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리쓱 Oct 10. 2023

보험사와의 눈에 보이지 않는 신경전

7화. 어떻게 합의 생각 있으세요?

- 이 이야기는 실패로 버무려진 30대 백수의 밑바닥을 탈출하기 위한 잔잔한 이야기입니다.

- 인스타그램 : @develop_hada


 최종 입사를 포기하고 여전히 통원치료를 다니면서 지내고 있었다. 그렇게 허리가 아프다 보니 부모님의 취업압박도 많이 줄었다. 그렇게 평화로운 나날을 보내고 있던 나는 32살의 백수이다. 그리고 간간이 보험사에서 전화가 와서 합의를 어떻게 할 거냐고 물었고 나는 내가 허리 아픈 정도와 앞으로 치료받을 비용과 거기에 쓴 시간의 비용까지 생각해서 합의금을 불렀다. 하지만 보험사에서는 그 금액은 안될 것 같다고 말하자. 그럼 나는 그럼 계속해서 치료를 받겠다고 하고 통화를 마쳤다. 그렇게 한 달이 넘는 시간이 흘렀다.


 어느새 완연한 여름의 대프리카는 손풍기나 아아(아이스 아메리카노)가 손에 들려있지 않으면 길에 걸어 다니지 못할 만큼 더웠다. 그래도 주에 4회는 병원에서 가서 치료를 받았다. 그렇게 또 시간이 흘러 보험사가 또 연락이 왔다. 이때쯤에 나도 솔직히 치료를 더 받아도 안 나을 것 같다고 생각해서 어느 정도 금액만 맞으면 합의를 할 생각이었다. 그렇게 보험사랑 통화를 시작하면 "아 ㅇㅇㅇ님 허리 건강은 어떠세요? 아직 많이 아프신가요?" 이 말이 자동멘트처럼 나온다. 이 분들의 직업병이겠거니 했다.


그렇게 보험사와 나는 서로 음성을 통해서 보이지 않는 신경전 즉, 계산기를 두드리고 있었다. 그리고 보험사에서 먼저 말을 띄우기 시작했다. "ㅇㅇㅇ님 이제 합의 생각이 있으시면은 저번에 말씀드린 금액은 솔직히 어렵고요. 적정한 금액이시면 바로 처리해 드리겠습니다." 이 말에 나는 저번보다 시간도 꽤 지났고 치료도 어느 정도 많이 받았으니 그걸 제해서 300만 원을 합의금액으로 불렀다. 물론, 이 글을 보는 몇몇 사람들은 합의금액이 엄청 많다고 생각하실 수 있다. 하지만, 그 사고 이후로 허리가 계속 아팠고 그리고 앞으로도 조금만 무리하면 허리가 언제 아파올지 모르는 상황에서 스트레스를 많이 받고 있었기 때문에 나는 이 금액으로 불렀다. 


또 솔직히 말하면 저 보험사분이 처음의 태도가 조금 마음에 안 든 점도 있었다. 이렇게 글에는 다 쓰지 않았지만, 처음에 허리 아픈 것을 걱정하는 척하면서 바로 합의부터 하자고 말하고 금액을 100만 원으로 말하길래 나 스스로 괘씸죄가 붙었다. 그래서 300을 불렀고 보험사분께서 10초 정도 말씀이 없으신 채로 있으시더니 "제가 생각을 좀 더 해보고 연락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이 말과 함께 이번 신경전도 이렇게 끝이 났다.


그리고 3일이 지나고 내 휴대폰에 보험사 전화번호가 찍히고 벨이 울렸다. 나는 그렇게 수신버튼을 누르면서 "아 이번에도 시작이구나. 이번엔 마무리한다." 이 생각을 하면서 전화를 받았다. 그런데 평소 연락하고 지내던 보험사분이 아닌 다른 분의 목소리가 들렸다. 번호는 같았는데 전화를 건 사람은 다른 사람이었다. 그리고 나에게 말을 해왔다. "아 ㅇㅇㅇ님 맞으신가요? 아 여기는 ㅇㅇ보험사 ㅇㅇㅇ과장이 연수를 가는 바람에 제가 대신 연락을 드렸습니다." 나는 그 말을 듣고 '아 내 담당 보험사분은 과장이셨구먼.' 하면서 생각을 했다.


그리고 또 말을 이어서 하셨다."아 저는 ㅇㅇ보험사 센터장 ㅇㅇㅇ입니다. 다름이 아니라 ㅇㅇㅇ님의 허리는 좀 어떠신가요? 이제 시간도 제법 많이 지났고 치료도 많이 받으셨는데 좀 괜찮으신가요?" 이 말을 듣는 순간 나한테는 이 말로 들려왔다."아 ㅇㅇㅇ님 이제 시간도 많이 지났고 치료도 많이 받으셨으니까 합의하시죠?" 그래서 나는 아직 허리가 아프다. 이게 솔직히 치료를 받고 있을 때는 괜찮아도 또 언제 아플지 모르고 고질병으로 된 것 같다고 말했다. 그리고 나는 속으로 '담당자분이 해결 못하고 있으니까 센터장으로 간 건가.' 생각했다.


왜냐하면 나도 사고를 당하고 보험사 합의에 관련한 유튜브를 많이 찾아봤었는데, 보험사는 매달 말에 실적 내는 것이 있다고 하더라. 본인이 처리한 건수가 얼마인지 그걸 매달 말에 많이 처리할수록 (+) 영향을 많이 받을 수 있다고 한다. 금전적이든 명예적이든 등등. 그런데 사고가 일어난 지 2달이 지났는데도 처리를 못하고 있으니 윗급으로 간 것이라고 생각이 들었다. 어쩐지 지난번 연락 때 담담장분께서 무언가 초조해 보이긴 했었다. 하지만 허리 때문에 스트레스가 심했고 다리까지 저린 상황에 나한테는 어림도 없었다.


그래서 ㅇㅇ보험사 센터장님과 통화를 하면서 합의에 관해 나왔다. "ㅇㅇㅇ님 이제는 합의생각이 있으신가요? 솔직히 시간도 제법 지났고 저희도 ㅇㅇㅇ님께 많이 죄송하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러니 이번엔 선처 좀 부탁드리겠습니다." 이 말에 나도 이번엔 합의를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나는 예전 금액인 300만 원을 합의금으로 제시했다. 그걸 들은 센터장님은 10초 정도 생각의 시간을 가지시는지 말이 없으셨다.


그렇게 있다가 센터장님이 말씀하시길"ㅇㅇㅇ님 280만 원이 저희가 최대로 드릴 수 있는 한계치입니다. 300 이상은 저희 입장에선 조금 힘든 부분입니다."이렇게 말씀하시기에 회사 내부 기준이 따로 있는 듯했다. 그래서 나는 290을 말씀드렸다. 그 후 센터장님께서 수락을 하셨다. 그 이후로는 일사천리로 진행이 되었다. 진짜 말 그대로 일사천리였다. 마치 나를 기다린 것처럼 합의금액이 맞아떨어지자 합의하겠다는 10초 정도의 통화와 계좌번호를 가르쳐주니 1분도 안되어 금액이 통장으로 들어왔다. 그렇게 신경전의 끝은 허무하리만큼 빠르게 종결되었다.


그 후 나는 병원을 가지 않았고 신기하게도 병원에 치료를 받으러 가지 않으니 허리가 좋아지기 시작했다. 와 이걸 느끼면서 '병원 가면 더 아파온다.'라는 말을 처음 알아들을 수 있었다. 어른들 말이 괜히 있는 게 아닌가 보다. 아니면 금융치료가 되어서 그럴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그렇게 통장에 입금되면서 나는 조금은 여유로워졌고 번아웃과 무기력에 의해 더욱 아무것도 하기 싫다는 마음이 들기 시작했다.

작가의 이전글 무기력에 사로잡힌 30대 취준생의 합리화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