면접'으로 진행된다고 한다. 속으로 '와 다행이다.' 그나마 쾌재를 불렀다.


 평소에 나는 내향형인 MBTI I성향이고 무대공포증, 발표공포증이 있는 사람이다. 더군다나 오랜 공시생 생활로 인해 사회성이 많이 떨어진 상태였다. 그래서 취업준비하면서도 면접에 대한 두려움, 겁이 엄청 많은 상태였다. 그런데 '화상면접'이라는 말에 너무 심적으로 편했다.


 물론, 나 때는 그런 게 없었지만 '아... 나때라고 하기가 좀 그런가.' 2017년도에는 그런 전형이 없었다. 코로나로 인해 생긴 전형이었다. 그래서 예상 질문에 대한 답을 찾아서 적어두고 모니터 화면에서 눈알이 굴러가지 않는 선에 위치하도록 종이를 붙여놓았다.


눈알 굴리는 것만 면접관한테 보이지 않는다면 충분히 승산 있는 게임이라고 생각했기에 준비사항이었다. 그렇게 해놓고 면접날이 다가왔다. 면접은 2대 2로 진행되었고 난 이때 줌(zoom)이란 걸 처음 사용해 보았다. 모니터 앞에 삼각대로 휴대폰을 내 눈높이 두고 휴대폰으로 에 접속했다. 그리고 삼각대 뒤에는 모니터가 있었고, 그 모니터에는 내가 예상 질문과 '안전관리자' 업무에 관한 노트가 붙여져 있었다.


 이로서 면접준비는 끝이 났다. 자 이제 시작이다. 약 5년 만의 면접이었다. '화상면접'이라서 그나마 편했는데도 터질 듯이 내 심장은 뛰었고 상의에만 정장을 입었는데도 답답해 죽을 것 같았다. 그래서 면접 전에 사둔 청심환을 하나 먹었고 면접이 시작되었다.


 면접은 약 30분간 진행되었으며, 2대 2여서 질문은 나와 다른 지원자 번갈아가면서 받았다. 그리고 진행되면서 둘 다 지원한 지역과 점포가 달랐다는 걸 느꼈다. 그리고 난 모니터에 붙여둔 족보를 보면서 대답을 했음에도 긴장과 두려움으로 말을 절기 시작했고, 이게 만약 쇼미더머니였으면 난 진작 불구덩이에 들어갔을 것이다.


 마지막으로 한 마디하는 시간이었는데 나는 너튜브에서 본 취업영상에 본 대답을 그대로 하였다.

"면접관님 우선 고생하셨습니다. 그리고 이런 흔치 않은 좋은 기회 주셔서 감사합니다." 이 말을 하면서도 '내가 이런 멘트를 칠 수 있다니!'라는 생각밖에 들지 않았고 면접관님이 나에게 더 이상 말을 걸지 말고 그냥 끝났으면 하는 바람뿐이었다.


 그리고 며칠이 지나고 결과 발표가 나오는 날이었다. 메일함을 수시로 확인하고 새로고침을 눌렀다. 그리고 그 메일함을 확인하는 나의 모습을 보니 은근 결과를 기대한 것 같다.


 오후 5시가 조금 넘은 시간 드디어 메일함에 내가 기다리던 메일이 와있었다.

"X플러스 채용팀 OOO입니다. 메일 확인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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