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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nna Jan 13. 2023

대리인이 된다는 것

변호사, 그 업의 무게




 어느새 3년차가 되었다. 3년차 선배들을 보면서 대단하다고 생각했던 때가 엊그제 같은데.


대학교 2학년, 우연히 한 법무법인에서 아르바이트를 할 때는 내가 변호사가 될 줄은 전혀 상상도 못했었지.

어제, 서초역 1번출구를 나서며 문득 그런 생각을 했다. 대학교 4학년, 연극을 그만두기로 하고, 먹고 살려면 자격증이 필요하단 생각에 로스쿨을 가고, 무사히 졸업하고 변시에 합격하고, 20대 초반에는 한번도 생각해보지 않았던 길을 차근차근 걷다보니 어느새 이곳에 와있다. 누구나 마음먹으면 해낼 수 있는 일이라기보다는, 수많은 행운이 주어져야 가능한 일이었다. 감사한 마음이 컸다. 일을 시작하고는 하고 싶은 일을 하고 있으니 그걸로도 충분하다는 생각을 했고. 이제는 내 나름대로의 전문성을 기르고 성장하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공익전업변호사 특성상 사건을 많이 하고 있지는 않지만 무게감이 있는 사건들을 많이 만나면서 이 업의 무게감을 실감할 때가 종종 있다. 당연히, 변호사로서 만나는 모든 사건이 중요하지만, 절박함의 차이는 분명히 존재한다. 돈도 직장도 당장 감옥에 가지 않는 일도 중요하지만 인간의 존엄성이 구겨지는 순간, 사람은 사람이 아니게 되어버리므로. 존엄성을 개뼉다구로 취급하는 부당함과 싸울때면, 같이 감정에 휘말려 분노하고 같이 울기도 하고. 결과를 기다리며 초조함과 부담감을 떨쳐버리려 의뢰인과 서로 농담을 던지며 다독여보기도 하고. 그런 순간들을 지나왔고, 살아가고 있다.


앞으로 내가 남길 것은 그런 찰나, 무겁고 부담스럽지만 그만큼 영광스럽기도 한, 그 빛나는 기억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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